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후쉐 일행과 함께 했던 즐거운 일요일

Lesley 2009. 7. 17. 22:21

 

 

  3주전 일요일이었던 6월 28일, 나의 후쉐 중 한 사람인 '양'과 그 룸메이트인 '신주', '양양'이 유학생기숙사로 찾아와 우리들(나, B, M)에게 중국요리를 만들어줬다.

  신주와 B가 얽혀서(http://blog.daum.net/jha7791/15790488) 우리가 신주네 기숙사 찾아갔던 일(http://blog.daum.net/jha7791/15790492)로, 양이 나와 후쉐 관계가 되었다. 그 후에는 내가 가지를 쳐서 양이 일주일에 한 번은 나와, 또 한 번은 J(http://blog.daum.net/jha7791/15790490)와 후쉐를 하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서로 얽히고 설킨 관계... ^^)

  B는 교회 다녀오느라 약속시간인 12시 넘어서 참여하기로 했고, 일단 나와 M이 중국 아이들을 맞기로 하고, 중국 아이들이 오기 전에 미리 기숙사 14층에 가서 요리에 필요한 전기 플레이트를 빌려왔다.

 

 

  ※ 전기 플레이트에 얽힌 사연
 
  A취 유학생 기숙사는 모르겠지만, C취 유학생 기숙사 같은 경우에는 공동 주방에 가스렌지가 없고 대신 전기 플레이트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우리가 막 이 곳에 왔을 때만 해도 전기 플레이트가 유학생들이 살고 있는 층의 공동 주방마다 1, 2개씩 있어서, 유학생들이 알아서 필요할 때 쓰도록 했다.  문제는 식사하는 때가 다들 비슷하다 보니, 각 층 주방에 1, 2개 밖에 없는 전기 플레이트를 두고 유학생들 사이에 쟁탈전이 벌어진다는 점이다.  일부 학생들은 순서 기다리는 게 싫어서 아예 전기 플레이트를 자기 방으로 가져가서 숨겨두기까지 했고, 그러면 청소하시는 아줌마들이 청소하러 학생들 방 들어간 김에 전기 플레이트 찾아서 다시 주방으로 가져오고, 또 다시 학생들은 몰래 자기 방으로 가져가고...  이런 피곤한 일이 반복되는 것도 모자라, 유난히 자기네 나라 음식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는 러시아 학생들과 아프리카 학생들이 많은 층에서는 전기 플레이트 둘러싸고 몸싸움까지 났다는 소문이 돌 지경이 되었는데...

 

  마침내 기숙사측에서 전기 플레이트 사용과 관련한 시스템(?)을 바꾸었다.
  14층에 있는 전산실 비슷한 사무실에 전기 플레이트를 몽땅 가져다두고, 전기 플레이트가 필요한 학생이 사무실로 찾아가 자신의 이름과 방번호를 등록하고 빌려가도록 했다.  그렇게 바뀐 뒤로 전기 플레이트 둘러싼 잡음이 눈에 띄게 줄었고, 전기 플레이트 때문에 여러 차례 속상한 일 겪었던 B는 사무실 직원에게 '정말 좋은 방법이다.'라고 칭찬까지 했다 한다. ^^

 

 

  12시에 맞춰 1층 로비로 내려가 기다리니, 곧 '양' 일행이 왔다. 
  양의 룸메이트 중 '롄제'는 다른 일이 있어서 못 왔다 했고 세 사람이 왔는데, 세 사람 모두 제법 묵직한 비닐봉투를 한 두개씩 들고 왔다.  뭐냐고 물었더니 새벽에 시장에 나가서 요리 재료를 사왔다 했다.  음식재료의 양이 꽤 되는 것을 보니 돈을 제법 쓴 것 같아 걱정이 돼서 돈이 얼마나 들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아이고~~ 너희들 전부 학생이잖아, 학생이 무슨 돈이 있어... ㅠ.ㅠ)

 

  1시 반은 되어야 온다던 B도 서둘러 돌아와서 모두 함께 주방으로 가서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양은 주방으로 안 가고 내 방에서 자기들이 사들고 온 수박을 반으로 갈라 수박속을 숟가락으로 파내기 시작했다.  나는 날씨가 더우니 화채라도 만들려고 하나 보다 하면서, 함께 수박속을 파냈다. (그런데 지금 와서 다시 생각해보니, 중국에도 한국의 화채 같은 것이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무슨 근거로 그걸 대뜸 화채 만드는 것이라 여긴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음. -.-;;)  파내는 일이 다 끝나고서 아무 생각 없이 반으로 갈린 수박껍질을 쓰레기통에 버리려 했더니, 양이 얼른 말린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걸로 요리를 만들 거라고 한다...!!  아니, 수박껍질로 요리를 만들다니...? @.@
  그런데 양은 놀라는 내 모습을 보고 '한국에서는 수박껍질로 요리 안 하냐?'하면서 역시 놀라워했다. (이런 게 바로 문화충격이란 것인가 보다... ^^)

 

 

<한국과 중국 사이의 문화 차이를 팍팍 느껴지게 했던 수박껍질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한국의 완두콩 비슷한 것을 껍질을 안 벗긴 채로 가져왔기에, 당연히 껍질은 벗겨내고 속의 콩알로 무언가 만드는 줄 알고 껍질을 벗기려 했다.

  그랬더니 역시나 양이 급하게 말린다.  알고보니 이것도 수박처럼 껍질도 먹는 것이었다.  즉, 껍질을 안 깐 상태로 그대로 요리해서 먹는 것이었다. ^^;;

 

 

 <옅은 초록색 그릇에 들어있는 것이 바로 완두콩 비슷한 껍질째로 먹는 콩>

 

 

<왼쪽은 찐 옥수수 알갱이이고, 오른쪽은 중국요리에 많이 쓰이는 건두부(말린 두부)> 

 

  이렇게 그 애들이 만드는 요리가 무슨 요리이며 어떻게 만드는 요리인지 전혀 모르니,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어서 옆에서 멀뚱히 쳐다만 봤다. 

  하긴 그 애들이 만든는 게 한국요리였다 해도, 요리와는 전혀 인연 없는 나는 멍하니 쳐다보는 것 외에 할 일이 없었을 것 같기도 하다. -.-;;  그냥 쳐다보기만 하는 게 어색해서 뭔가 어설프게라도 도울라치면, 중국 아이들이 '됐다, 우리가 한다.' 하면서 우리 손에서 음식 재료를 뺏으며 말리고...   우리 기숙사 찾아온 그 아이들이 분명히 손님인데, 손님은 뭔가 분주히 일하고 주인은 구경만 하려니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

 

  그런데 이번에 새삼스레 느낀 것은 중국요리에 기름이 엄청나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볶음밥을 만들 때도 그렇고, 계란토마토볶음과 감자볶음을 만들 때도 그렇고, 식용유를 거의 들이붓다시피 했다.  한국인의 관점으로 보자면, 이건 '볶음'이 아니라 거의 '튀김' 수준이었다...!  감자볶음을 예로 들자면, 거짓말 안 보태고 한국에서 감자볶음 만들 때 쓰는 식용유의 3배는 넣는 듯 했다.

  그렇게 먹는데도 날씬한 몸매 유지하는 게 놀라울 지경이었다. 물론 얘들도 다이어트 한다고 저녁을 안 먹기도 하고, 요가니, 수영이니, 테니스니 하며 운동을 꾸준히 하기는 한다.  하지만 그건 한국애들도 마찬가지인데, 똑같이 다이어트 하고 똑같이 운동하면서 음식은 3배는 더 기름지게 먹는 애들이 날씬하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기름을 팍팍 부어 만든 감자볶음> 

 

 

<역시나 기름을 철철 들이붓다시피 했지만, 그래도 중국친구들의 정성이 들어가 맛있었던 볶음밥>

 

  하여튼 그렇게 음식을 다 만들고나니, 생각했던 것보다 양이 너무 많았다.

  도무지 우리 6명(나, M, B, 양, 신주, 양양)이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마침 우리 기숙사 왔다가 돌아가는 길이던 M의 중국인 친구 '완츠'를 부르고, 공교롭게 라면 끓여먹는다고 주방에 들렸던 J와 J의 친구에게도 함께 밥 먹자고 청했다.


 

<J군이 먹으려 가져온 한국산 오뚜기 백세카레면과 우정출연한 J군의 팔... ^^>

 

 

<중국친구들이 온갖 정성을 다 해서 열심히 지지고 볶아 만들어준 요리의 최종모습...!>

 

  함께 맛있게 먹고나서는 빈 그릇 앞에 둔 채, 한국팀과 중국팀으로 나눠서 노래시합을 했다.
  어떤 팀이 자기 나라의 노래를 부르다가 중간에 갑자기 노래를 끊으면, 다른 팀도 3초 안에 얼른 자기 나라의 노래를 부르는 식으로 시합을 했다.  처음에는 각 팀에서 한 사람씩 번갈아가며 노래를 주고받다가, 어느 순간부터 한 팀 사람들이 합창을 하는 식으로 바뀌면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다.

  한 팀 사람들 모두가 아는 노래를 부르려니, 각자 자기 나라의 국가(!)가 나오고, 동요가 나오고, 어린 시절 봤던 만화영화 주제곡도 나오고...  나중에는 노래 밑천이 떨어지자 중국팀이 'happy birthday'를 중국어로 불러서 한국팀이 뒤집어져서 웃어대고...  중국팀의 happy birthday가 끝나자마자, 우리 한국팀도 한국어로 happy birthday를 불러 받아치니, 중국애들도 박장대소하고... ^^

 

 

 

  그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나중에 합류한 멤버들은 각자 갈 길 가고 처음 멤버 6명은 내 방으로 자리를 옮겨 즐겁게 수다를 떨었다.

  그런데 B와 M이 곧 귀국한다는 말에 무척 활발한 성격의 양양이 '그럼 평생 못 보는 거냐?'라고 해서, 우리 한국인들은 '평생 못 본다니, 이게 무슨 말이냐?'하면서 웃었다. ^^  그 순간에는 평생 못 본다는 말이 좀 오버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모두 재미있어 하며 웃었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워낙 땅덩이가 넓은 곳이라 친하게 지냈던 같은 학교 친구라도 졸업하고나면 못 보는 일이 충분히 있을 듯 했다.  하물며 외국인 친구라면 평생 못 볼 가능성이 더욱 더 높을 듯 하고...

 

 

 

 

  이 '평생 못 보는 거냐?'라는 질문은 그 후에도 다른 사연들을 불러일으켰다.

 

  우선, 진쥔과 얽힌 사연...

  이 질문을 그 후로도 계속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가, 진쥔의 졸업을 축하하는 뜻으로 내가 점심을 사는 자리에서 꺼냈다.  하지만 의외의 상황이 벌어져서 무척 당황했다.  '중국은 땅이 넓어 졸업하고 나면 친한 친구를 평생 동안 못 볼 수도 있겠다. 너도 함께 방을 쓰는 친구들과 헤어지려면 섭섭하겠다.' 라고 말을 꺼냈는데, 그때까지 기분 좋게 닭고기 먹던 진쥔의 분위기가 갑자기 싸해지면서 당장 울 것 같은 표정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어떻게 그 상황을 수습해야 할 지 몰라 당황해 하는데, 마침 진쥔의 뒷편으로 웃통을 벗어부친 채 음식을 먹는 일본 스모 선수 수준으로 뚱뚱한 아저씨가 보였다.  작년 북경 올림픽 때 중국정부에서 외국인들 보기 창피하다고 계도한 덕에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는데, 날씨가 더워지면서 그렇게 웃통을 다 벗고 다니는 아저씨들이 가끔 보인다. (그리고 그렇게 벗어부치고 다니는 남정네 대부분이 거대한 몸집의 소유자들임.  -.-;;)

  얼른 진쥔에게 그 아저씨 좀 보라고 했더니, 진쥔도 그 아저씨를 보고는 웃었다.  나는 그렇게 무사히 위기를 극복했다. ^^  (이 기회를 빌어, 그 상황을 수습하는데 큰 도움을 주신 그 거대한 몸집의 아저씨께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謝謝, 叔叔! (감사합니다, 아저씨) 꾸벅~~ (-.-)(_ _)(-.-))

 

  그리고 나중에 B가 작별인사 한다고 그 중국 아이들의 기숙사를 찾아가서 벌어진 사연...

  출국 즈음해서는 시간이 없을 듯 하여 미리 작별인사 하러 간 건데, '평생 못 보는 거냐?'라는 질문의 주인공인 양양이 정말로 평생 못 볼 것처럼 우는 통에 B가 놀라 어쩔 줄 몰라했다고 한다. (하긴 양양은 눈도 큰 것이 정말로 눈물도, 정도 많게 생겼더라... ^^)

 

 


  어찌되었거나 양, 양양, 신주 덕분에 즐겁게 보낸 일요일이었다.
  입도 즐거웠고, 마음도 즐거웠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