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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滿城盡帶黃金甲) - 3

Lesley 2008. 7. 13. 16:06


스포일러 엄청 많음.  영화 내용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기를...

 

 

 

 

 

  드디어 운명의 중양절 행사 시작...!  속사정이야 어떻든 간에 공식적인 행사에서는 황제와 황후가 다정하게 손잡고 행진하며 중양절을 기념하는 글도 함께 쓰는 등, 영화 앞부분에서 황제가 한 말처럼 '천하에 모범이 되는' 황실가족의 모습을 보입니다.

 

 

 

  하지만 황후가 보내준 군사들 덕분에 황제가 보낸 자객들 손에 죽지 않고 겨우 목숨을 구한 양태의의 부인과 '소찬'이 황실 가족을 찾아오고, 황후는 양태의의 부인이 황제의 전 부인이자 '원상'의 생모임을 폭로해버립니다.

 

 

 

  드디어 자신들이 남매간이며 근친상간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경악하는 '원상'과 '소찬'...!  결국 '소찬'은 절망한 나머지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자신을 쫓아온 어머니와 함께 황제의 부하들에게 비참하게 죽임을 당합니다. 

 

 

 

  그렇게 안에서는 허울뿐인 가족이라는 끈이 끊어지는 와중에, 밖에서는 '원걸'이 계획대로 반란군을 이끌고 궁을 공격합니다. '원걸'과 그의 군대는 모두 황후가 수놓은 국화무늬를 붙인 목도리 또는 복면을 하고 진격합니다. (그래서 이 영화의 한국 제목이 '황후화'인 듯...)

 

 

 

  이런 장면은 인구가 많고 인건비가 저렴한 중국이기에 가능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황금색 갑옷을 입은 수많은 군사들이 성안을 메우는 이 장면은 영화의 원제인 '滿城盡帶黃金甲(온 성안 모두가 황금갑옷을 두르리)'이라는 시구를 그대로 옮긴 듯한 장관입니다.

 

 

 

  자신도 반란에 동참했다는 의미로 예복을 벗어버리고 국화수 목도리를 내보이는 황후...!

  하지만 이미 반란에 대해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두었기에, 전혀 놀라지 않고 "당신 뜻대로 되지 않아."라며 여유있게 나오는 황제...!

  그렇게 황후와 황제가 기싸움을 벌이는 동안 이 영화에서 최고로 황당한 장면이 나옵니다.

 

 

 

  바로 이 장면...!! 이 콩가루 집안에서 별다른 역할이 없었던 막내아들 '원성'이 갑자기 큰아들 '원상'을 칼로 찔러 죽여버린 것입니다...! 이유인즉슨, 자신은 어머니와 형의 관계를 다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황후와 '원상' 주변을 맴돌며 심상치않은 표정을 여러 번 보였으니, 여기까지는 괜찮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미쳤냐고 울부짖은 황제에게 뜬금없이 자신에게 황제자리를 넘기라고 악을 씁니다. -0-;; (단 한번도 이 애가 황제의 자리를 탐낸다는 것을 암시하는 장면이 없었고, 이 영화의 갈등 원인은 가족간의 증오라는 사적인 다툼이지 황위쟁탈전 같은 정치적 다툼이 아니었음.) 그러더니 한번도 자신을 사랑한 적이 없지 않느냐는 둥, 가족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었다는 둥, 형도 부모도 다 밉다는 둥, 무슨 현대의 사춘기 청소년이나 할 법한 대사를 줄줄이 늘어놓습니다. -.-;; (그냥 "어머니와 형의 불륜을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형을 죽였다" 정도면 형을 죽인 상황에 대한 설명이 충분히 되는데, 왜 저런 사족을 붙였는지 도무지 모르겠음.) 

 

 

 

  계모이자 연인이었던 황후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면서 "미안해"란 말 한마디 겨우 남기고 죽는 '원상'.  생부는 생모를 두번씩이나 죽이려 하더니 결국 죽였고, 계모 및 이부여동생과 불륜관계였고, 오랜 세월 끝에 재회한 생모와는 제대로 인사도 못 했고, 결국 이복남동생에게 죽다니... 어떻게 기구해도 기구해도 이렇게까지 기구할 수가... ㅠ.ㅠ

 

 

 

  황제가 황금관과 예복을 내던지고(정확히 말하자면 무협영화에서 흔히 나오는대로, 어떤 기운에 의해 황금관과 예복이 슬로우모션으로 날아가버렸음. -.-;;) 막내아들 '원성'에게 무서운 표정으로 다가서자, 이미 잔뜩 질려버린 '원성'.  분기충천한 황제가 휘두른 주먹에 얼굴을 한 대 맞는 것을 시작으로...

 

 

 

  결국 '원성'은 저 황금갑옷이 너덜너덜 헤어질 정도로 아버지의 황금혁대에 수도 없이 두들겨 맞아 비참하게 죽습니다. 황제는 교활하고 냉철한 인물이라 아무리 화가 나도 분노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는데(심지어는 자신의 아들과 아내가 불륜관계일때도...), 막내아들을 말 그대로 패죽였을 정도로 광분합니다.  영화 초반에 큰아들에게 "너는 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다."라고 하는 부분이 있는데, 사실이었던 모양입니다.

 

 

 

  안에서 황제가 막내아들을 때려죽이고 큰아들의 시신 옆에 서서 소리내어 우는 동안, 밖에서는 미리 만반의 준비를 해둔 황제의 군사들이 '원걸'의 군사들을 거의 전멸시키다시피 합니다. 부하들이 목숨 바쳐가며 보호한 덕에 겨우 살아남은 '원걸'은 혼자서 피투성이로 계속 싸우지만, 황후가 "이제는 다 끝났다. 더 이상 애쓰지 말아라." 하는 듯한 처연한 표정으로 쳐다보자 결국 투항합니다.

  황제는 영화 도입부에서 '원걸'에게 했던 "천하 만물 중 내가 주는 것만이 네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주지 않는 것을 뺐으려 들지 말아라."라는 말은 마지막 경고였다면서, 중양절 후에 큰아들 '원상'을 폐하고 '원걸'을 대신 태자로 책봉할 생각이었다고 말합니다. 이에 '원걸'은 이기지 못 할 것을 알고 시작했다면서 죽이든 살리든 마음대로 하라고 담담히 말합니다. 

 

 

 

  황실 식구가 두 명이나 비명횡사한데다가 반란까지 일어난 이 난리 북새통에도 어김없이 시간 맞춰 황후의 약이 옵니다.(정말로 무서운 황제...!! -0-;;) 이미 가장 사랑했던 큰아들이 살해당하는 걸 보고 막내아들은 자기 손으로 패죽인 상황이라 무서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황제는 '원걸'에게 "지금부터 네가 매일 모후에게 약을 올린다면 너를 벌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잔인한 제안을 합니다. '원걸'의 성격에 그런 짓은 절대로 못 할 거라는 것을 뻔히 알았을텐데, "너를 죽여버리겠다."라는 말보다 더 무서운 말입니다.

  

 

 

  결국 '원걸'은 "소자가 무능하여 모후께 죄를 청합니다."란 말을 마지막으로 남긴 채, 황제쪽 군사의 칼을 빼앗아 자살합니다. 좋게 말하면 효성스런 아들로서 마지막까지 모후에 대한 의리와 정을 지킨 셈이고, 나쁘게 말하면 덮어놓고 모후의 편을 들다 죽은 셈입니다. 황후 입장에서는 곧 죽을지도 모르는 극한 상황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듬직한 '원걸' 밖에 없어서 반란에 끌어들였겠지만, 결국 황후는 그렇게 '원걸'을 죽음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영화는 '원걸'이 자살할 때 튀어오른 피가 들어간 약 그릇을 황후가 절규하며 내던져, 마치 이 황실이 서로의 증오로 타들어간 것처럼 국화 무늬 장식이 무섭게 부식해 들어가는 것으로 끝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