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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징! 난징! (南京! 南京!) - 2

Lesley 2009. 6. 6. 02:34

 

 

  '난징! 난징!' 감상문의 본문을 이제야 올립니다.

  서론이라 할 수 있는 '난징! 난징! (南京! 南京!) - 1'을 올린 후, 거의 3주일 만에 올리는 본문입니다. ^^;;

   

 

 

 

  

  영화 줄거리 및 감상 - 나중에 이 영화 보실 분은 읽지 말고 그냥 넘기시기를...^^


  '난징!난징!'은 흑백영화입니다.
  감독이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것은, 영화의 소재와 성격상 아주 좋은 생각인 듯 합니다. 흑백이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영화 속의 일이 과거의 일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끔찍하고 슬픈 상황이 더 강조됩니다.  만일 컬러영화였다면 대포와 총에서 뿜어져나오는 불꽃이나 사람들의 몸에서 나오는 피가 더 생생하게 느껴졌겠지만, 오히려 덜 생생하게 느껴지는 흑백화면이기에 더 비극적으로 느껴집니다.

 

 

 

  이 영화에서는 딱히 주인공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없습니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는데, 각 등장인물의 비중이 엇비슷한데다가, 영화 내용이 각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번갈아가며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유엽(劉燁, '황후화(http://blog.daum.net/jha7791/15093144) 참조' 에서 태자로 나왔던 배우의 이름)은 중국군을 이끄는 장교로 나옵니다.

  유엽과 동료들은 남경 안으로 진입하려는 일본군을 막아내고 한숨 돌리던 중, 결국 다시 공격을 개시한 일본군에게 남경을 뺐기게 됩니다.  그렇게 일본군이 남경 시내로 진격하면서, 여기저기에서 무차별적인 살인, 강간, 방화가 일어납니다.  결국 유엽은 함께 포로가 된 동료들과 함께 무차별 사격을 받고 세상을 뜹니다.

  

  나카이즈미 히데오(中泉英雄)는 일본군 중 한 사람으로 등장합니다.

  남경을 함락시킨 대다수의 일본군이 광기에 사로잡혀 날뛰는 동안, 일부 일본군은 동료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짓을 보고 충격을 못 이겨서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합니다.  나카이즈미는 동료들의 광기 어린 행동을 지켜보기만 할 뿐, 그런 행동에 참여하거나 아니면 그런 행동을 보고 정신이상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는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고, 전쟁의 광기를 묵묵히 지켜보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모두 미쳐 날뛸 때에 함께 미치지 않고 제정신을 갖고 있었기에, 오히려 깊은 절망을 느끼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인 한 일본 여자에게서 안식을 찾지만, 그 여자가 병으로 세상을 뜬 후 허무감에 빠집니다.  게다가 남경에서 오래 일했던 독일인 의사를 돕는 중국 여선생(배우 이름은 모르겠고, 영화 속에서는 '강 선생'이라고만 나옴.)이 같은 중국인 남자들을 돕다가 들켜 일본군들에게 강간당할 상황이 되자, 그 여선생의 부탁으로 여선생을 총으로 쏴 죽인 일로 더 깊은 절망감과 자괴감에 빠집니다.

  결국 나카이즈미는 중국군 포로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중국군을 도왔던 중국 어린이를 풀어주고서, 동료 군인에게 '이런 시대에는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힘들다'(정확히는 기억 안 나지만 대충 이런 대사였던 듯... -.-;;)라는 말을 남긴 채, 자살을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남경에 머물며 의료활동을 했던 독일인 의사는, 자신을 도와 의료활동과 선교활동을 하는 중국인들과 함께 최대한 많은 남경시민들을 도우려 애를 씁니다.

  실제로 남경 대학살 사건 당시, 외국인이 있던 지역은 '특별구'라고 하여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안전했단 말이지, 특별구라 하여 절대적으로 안전했던 것은 아님.)

  그러나 일본군이 때때로 특별구라는 특수성을 무시하고 들어와 여자들을 강간하는 일을 자신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는 상황에서 무력감을 느끼는데, 조국인 독일에서는 중국인을 보호하려는 이 의사의 행동이 독일과 일본의 동맹에 걸림돌이 된다고 생각하여 귀국하라는 명령을 보냅니다.

  그나마 그가 떠나고나면 일본군의 만행이 더 심해질 것이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중국인 동료들과 다른 남경 시민들을 뒤로 하고 떠나면서, 그는 중국인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립니다.

 

  위의  나카이즈미 히데오가 나오는 부분을 설명하며 잠시 언급한 '강 선생'은 독일인 의사를 도와 선교 및 교육 활동을 하는 여성입니다.

  강 선생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과 동맹관계였던 독일의 의사를 돕고 있다는 특별한 위치 때문에, 다른 남경 여자들과는 달리 일본군의 만행에서 어느 정도 안전하게 지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본군이 중국군을 색출한다는 명목으로 일반 시민마저 마구잡이로 끌고 가려는 상황에서(물론 한 번 끌려가면 살아서 돌아올 수 없는 상황임.), 일본군 장교를 설득하여 남경의 각 가정마다 각각 1명의 남자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약속을 받아냅니다.  그러고는 계속 옷 차림새를 바꿔가며, 끌려간 남자 동료들을 자신의 남편이라 속이고 한 명씩 구해냅니다.  하지만 결국 일본군에게 들켜서 집단 강간당할 상황에 처합니다.

  강 선생은 전에 만난 나카이즈미가 다른 일본군과는 달리 예의 바른 행동을 보였던 것을 기억하고, 일본군에게 끌려가면서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나카이즈미가 쏜 총에 죽습니다. 

 

  강 선생과 마찬가지로 독일인 의사를 돕던 또 다른 중국인 남자 비서가 있습니다. 

  이 사람은 무척 소심하고 겁이 많아서, 자신과 가족의 안위를 위해 일본군에게 비굴할 정도로 저자세로 나가고, 심지어는 가족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건으로 일본군이 특별구의 중국인 여성들을 강간하는 데에 일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조국과 동족을 배신까지 해가며 가족을 지키려 했건만, 결국 자신의 부인과 처제도 강간당하고, 하나 밖에 없는 어린 딸은 일본군이 창밖으로 내던져 죽임을 당하는 일을 겪습니다.

  결국 이 비서는 죄책감 때문이었는지 마지막 순간에는 타인을 위해 자신을 희생합니다.  즉, 독일인 의사의 배려로 자신과 부인은 그 의사와 함께 일본군 점령지역을 떠날 수 있는 기회를 잡지만, 자신 대신 다른 중국인 동료를 떠나보내고 자신은 남아 일본군에게 총살당합니다.

 

 

  영화는 나카이즈미가 총으로 자살한 후, 나카이즈미가 풀어준 중국군 포로와 어린이가 총소리를 듣고 자신들이 총을 맞은 줄 알고 놀랐다가 자신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안도하며 환하게 미소짓고 떠난 후에, 영화 속의 등장인물들의 사진과 생몰연도를 차례로 보여주는 것으로 끝납니다. 

  그런데 가장 마지막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던 것이, 남경 대학살 사건 당시 또는 그 후 60년대나 70년대 사망한 것으로 나오는 다른 인물들과는 달리, 총살당할 뻔 하다가 나카이즈미가 풀어준 어린이는 현재도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옵니다.  영화관에서 이 어린이의 흑백사진이 스크린에 뜨며 현재까지 생존해있다는 자막이 나오자, 저와 함께 영화보러 간 친구들은 물론이고, 그 많은 관객들의 입에서 한꺼번에 '아~~~'하는 감탄사가 터져나왔습니다.

  아마도 이 영화의 감독은, 겨우 10살 남짓한 아이가 절대로 겪어서는 안 되는 일을 겪고도 무사히 살아남아 천수를 누리고 있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비록 미약하지만 희망은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는 듯 합니다.     

 

 

 

  이 영화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반응


  당연한 일이겠지만, 이 영화에 대한 중국과 일본의 반응은 180도 다릅니다.

 

  중국에서는 이 영화가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이 영화는 기존의 중국영화 흥행 신기록인 '적벽대전'의 기록을 깨뜨릴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누렸고, 그렇잖아도 반일감정 심한 중국인들의 마음에 석유를 끼얹는 효과를 냈습니다.  심지어는 영화 속에서 일본군 중 한 사람인 나카이즈미 역시 전쟁의 피해자로 그려지는 것에 대해, 어떻게 일본인이 피해자일 수 있냐고 흥분하며 감독을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 편지나 전화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이 영화를 비판 내지는 비난합니다. 

  일부 양심적인 시민단체 등에서 영화를 수입하려 했으나, 일본 정부에서는 이 영화가 일본군의 행동을 지나치게 야만적으로 그렸다며 수입을 불허했습니다.  또한 우익성향의 신문인 산케이신문은 이 영화가 일본의 잔인함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내는 등,  이 영화가 실제 상황을 과장했다고 불평하는 것이 일본의 전체적인 분위기인 듯 합니다.

 

 

 

  정리하며...

  

  중국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본인도 아닌 제 입장에서는, 이 영화는 비교적 중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일본 측에서 아무리 부인하려 애를 써봤자 남경 대학살은 엄연히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고, 그런 남경 대학살에 대해 사실적인 묘사를 했다고 해서, 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반일감정을 부추키는 영화라고 보기는 힘듭니다.  게다가 일부 중국인들이 감독에게 위협을 가할 만큼이나 일부 일본군을 전쟁의 피해자로 묘사하고 있으니, 어떤 면에서는 오히려 일본의 입장도 어느 정도 배려해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영화에 대해 일본군의 잔인함을 너무 지나치게 묘사했네 어쩌네 하는 것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가해자 측의 억지로 밖에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맨 윗부분에서 쓴 바와 같이, 이 영화를 흑백으로 찍은 것은 영화 속에서 벌어지는 비극적인 일들을 강조하는 효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흑백으로 찍었기에 무척 오래된 느낌을 주는 것이, 사건의 비극성을 더 강력하게 느껴지게 합니다. 또한 영화 맨 끝부분에서 차례로 보여주는 등장인물들의 낡은 흑백사진들 또한 관객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겨줍니다.

 

  저는 이 영화가 한국에서도 개봉되기를 바랍니다. 

  이 영화는 내용적인 면에서, 비극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음에도 관객들에게 억지로 분노와 눈물을 자아내게 하는 감정과잉적인 장면도 없고, 군더더기 없이 짜임새 있는 줄거리로 이루어진 수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내용적인 면과는 별도로, 비극적이면서 사실적인 묘사, 여러 주인공의 시선으로 진행되지만 전혀 어수선하지 않은 영화의 흐름, 흑백 처리, 흑백사진으로 장식된 마지막 장면까지, 형식적인 면에서도 무엇 하나 흠잡을 것이 없습니다.

  영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한 데다가 관객들에게 전쟁와 광기와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의 메세지에 대해 생각하게끔 하는 이 영화에 대해, 한국 관객들도 공감할 거라 생각합니다.

 

 

난징! 난징! (南京! 南京!)  -  1(http://blog.daum.net/jha7791/1579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