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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후화(滿城盡帶黃金甲) - 2

Lesley 2008. 7. 13. 15:01

 

스포일러 엄청 많음.  영화 내용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마시기를...

 

 


 

  겉으로는 화려해보이지만 속으로는 곪을대로 곪은 상처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황실에, 3년 동안 변방에 나가 있던 둘째아들 '원걸'이 돌아옵니다. 황제는 오래간만에 만난 아들과 한바탕 무술을 겨루더니, "천하 만물 중 내가 주는 것만이 네 것이다. 그러니 내가 주지 않는 것을 뺐으려 들지 말아라."라는 알쏭달쏭한 말을 합니다.

 

 

 

  국화를 수놓던 황후는 돌아온 '원걸'을 반기다가 그 동안 복용한 독약의 효과로 심한 통증을 느끼며 힘들어합니다. '원걸'은 그렇게 몸이 안 좋은데도 중양절 전에 국화를 전부 수놓아야 한다면서 엄청나게 많은 국화무늬를 수놓는 어머니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원래 국화는 중양절을 상징하는 꽃으로, 중국에서는 중양절에 국화주와 국화떡을 만들어 먹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황후는 단순히 중양절의 상징으로서가 아닌, 중양절에 일으킬 반란의 표시로서 국화를 수놓습니다.

 


 

  황후는 기가 허해서 10년 동안 약을 먹었는데(괜찮은 약이라도 10년 동안 영화 속에서 나오는 것처럼 매 시진마다 꼬박꼬박 먹어야 한다면 정말 미쳐버릴 것 같음 -.-;;), 최근 들어 황제가 약에 뭔가 안 좋은 것을 섞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약 먹는 것을 피하려 합니다. 하지만 교활한데다가 잔인하기까지 한 황제는 직접 약을 따라주는가 하면, 약그릇 주변에 묻은 약을 수건으로 닦아주며, 뜨거운 약을 입김으로 불어 식혀주는 등, 사정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굉장히 자상한 남편이라고 생각할 법한 행동을 하며 황후를 압박합니다.

  그렇게 약을 반강제로 먹이고는 입술에 묻은 약을 다정스레 닦아줌으로써 '병주고 약주고'라는 말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황제...!

 

 

 

  황제와 황후의 갈등으로 곧 뭔가 터질 것만 같은 긴장감이 궁 안에 가득차는 이 상황에, 태자 '원상'은 예쁜 궁녀랑 희희낙락합니다. 그러다가 '원상'이 궁녀랑 일 벌인다는 소식에 파르르 떨며 쳐들어온 황후에게 현장을 들키고 톡톡히 망신 당합니다. (영화 보는 내내 여자들의 잔뜩 졸라매어 터질듯한 가슴 때문에 참 심란했다는... 아마도 이 영화 본 남정네들은 눈이 꽤 즐거웠을 듯... -,.- )

  이 궁녀는 '소찬'이라고 하는데, 황제의 명령으로 황후에게 독약을 먹이는 양태의의 딸입니다. 자기 아버지를 도와 황후의 약에 독약을 매일 조금씩 섞는 일을 맡고 있습니다. 황후와 '소찬'은 모두 '원상'에게 적극적이고 진심으로 나오는데 비해, 소심하고 우유부단하기만 한 '원상'은 황후에게 마음이 가있는 것 같은데 아버지에게 들킬까봐 두려워 도피처로 '소찬'을 택했다는 느낌입니다.

 

 


 

  황후는 자기 약에 들어가는 독약의 성분이 무엇인지 조사하기 위해 이 여자를 고용했는데, 중죄인의 표지로 얼굴에 낙인이 찍힌 이 여자는 알고보니 황제의 전 부인이며 태자 '원상'의 생모였습니다...! 친정식구들이 몰살당할 때 혼자 겨우 살아남아 황후의 약에 독약을 타는 양태의와 재혼하여 '소찬'을 낳았던 것입니다. 결국 '원상'과 '소찬'은 이부(異父)남매로서 이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근친상간을 저지른 셈입니다.  (여기에서부터 이 영화의 스토리가 황당해지고 애매해지기 시작함. 황후가 이 여자의 정체를 아는지 불명확하게 나오더니, 영화 뒷부분을 보면 이미 모든 것을 다 알고 있었던 걸로 나옴. 도대체 황후는 이 여자의 정체를 어찌 알았으며, 어찌 찾아낸건지? 또한 '원상'과 '소찬'이 이부남매간이라는 것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인지? '원상'과 '소찬'이 밀회를 즐길 때 서슬 퍼렇게 쳐들어왔던 것이, 질투심에서가 아니라 두 사람의 근친상간을 막기 위함이었는지?)
  하여튼 '원상'의 생모는 황후의 방에서 나가다가 우연히 '원상'을 보게 됩니다. 오랫동안 못 만났던 아들을 따라가다가 그만 수상한 자로 몰려 아들에게 붙잡혀 황제 앞으로 끌려갑니다. 죽은 줄 알았던 전 부인을 보고 놀란 황제는 그간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보상하겠다면서, '전 부인의 현 남편'(참 복잡한 관계... -.-;;)인 양태의를 제법 높은 자리인 듯한 지방수령으로 임명합니다.
  자기 방에 죽은 줄 알았던 전 부인의 영정을 걸어두고 있고, 자기도 모르게 전 부인의 얼굴을 만지려 하고, 아무 것도 모른 채 졸지에 출세한 양태의에게 '부임할 때 부인과 딸을 데려가라'라고 회한에 찬 목소리로 말하기도 하기에, 냉혈한 같은 황제도 결국 감정이 있는 사람이구나 싶었는데... 혹시나 했더니만 역시나...  부하에게 의원 가족을 모두 없애라고 명령을 내립니다. (정말 잔인무도한 황제...!!)

 

 


 

  황후는 효심 깊은 둘째아들 '원걸'에게 황제가 자신에게 독약을 먹이고 있음을 알리고, 중양절 행사 때 반란을 일으키자고 제의합니다. 처음에는 아버지에게 반란을 일으킬 수 없다고 거절했던 '원걸'이지만, 어머니가 또 시간에 맞춰 독약을 마시는 광경을 보고 괴로운 나머지 결국 반란에 동참하기로 합니다.

 

 

 

  황후는 의붓아들이며 연인인 '원상'에게 반란군의 표시인 국화수가 붙은 옷을 입혀 '원상'이 반란군 손에 죽거나 다치는 것을 막으려합니다. 하지만 중양절 행사 때 반드시 그 옷을 입으라는 하는 황후에게서 뭔가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챈 '원상'은 안 입겠다고 버팁니다. 두 사람은 서로 입어라, 안 입겠다 하면서 몸싸움을 벌이다가...

 

 

 

  몸싸움 중 자연스레 신체접촉이 있게 되고, 결국은 뭔가 벌어질 것 같은 상황이 되어버립니다... -.-;;

 

 

 

  황후와 그대로 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두려운 '원상'은 도망쳐서 '소찬'에게 갑니다. (계모와의 불륜을 피하려고 도망쳐서는 누이동생과 불륜을 벌이다니, 도대체 이게 웬 운명의 장난... ㅠ.ㅠ)  '소찬'이 황후에 대해서 무심코 한 말 덕분에 황후가 반란을 꾀하고 있음을 알게 된 '원상'은 급히 궁으로 돌아가려 하는데, 하필이면 '소찬'의 부모인 양태의 부부가 방으로 들어오고...

 

 

 

  자신의 아들과 딸이 어떤 관계인지 알게되어 경악하는 '황제의 전 부인' 겸 '양태의의 현 부인'. -,.-  이 사람도 파란만장한 인생역정의 주인공입니다. 첫 남편은 출세에 눈이 멀어 자신과 친정식구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아들과는 생이별했는데, 둘째 남편과의 사이에 낳은 딸은 하필이면 첫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게 푹 빠져 '사랑밖에 난 몰라'를 외치는 중이니... 
 

 


 

  '원상'은 밤길을 말을 달려 궁으로 돌아와 황후에게 반란계획에 대해 따집니다. 이 소심남은 이 순간에도 반란을 일으키는게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 따지는 게 아니라, 반란이 일어나면 세상 사람들이 태자인 자신이 반란을 일으킨 걸로 오해할 게 너무 걱정되고 무서워 죽을 지경입니다. 도무지 한 나라의 태자가 될 만한 그릇이 아닙니다. -.-;;

  그렇게 황후와 옥신각신하던 '원상'은 너무 흥분한데다가, 황후의 반란으로 자신이 끝장날 거라는 절망감에 칼로 자해를 합니다.

 

 

 

  "제발 그만 해. 당신을 위해서야."라고 애원하는 '원상'.  그러나 "알고 있어. 하지만 어쩔 수 없어."라면서 곧 황제가 올 거라며 가버리는 황후.

 

 

 

  문병 온 황제가 "너와 황후의 일을 이미 다 알고 있다."라고 말하며 화를 내기는커녕 다정하게 대해주자 죄책감에 울음을 터뜨리는 '원상'. 결국 '원상'은 황제에게 황후의 반란계획을 다 털어놓게 됩니다.

  비록 피도 눈물도 없는 황제지만, 자기 때문에 생모와 생이별한 채 생모가 죽은 걸로 알고 있는 큰아들에게는 미안해서인지 관대한 태도를 보입니다. 또한 황후와 큰아들이 함께 불륜을 저질렀는데도, 황후에게만 독약을 먹이고 큰아들은 해치려 하지 않습니다. 물론 영화 결말에서 황제가 큰아들을 폐위하고 대신 둘째아들을 태자로 세우려 했다고 밝히기는 하지만, 적어도 큰아들을 죽이려는 시도는 하지 않습니다.

 

 


 

  드디어 중양절이 다가오고...  황후와 '원걸'은 '원상'이 반란계획을 알게 된 이상 황제도 알게되어 결국 자신들의 계획은 실패하리라는 것을 예감합니다. 그런대도 계획을 그대로 진행하기로 합니다. 황제의 성격을 알고 있는 두 사람이니만큼, 이제와서 계획을 포기한다고 해도 황제가 관대하게 넘어가주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너무 불안한 나머지 손이 떨려 장신구를 머리에 제대로 꽂지도 못했던 황후가 짐짓 밝게 "국화를 다 수놓았으니 한번은 피게 해야겠지."라고 말하고, '원걸'도 담담히 운명을 받아들이며 아주 잠깐 미소 짓던 장면이 이 영화에서 제일 멋진 장면이었던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