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이별은 나의 후쉐인 '류징'과 그 친구 '궈린'과의 이별이다.
얼마 전 지난 학기에 궈린의 소개로 만나 나의 후쉐가 되었던, 그리고 본의 아니게 '난징! 난징!'에 대해 스포일러성 발언을 했던 류징(http://blog.daum.net/jha7791/15790503)에게 '아지트' 에서 한 턱 쏘았다.
흑룡강대 한국어과 학생들은 3학년 때 본인이 신청하면, 교환학생의 신분으로 흑룡강대와 교류 중인 한국의 대학으로 떠나 1년 동안 공부하게 된다. 그래서 류징도 가장 친한 친구인 궈린과 함께 8월에 동국대학교 경주캠퍼스로 떠나게 되었다. 그래서 두 사람과의 작별인사 겸 두 사람의 한국 생활이 순조롭기를 빌어주는 의미도 겸하여, 밥을 사게 된 것이다.
※ 아지트
먼저 나는 이 아지트란 음식점과 아무런 이해관계 없는 사람이란 것을 분명히 밝혀둔다...!
다만 흑룡강대학과 하얼빈이공대 사이의 쉐푸산따오제(學府三道街)에 위치한 이 아지트란 음식점이, 하얼빈에서 어학연수 한 여러 사람들의 블로그에 자주 등장할 정도로 유명하기에 소개하는 것 뿐이다.
흑룡강대학의 한국어과 학생이나 대외한어과 학생들도 제법 이 음식점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을 보면, 여기에서는 꽤 유명한 한국 음식점인 게 분명하다. 하긴 주인장이 한국인이어서 그런지, 한국음식점이란 간판 붙여놓고 실제로 맛은 한국식도 아닌 것이 중국식도 아닌 것이 아주 특이한 그런 음식점들과는 달리, 한국음식 맛을 제대로 내는 편이다.
요즘 들어 이 아지트를 계속 드나들고 있다.
최근 이사를 한 집이 이 아지트에서 가깝다보니, 내 이사 문제 때문에 여러가지로 애쓴 진쥔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한 턱 내려고 간 것을 시작으로, 그 다음 날에는 지금 소개하는 후쉐 '류징'과 그 친구 '궈린'에게 밥 사줄려고 다시 가고, 또 다음 날에는 내 이삿짐 중 가장 무거운 짐들을 옮겨준 J군과 우리 반 학우인 E양에게 고맙다고 밥 사주러 가고, 마지막으로 또 다른 후쉐인 '양'이 곧 집으로 간다고 하여 한 달은 못 볼 것이기에 J군과 함께 양에게 한국음식 사주려고 또 갔다. (헉헉헉... 이 문장은 쓰면서도 정말 힘들다... -.-;;)
하얼빈에 온 뒤로 4개월 짜리 한 학기 동안에 겨우 1번 간 곳을, 지난 주에는 나흘씩이나 연속으로 갔으니 아마도 그 곳 종업원들이 내 얼굴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
그런데 그저 밥이나 한 끼 함께 하자고 만난건데, 두 사람이 작별 선물을 줘서 아무런 선물도 준비 못 한 나는 당황했다.
류징은 윈난성(雲南省 : 운남성)에 사는 나이족이라는 소수민족의 물건이라는, 마치 우리나라 사찰의 풍경과 비슷하게 생긴 예쁜 종을 주었다. 그리고 궈린은 전에 북경 여행 갔을 때 샀다는 중국의 옛날 그림이 그려진 트럼프 카드를 주었다. 둘 다 너무 예쁜 선물이었다.
두 사람은 '언니가 밥 사줬으니까, 이게 선물이지요.'라고 했지만, 나로서는 나 자신이 너무 무심하게 군 듯 하여 좀 난감했다. 사실 중국에서 친한 친구 사귀게 되면 주려고 한국에서 가져온 기념품이 있기는 있다. 하지만 이삿짐이 아직 완전히 정리된 상태가 아니라, 도대체 그 기념품들이 어디에 박혀있는지 알 수가 없다. 나중에라도 찾아서 그 애들에게 하나씩 주고 싶지만, 그 애들이 떠나기 전에 내가 과연 그 기념품을 찾을 수 있을까 싶다... ㅠ.ㅠ
※ 선물에 얽힌 또 다른 사연
진쥔의 졸업을 앞두고 진쥔의 아버지가 하얼빈을 찾아오셨을 때(http://blog.daum.net/jha7791/15790513), 진쥔의 친구들에게 줄 선물로 작년 쓰촨성(四川省 : 사천성) 대지진 1주년을 기념하는 우표집을 가져오셨다. (진쥔의 집은 쓰찬성의 청두(成都 : 성도) 근처의 작은 도시임.)
진쥔이 그 우표집 중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우표집 앞면에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여학생의 사진이 있고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손전등 소녀'라고 써있었다. 뜬금없이 '손전등 소녀'라니, 내가 그 단어 뜻을 잘못 알고 있는 건가 싶어 진쥔에게 물었더니, '손전등 소녀'가 맞다고 했다.
진쥔의 말인즉슨, 작년 대지진 때 그 소녀도 다른 수많은 사람들처럼 무너진 건물 속에 파묻혔었단다. 그런데 그렇게 며칠 동안이나 파묻힌 상태로 구조를 기다리면서도, 손전등 이용해 책을 보며 엄청 열심히 공부를 한 일로 매스컴 타며 유명해졌단다. -0-;;
사실 감탄스럽다기 보다는, 한편으로는 어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내어 웃었다. 진쥔도 같은 기분이었던지 따라 웃고... ^^
그리고 나로 하여금 다른 손님들도 많은 식당에서 큰 소리로 웃게 만들었던 사건...
두 아이가 '언니, 화두 알아요?' 하기에 '네? 화두가 뭐에요?'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화두'가 아니라 '화투'(!)였다. ^^ 한국 사람들이랑 친해지려면 화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면서 나에게 가르쳐달란다. -0-;; 그러면서 가방을 뒤지더니 뭔가를 꺼내드는데, 바로 화투였다...! (도대체 한국 사람들이랑 친해지려면 화투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그런 말은 어디에서 누구한테 들어가지고... ^^;;)
내가 화투 칠 줄 모른다고 했더니, 한국 사람들은 다 할 줄 아는 거 아니냐고 되묻는다. 대부분의 한국인은 할 줄 알지만 나는 모른다고 했더니,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짓던 두 사람... ^^
잠시 두 아이를 새로 이사한 집으로 데려가 얘기를 나누다가, 두 사람은 피곤해서 기숙사에 가서 낮잠 좀 잔다고 하고, 나는 나대로 유학생 기숙사에 좀 남은 짐이 있어서 그걸 가지러 함께 학교로 갔다.
유학생 기숙사 앞에서 작별인사를 하는데, 류징이 '언니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하며 포옹하기에, 나도 '두 사람도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대답하고...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남들이 보면 좀 웃긴 상황이었을 듯... 둘이서 서로 '너 참 좋은 사람이야'하고 자리들끼리 칭찬하는 상황이라니... ^^) 내년에 한국 돌아가면, 그 때 한창 동국대에서 열공하고 있을 두 사람을 찾아가기로 약속하고 작별했다.
두 사람이 이 블로그를 볼 일은 없을 듯 하지만, 이 자리를 빌어 두 사람의 한국생활이 순조롭기를...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중국에서 그러했듯이, 한국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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