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보초당(杜甫草堂)
금사 박물관을 본 후 간 두보초당(杜甫草堂 : 두푸차오탕)은 후덥지근 날씨에 고산증과 여름감기에 찌든 몸을 이끌고 간 보람을 느낄 수 없는 곳이었다. ㅠ.ㅠ
개인적으로 두보와 두보의 시에 심취한 사람이라면 들려서 두보의 흔적을 더듬는 것을 즐길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냥 그런 장소이다. 이 곳 역시 무후사에서처럼 팬더카드 덕분에 무료로 들어갔으니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정말 돈이 아까웠을 것이다.
그리고 이 곳에서 모기들에게 엄청나게 뜯겼다. ㅠ.ㅠ 쓰촨성에 머무는 기간 내내 거의 모기에게 물리지 않았는데, 이 날 들린 두보초당에서 20군데 이상을 물렸다. 그것도 종아리만 집중적으로... (내 몸에서 그 부위가 가장 맛이 있었던 모양임... -.-;;) 그나마 다행인 건 그다지 가렵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당나라 때의 유명한 시인인 두보가 청두에 머물렀던 시기에 이 곳에서 생활했다.
불과 몇 년 안 된 그 기간 동안 주옥같은 시를 200편 이상이나 남겼다 한다. 덕분에 중국인들은 두보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는 몰라도, 두보가 시를 썼던 이 초당이 어디에 있는지는 안다고 한다. ^^
두부초당 안의 무성한 대나무
그래도 두부초당이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대나무다.
나로서는 볼거리가 너무 없는 곳이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대나무가 우거진 이런 풍경만큼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고 마음에 들었다.^^ 역시 팬더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쓰촨성이어서, 팬더들의 먹이인 대나무가 어디에나 무성하다.
두부초당 안의 대나무숲과 아열대성 수목들
이미 쓰촨성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질리도록 본 아열대 수목들의 모습이건만, 쉽게 익숙해지지 않고 볼 때마다 '아, 맞아, 내가 지금 북방이 아니라 남방에 와있지...!' 하며 놀라곤 했다. ^^
두보초당 안에 있는 차관의 모습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제법 많은 사람들이 차를 마시면서 마작, 한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 영릉(永陵)
두보초당을 나와서 간 영릉(永陵 : 용링)은 당나라 장군 출신으로 5대10국 시대에 이 지역에 촉국을 세운 왕건(王建)의 능묘이다. (공교롭게도 이 왕건은 우리나라 고려 태조와 이름이 같음. 더구나 음만 같은 게 아니라, 한자까지 같음. ^^;;)
그런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때에 능묘 근처의 사당 등 부속건물들을 대대적으로 수리하고 있어서, 능묘 이외에는 볼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영릉의 외관
마치 우리나라 백제의 무열왕릉처럼 지상에 벽돌을 이용해서 세운 독특한 능묘이다.
유감스럽게도 실내에서는 사진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사진을 찍지 못 했다. 내부의 돌벽에는 십이지신상이나 비천상 등이 양각으로 새겨져있었고, 왕건의 석관 위에도 복잡하고 정교한 무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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