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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1

Lesley 2009. 2. 9. 17:04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流轉の王妃, 最後の皇弟)'를 소개하며

 

 

  드라마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는 일제시대 괴뢰국이었던 만주국을 배경으로 한 2부작짜리 일본 드라마로 2003년에 방영했다.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진혜림과 만남과 이별을 반복했던 '다케노우치 유타카'와 영화 '성월동화'에서 장국영과 영화 제목 그대로 동화같은 사랑을 나눴던 '토키와 다카코'가 주연을 맡았다. (그러고보니 두 사람 모두 홍콩배우와 멜로연기를 한 경험이 있다는... ^^)

 

 

  제목에 '마지막 황제'란 말이 들어가다 보니,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유명한 영화 '마지막 황제'가 연상된다. 

  실제로 제목만 듣고 이 드라마를 중국 마지막 황제인 부의에 관한 드라마로 오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드라마 제목에서 말하는 황제는 皇帝가 아닌 皇弟(皇帝의 동생)로, 부의가 아니라 부의의 동생인 부걸을 의미한다. 이 드라마는 부의의 동생 애신각라 부걸(愛新覺羅 溥傑)과 일본 귀족가문 출신의 그의 아내인 사가 히로(嵯峨 浩)의 일생을 담고 있다. (즉, 일단 부의와 관련된 드라마인 것은 사실인데, 부의가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의 형으로 나옴. ^^)  
  여기까지만 봐도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드라마의 내용은 격동의 역사 속에서 정략결혼을 하여 파란만장하게 살았던 부부의 인생역정이다.

 

 

 

 

 드라마의 시대적 배경

 

 

  1. 만주국(滿洲國)

 

 

  일본이 1932년 지금의 중국 동북지역에 세웠던 괴뢰국이다.

  일본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로 퇴위했던 선통제 부의(宣統帝 溥儀)를 집정으로 앉혔다가, 2년 후 황제로 즉위시켰다.  

  일본은 만주국을 건설하면서 오족협화(五族協和 : 만주지역에 원래부터 살았던 만주족, 중국의 다수민족인 한족, 내몽골지역의 몽고족, 거기에 구한말부터 한반도로부터 이주해왔던 조선인과 만주국의 실제 지배층인 일본인 등 5개의 민족이 서로 협력하고 화합하며 지낸다는 뜻)를 통해 지상낙원과 왕도낙토를 이루겠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다.  하지만 만주국은 실제로는 일본의 중국 침략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괴뢰국이었을 뿐이다. 그래서 부의가 만주국의 황제라고는 하지만, 실제 만주국의 통치는 일본의 관동군(關東軍)이 맡았다.

  이 만주국을 제대로 된 국가로 인정한 나라는 그 당시에도 겨우 8개국이었고, 그나마 일본과 함께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국가들(독일, 이탈리아)과 그 국가들에게 점령당하여 역시 괴뢰정부가 수립된 상태의 국가 또는 협박당한 국가들 뿐이었다. 

  1945년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만주국도 멸망했고, 현재 중국에서는 만주국을 정식국가가 아닌 괴뢰국이었음을 강조하기 위하여 위만주국(僞滿洲國) 또는 위만(僞滿)이라고 부르고 있다.

 

  만주국 시대의 황궁 및 각종 관공서 건물을 보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주소를 클릭!

  ☞  http://blog.daum.net/jha7791/6502438

 

 

  2. 부의(溥儀)

 

 

  청나라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宣統帝), 애신각라 부의(愛新覺羅 溥儀)를 말한다.

  1908년 부의의 큰아버지인 광서제(光緖帝)가 후계자 없이 죽자, 실권을 쥐고 있던 서태후(西太后 : '자희태후(慈禧太后)'를 말함)의 명으로 3세의 나이에 제위에 올랐다. 하지만 1911년 신해혁명(辛亥革命)이 일어나서 그 다음해 퇴위하게 되었다.

  1924년 부의는 몰래 베이징을 떠나 톈진에 있는 일본인 조계지로 옮겨 일본인의 보호를 받게 되었다.  그리고 1932년 일본이 세운 만주국의 집정이 되었다가, 1934년 만주국 황제로 추대되어 연호를 강덕(康德)이라고 정했다. 그러나 황제로서 제대로 된 실권을 갖지 못한 채 일본 관동군의 꼭두각시로 지내며, 관동군이 자신을 독살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에 시달리며 살아야 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인 1945년 8월 소련에 포로로 억류되었다가, 1950년 전범으로 중국에 송환되어 복역했다. 1959년 특사로 풀려나 고향인 베이징으로 돌아가서 식물원 등에서 일하며 여생을 보냈다.

 

 

 

 

 드라마 줄거리(1)

 

 

  일본정부는 만주국를 영원히 일본에 묶어두기 위하여 정략결혼을 계획한다.

  마침 만주국 황제 부의의 동생인 부걸이 일본 육군사관학교에서 유학 중이었는데, 이 부걸과 일본인 사가 히로의 혼담을 추진하게 된다. 히로는 일본 왕실과도 친척 관계인 사가 후작 가문의 장녀이다. 일본은 부의에게 자식이 없는 점을 이용하여, 일본인의 피가 섞인 부걸-히로의 아이를 부의의 후계자로 삼을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일본정부의 압력으로 이 정략결혼에 마지못해 응했던 부걸과 히로지만, 서로의 인품에 이끌리게 되어 단란한 가정을 꾸미게 된다. (두 사람 모두 자기 나라의 지배계급에 속했고 교육도 받은 사람들이어서 일본과 만주국이 어떤 관계인지 모를리 없건만, 무슨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첫눈에 상대방의 인품에 끌려 결혼을 승낙하는 걸로 묘사되는 것이 너무 비현실적이었음... -.-;;)

 

 

   

(위) 애신각라 부걸과 사가 히로의 결혼식 장면

(아래) 결혼식장으로 가는 히로의 자동차를 보고 일장기와 만주국기를 흔들며 열광하는 일본인들

 

  두 사람의 결혼은 일본과 중국에서 완전히 상반되는 반응을 끌어낸다.

  일본과 만주국의 친화 및 일본의 만주 진출의 상징으로 일본내에서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중국(만주국 포함하는) 입장에서는 이 결혼은 굴욕의 상징이었다. 심지어는 일본의 비호 없이는 황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는 부의조차 이 결혼을 못마땅해 한다.

  어찌되었거나 일본에서 신혼생활을 시작한 이 부부는 일본과 중국과의 관계 때문에 때때로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로 슬기롭게 잘 이겨내며 지내게 된다. (이 부분도 너무 감상적이고 비현실적으로 표현됨. -.-;;)

 

 

 

황제 부부에게 삼궤구고(三跪九叩, 세 번 무릎을 꿇고 아홉 번 머리가 땅에 닿도록 하는 하는 절)를 하는 부걸-히로 부부와, 히로에게 냉담하게 대하는 황제 부의

 

  부걸이 만주국 장교로 발령받게 되자 부걸-히로 부부는 만주국 수도 신경(新京 : 지금의 장춘(長春)을 말함)으로 옮겨가게 된다.

  히로는 그곳에서 처음으로 황제이자 시아주버니인 부의를 만나게 된다.  히로가 처음 들어선 만주국 궁정은 적대감과 경계심으로 가득차 있었다.  막 궁정에 들어선 이들 부부를 맞은 것은 부의의 동성애 상대인 시종이 추는 관능미와 퇴폐미가 물씬 풍기는 춤이고, 일본인 제수를 맞게된 것을 못마땅해하던 부의는 '일본인이 중국의 예법을 알기나 하겠느냐'고 빈정대면서 대놓고 적대감을 보인다. 게다가 히로와 동서지간인 황후 완용(媛容) 은 남편과의 원만하지 못한 결혼생활 속에서 아편에 중독되어, 남편의 친척 누이이며 일본군 스파이인 카와시마 요시코(川島芳子)와 기묘한 분위기를 내뿜고 있고...

 

 

 

※ 카와시마 요시코 (川島芳子)

: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에서 군복을 입고 황제와 황후와 묘한 사이로 나왔던 남장여자가 바로 카와시마 요시코인데, 동양의 마타 하리라고 불리울 정도로 유명한 일본 관동군의 스파이였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원래 청나라 황족 출신이다. 즉, 부의에게 숙부뻘 되는 숙친왕의 14번째 딸이었다. 그런데 숙친왕은 일본의 중국 침략이 본격화되며 일본 세력이 강해지자, 일본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기 위하여 자신의 딸을 일본인 세력가인 카와시마 나니마의 양녀로 보냈다. 그래서 숙친왕의 딸은 양부의 성을 따라 일본식 이름인 카와시마 요시코란 이름을 얻게 되었다. 

  카와시마 요시코는 양부를 따라 일본으로 가서 학교를 다녔는데, 이미 그 때부터 말타기를 즐기는 등 활발한 성격에 중성적인 매력으로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도 상당한 인기가 있었다고 한다. 나중에 친척 오라버니인 부의가 만주국의 황제가 되자, 만주국으로 가서 관동군의 스파이로 활동했고 중국과 일본간 충돌을 야기한 상해사변에도 개입했다는 설도 있다.

  일본이 패전한 후, 중국측 군사재판에 회부되어 간첩죄로 총살당했다.

  다른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을 보면 상당한 미인이었다.

 http://blog.daum.net/dltmffh/15663382  (카와시마 요시코의 사진을 보시고 싶은 분은 클릭!)

 

 

  항일조직에서 일본의 꼭두각시인 부의를 암살하려 했는데, 그 암살계획이 부걸 덕분에 무산되는 일이 벌어진다.

  그 일로 부의는 믿을 수 있는 건 역시 같은 핏줄 밖에 없다고 생각하며, 부걸의 아내 히로를 인정하게 된다. (그러나 부의의 조카인 육당의 수기를 보면, 실제로는 부의는 제수인 히로는 물론이고 일본인과 결혼한 동생 부걸도 의심해서 다른 황족들에게 부걸을 잘 감시하라 이를 정도였음.) 그리고 부걸과 히로 사이에서는 두 딸이 태어나 부부는 단란하고 행복한 생활을 하게 된다. 물론 일본인의 피가 섞인 아이를 다음 만주국 황제로 삼고자 했던 일본 관동군은, 아들이 아닌 딸만 태어나자 엄청나게 실망하게 되지만...

  그러나 일본에 맞서는 중국인들의 봉기가 일어나서 히로가 큰 봉변을 당할 뻔하고, 그 와중에 부의가 무척 총애하던 후궁이 의문사하면서(이 후궁은 일본인에게 독살되었다는 설이 있고, 부의 역시 그렇게 믿었던 모양임.) 부의가 다시 히로를 적대시 하게 된다. 게다가 관동군이 중국 민중들에게 부리는 횡포를 보면서 히로는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사실과 그런 횡포를 막을 수 없다는 사실에 무척 괴로워하고...

 

 

  

          라디오를 통해 일본 천왕의 항복선언을 듣는 부의, 부걸, 황족들, 관동군 장교들 

 

 

  그리고 1945년 8월 15일...

  결국 일본은 패전한다. 일본의 패전은 일본의 괴뢰국인 만주국이 세상에서 사라지게 되었음을 뜻하고, 일본을 미워하고 의심하면서도 일본에 의지하지 않고는 자신들의 지위와 부를 누릴 수 없었던 부의와 그 일가가 모든 것을 잃었다는 것을 뜻하기도 했다.   

 

 

 

         조상의 위패를 불태우기 전에 마지막으로 예를 갖추는 부의, 부걸 형제와 그 일가 

 

 

  배가 침몰하려면 생쥐들이 제일 먼저 빠져나간다고 했던가...

  만주국이 무너지기가 무섭게, 그 동안 만주국에서 한자리씩 차지하며 부귀영화를 누리던 관료들이 제일 먼저 부의에게 등을 돌리고 떠나버린다. 부의의 동성애인이었던 시종도 조상의 위폐를 불태우며 울부짖는 황제에게 일별을 던지고 떠나버리고...

 

 

 

(위 사진) 일본으로 떠나면서 뒤에 남은 일가에게 작별을 고하는 부의와 부걸 형제

(아래 사진) 비행장으로 가다가 결국 소련군에게 체포된 부의, 부걸 형제

 

 

  부의는 황후, 히로, 여동생 등 다른 사람들은 남겨둔 채, 부걸 및 몇몇 측근과 함께 만주로 진격하고 있는 소련군을 피해 미군이 점령한 일본으로 가기로 한다.

  황족이라는 신분을 생각했을 때, 공산주의 국가인 소련보다는 미국에게 항복하는 게 안전하고 후일을 도모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도중에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소련영토로 끌려가게 된다.

 

 

  그리고 뒤에 남은 히로 일행은, 소련군은 물론이고 중국의 국민당군과 공산당군도 모두 히로 일행을 체포하려 들었기 때문에, 온갖 고생을 하며 만주 바닥을 헤매게 된다.

  그 와중에 아편 중독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중국의 마지막 황후인 완용은 돌보는 이도 없이 외롭게 혼자 죽게 되었다. (육당의 수기를 보면, 완용의 친정으로 완용을 데려가라는 연락이 갔던 모양이지만 완용의 오빠가 여동생을 귀찮아하며 외면했던 듯 함.)

  히로는 그 후로 어찌어찌하여 어린 차녀를 데리고 겨우 일본으로 돌아가, 친정에 맡겨두었던 장녀와 재회하게 된다. (그런데 일본으로 귀국하는 배 위에서 언젠가 남편과 만나 중국과 일본을 잇는 다리가 되겠다는 꿈을 반드시 이루리라 결심하는 장면, 나로서는 참 보기 난감했다는... 이게 웬 교과서적이고 신파스런 장면이란 말인가...! ㅠ.ㅠ)

 

 

 

        (위 사진) 무순전범수용소에서 복역하며 사상교육을 받는 부의, 부걸 형제

        (아래 사진) 남편에게서 온 편지를 받고 두 딸과 기뻐하는 히로

 

 

  그 후 몇 년이 지나 부의, 부걸 형제는 소련에서 중국으로 넘겨져 무순전범수용소에서 복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일본의 패전 후 일본과 중국의 국교가 단절되었기 때문에, 히로는 남편의 소식을 알 길이 없어 애태우면서 두 딸을 키우게 되고...  그러다가 어느 날 남편으로부터 온 편지를 받게 된다.  부걸-히로의 장녀가 당시 중국 총리였던 주은래에게 아버지의 소식을 알려달라고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고, 주은래가 그 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2(http://blog.daum.net/jha7791/15790474)

애신각라 부걸-사가 히로 부부(http://blog.daum.net/jha7791/10320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