- 중국 여행기/'09년 쓰촨(사천)성

문수방(文殊坊)과 문수원(文殊院) - 1

Lesley 2009. 8. 25. 00:05

 

 

  쓰촨성에 도착한지 5일째 되던 8월 7일, 드디어 쓰촨성의 중심도시인 청두(成都 : 성도)에 처음으로 발을 들여놓았다. 

  전날 의논한 우리의 목적지는, 남방지역에서 유명한 불교 성지인 문수원(文殊院 : 원슈위안)과 그 바로 옆의 문수방(文殊坊 : 원슈팡)이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문수원은 문수보살을 모시는 절이고, 문수방은 문수원 바로 옆에 있는 전통거리의 이름이다.

 

  더양역에서 기차로 50분 정도 걸려 도착한 청두는 온 도시가 안개가 끼인 것마냥 뿌옇게 보였다.

  진쥔의 말인즉슨, 안개가 아니라 습도가 높아서 그렇게 보이는 거라며 청두에서는 흔한 일이라고 했다.  사실 이 날은 우리나라 제주도보다도 한참 남쪽인 지역의 여름 기온이라고는 안 믿길 정도로, 청두의 최고기온이 겨우 25도 밖에 안 되고 햇볕도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하지만 습도가 어찌나 높은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서 견디기 힘들었다.  

 

 

하얼빈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우산 꽂고 다니는 자전거와 오토바이

 

  기차역에서 버스를 타고 가는데, 둘 다 길을 잘 몰라 한 정류장을 지나쳐 내렸다. ^^;;

  덕분에 좀 걸어야 했는데, 큰 길을 오가는 자전거나 오토바이에 우산 또는 양산을 꽂고 다니는 여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눈에 익지 않은 모습이라 우습기도 했지만, 달리 생각해보면 더운 곳에서 햇살 피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내가 저런 여자들의 모습을 연달아 카메라에 담자, 진쥔은 좀 어이없어 하면서 왜 계속 똑같은 것을 찍느냐고 했다.  내가 '하얼빈에서는 저런 것 못 보잖아.'라고 했더니, 피식 웃으면서 자기 엄마도 우산 꽂은 오토바이로 출근하니까, 나중에 집에 가서 자기 엄마한테 포즈 취해달라고 해서 찍으란다. ^^ 

 

 

 

드디어 도착한 문수방의 입구

 

  문수방 입구 안쪽으로 보이는 붉은 색의 벽은 문수원의 담이다.

  문수방은 서울의 인사동처럼 전통 건축물과 전통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이 모인 곳이다.  그런데 인사동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솔직히 '전통거리'라는 테마를 인사동보다 훨씬 잘 살리고 있었다.

  규모는 차지하고라도(어차피 중국은 뭐든지 규모로 압도하려드니, 규모를 비교하는 건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함.), 그 내용물이 인사동보다 훨씬 나았다.  슬프게도 우리나라 인사동의 전통 기념품이란 것들을 보면, 굳이 인사동 안 가도 동대문 시장이나 남대문 시장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건들이 많다.  즉, 인사동 아니면 구하기 힘들다고 할만한, 인사동의 개성을 드러내고 인사동의 위상을 공고히 해줄만한 무언가가 부족하다.

  심지어 중국산 기념품도 꽤 많이 눈에 띈다.  어차피 인사동도 먹고 살자고 장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니, 저렴한 중국산 물건 들여놓는 건 그렇다 치자.  그러면 적어도 모양이라도 한국적인 중국산 물건을 들여놓아야 할 게 아닌가...!  분명히 '청 건륭제'라는 한자가 떡하니 새겨져 있는 종을 '신라의 에밀레종'이라는 스티커 붙여 판매하는 것 보면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 ㅠ.ㅠ

 

 

노점 가판대에서 파는 수많은 팬더 인형

 

  문수방 입구의 문을 지나치자마자 다양한 물건을 파는 많은 행상이 늘어서 있는 게 보였다.

  역시나 팬더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쓰촨성이라, 팬더 인형이 눈에 많이 띄었다.  그런데 팬더들이 저렇게 무더기로 있는 걸 보니, 어째 좀 징그럽다... ^^;;

 

 

문수방의 수예품 판매점

 

  쓰촨성 지역의 자수 제품을 파는 가게다.

  쓰촨성의 자수는 촉수(蜀繡 : '촉의 자수'라는 뜻인데, 쓰촨성이 삼국시대 유비가 촉(또는 촉한)을 세운 지역이기에 이 지역을 '촉'이라고 부름)라고 하여 중국 전역에서 유명하다고 한다.

 

 

물고기와 대나무를 소재로 한 수예품

 

  자수 쪽으로는 완전히 깜깜 절벽인 내 눈에도 정말 정교해 보였다.

  온갖 동물과 식물 모양을 모두 사람의 손으로 일일이 수놓은 것들이다. 

 

 

팬더를 소재로 한 수예품

 

  역시나 쓰촨성의 명물이자, 중국의 국보급 동물인 팬더를 주제로 한 작품도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팬더 자수의 하늘하늘한 천 위로 나의 굵은 다리가 비치는... ^^)

 

 

자수 놓고 있는 직원들

 

  열심히 수놓고 있는 자수 상점의 직원들이다.

  끔찍할 정도로 무더운 날씨에 작은 선풍기 바람에 의지해서 수를 놓다니, 정말 대단해보였다.  나 같은 사람은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할 수가 없는... ^^;;

 

 

서양에는 '쓰촨 오페라'라고 알려진 천극(川劇)에 쓰이는 도구들을 파는 상점

 

  위의 작은 인형들은 옛날 인형극에 쓰던 것들이라고 진쥔이 설명해줬다.

  저 인형의 팔다리에 줄을 매달아 움직여서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아래 가면들은 천극에서도 가장 유명한 '변검'의 분장을 본 뜬 어린이용 완구들이다.  이번 여행에 유감스럽게도 천극을 관람할 기회가 없었는데, 영화나 TV를 통해 본 변검은 정말 재미있고 신기했다.

 

 

문수방 안에 있는 차관(茶館)

 

  차 마시는 문화가 유난히 발달한 쓰촨지역이라 거리 곳곳에서 차관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데, 아무래도 명색이 전통거리다 보니 여기는 이런 옛스런 모습의 차관이 많았다. 

 

 

자사(紫砂 : 붉은색 계통의 색을 띤 흙) 차 주전자

 

  역시나 차 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차 관련 제품도 같이 발달할 수 밖에 없다.

  자사(紫砂)로 된 차 주전자는 쓰촨성의 특산물인데, 이 자사 주전자에 차를 끓여 마시면 그 향과 맛이 더 깊어진다고 한다.  또한 자사 자체가 차의 향기를 흡수하는 기능이 있어 그윽한 차향이 배인 채 사용하는 것이기에, 자사 주전자를 씻을 때는 세제를 사용해서는 안 되고 깨끗한 물로만 씻어야 한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유명한 제갈량(諸葛亮)의 출사표(出師表)

 

  이 쓰촨성은 '삼국지'의 주요 무대 중 한 곳이다.

  유비가 의형제인 관우와 장비, 그리고 뛰어난 지략가인 제갈량의 도움으로 촉나라를 세운 곳이다.  덕분에 삼국지 관련한 물건과 종종 마주치게 되는데, 서예작품을 파는 상점에 들어가면 이 출사표가 반드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