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드라마, 연극

송가황조(宋家皇朝) - 송씨 가문의 세 자매 (下)

Lesley 2008. 7. 6. 00:09

 

 

 

 '송가황조(宋家皇朝)'는 과연 드라마?

 

 

  비록 송가황조가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흥행에 성공하지 못 했지만, 나는 이 영화를 대학시절에 극장에서 본 후 비디오방에서 다시 봤고, 작년에는 인터넷으로 다운을 받아 다시 봤다. (그다지 인기있는 영화가 아니어서 인터넷에서 영화 파일 구하는데 꽤 애먹었음.)

  그런데 이 영화를 그렇게 몇 차례나 본 이유는 영화 자체가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어서는 절대로 아니다. -.-;;

  물론 1920~1940년대의 서양의복과 중국 전통의복 등 볼거리는 꽤 많은 편이었다. 하지만 유명한 송씨 자매의 이야기를 이미 아는 사람 입장에서는 역사적 사건을 순서대로 죽 늘어놓기만 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내용이 좀 밋밋했다. 장완정 감독은 이 영화를 '역사물'이 아닌 '세 자매의 드라마'로 봐달라고 했는데, 바로 그 '드라마적인 요소'가 부족했던 것이다...!!

 

  분명히 이 세 자매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로 옮길만할 요소가 충분하다.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허구적인 요소를 적당히 첨가하거나 세 자매의 심리나 행동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했더라면, 우리나라 TV나 영화의 단골 소재인 사도세자, 장희빈, 연산군의 이야기 같은 꽤 흥미로운 드라마가 되었을 것이다. 

  사도세자, 장희빈, 연산군의 이야기는 무슨 사골곰탕도 아니건만 벌써 TV에서 대여섯번씩은 우려먹었다. 그런데도 새로 드라마화할 때마다 어느 정도의 시청률이 나온다. 만일 새로 드라마화할 때마다 그 전의 드라마와 같은 내용이었더라면, 시청자들이 '어차피 아는 얘기잖아'하면서 외면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 드라마에서는 정신병을 앓던 사도세자가 나라의 앞날을 생각한 영조의 명령으로 뒤주에 갇혀 죽었는데, 새로 만든 드라마에서는 당파의 이익에 눈이 먼 못된 신하들이 개혁의 의지를 갖고 있는 멀쩡한 세자를 영조에게 모함하여 뒤주에 갖혀 죽은 걸로 새롭게 해석하기 때문에, 한편으로는 역사적 진위 논쟁을 불러일으키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신선한 재미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송가황조는 너무나도 역사적 고증에 충실하려고 애를 쓴 덕에, 드라마라고 하기보다는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재연해 낸 KBS의 'TV 한국사 전(傳)' 같은 느낌이었다. -.-;;

 

 

손문-송경령의 실제 결혼식 모습과 영화 속 모습.

송경령의 상의 칼라 빼고는 거의 같음.  

 

 

 

 

 

장개석-송미령의 실제 결혼식 모습과 영화 속의 모습.

장개석의 넥타이와 송미령의 면사포가 아주 미세하게 다를 뿐, 거의 같음.

 

 

 

 

 송가황조(宋家皇朝) OST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몇 차례나 본 이유는 영화 음악이 너무 좋았기 때문이다. ^^ 
  일본 출신의 유명한 뉴에이지 음악가인 기타로(喜多郞)가 작곡한 OST인 '송가의 세 자매(宋家の三姉妹)'는 정말 멋졌다. 어쩌면 한 곡, 한 곡, 그 곡이 나오는 장면과 그렇게 잘 어울렸는지...

 

 

 

 宋家의 三姉妹 - Main Theme

 

 

 孫文と慶齡

 

 

 孫文の遺言 

 

 

 

 

 대륙형 송가황조? 대만형 송가황조?

 

 

  이 영화는 두 종류의 편집본이 있다.

  요즘 몇몇 영화가 그러는 것처럼 극장에서의 상영 횟수를 감안하여 상영시간을 좀 줄인 영화관용 편집본과 상대적으로 시간적 제약이 적어서 감독 마음대로 편집한 DVD용 편집본(일명 '감독판')이 아니다.

  아무래도 이 영화의 주인공들이 중국 현대사의 실제인물들이다 보니, 장완정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 때 대륙쪽 정부와 대만쪽 정부 모두에게서 꽤 압력을 받았다고 한다. 서로 자기쪽이 중국의 정통적인 정부이고 상대방은 비합법적인 정부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 대륙에서는 장개석의 출연 분량을 줄이는 대신 손문을 부각시키기를 원했고, 대만에서는 장개석의 출연 분량을 늘이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 영화에는 두 종류의 편집본이 나오게 되었는데, 양쪽 정부가 우리나라에서 이 영화가 상영될 때 서로 자기네쪽 입맛에 맞게 편집된 것을 상영해달라고 요청(혹은 요구?)했다.

 

 

  그런데 정말 웃긴 건, 극장에서는 장개석의 비중이 제법 높은 편집본이 상영되고, 나중에 비디오로는 장개석의 출연분이 왕창 잘려나간 편집본이 나왔다는 점이다...!! -0-;; 

  우선, 송미령이 임종을 눈 앞에 둔 언니를 만나러 가려 하는 장면의 끝부분에서 송미령을 시중드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이 '공산당을 만나러 가다니, 지하에서 장 총통께서 노여워하실 겁니다'라고 만류하는 부분이 잘렸다. 그리고 송미령과 장개석이 함께 사냥을 즐기고 장개석이 송미령에게 꽃다발을 주는 장면은 10분 이상 되는데도 아예 통째로 잘려버렸다.

  영화관 상영분은 대만쪽 편집본으로, 비디오 출시분은 대륙쪽 편집본으로 하자는 황당한 생각을 우리 정부가 했는지, 영화수입사에서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양쪽 모두를 만족시켜주려는 그 처절함(?)에 정말 기가 막혔다...!! ㅠ.ㅠ

 

 

 비디오 출시분에서 바로 이 사냥 장면이 인정사정없이 통째로 가위질 당했다는... ㅠ.ㅠ


  이 영화를 최근에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봤는데, 그 인터넷 파일분에는 저 사진에 나오는 사냥장면은 다 나오지만, 송미령을 시중드는 사람이 '공산당을 만나러 가다니요. 지하에서 장 총통께서 노여워하실 겁니다'라고 만류하는 장면은 애매하게 처리했다. (그 장면과 그 다음 장면 넘어가는 중간에 소리도 엄청 작게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버림. 이건 또 무슨 상황?  -0-;;) 

 

 

 

 

 구시대 여인들의 전족(纏足)과 송경령의 발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나름대로 집중해서 봤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신문에 실린 김대중씨(당시는 대통령 되기 전 야당 총재 시절이었음)의 글에 전혀 기억이 안 나는 장면에 대한 언급이 있어 당황스러웠다. (한 장면 정도 놓칠 수도 있고 놓쳤다한들 그게 무슨 큰 일도 아닌데,  왜 그 때는 당황스럽기까지 했을까... 아직 어려서 사소한 것에 상처받고 흥분했었나? ^^)
  그 글은 여성들의 사회적 권리와 지위에 관한 글이었는데, 세월이 흐르며 여성의 지위가 향상된 것에 대한 예로 송가황조를 들었던 것이다. 즉, 송경령이 손문과의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 몰래 야반도주하자 두 할머니(친척 할머니들로 보임)가 도망치는 송경령을 부르며 따라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구시대의 여성인 할머니들은 전족을 해서 불안하게 뒤뚱뒤뚱 따라가는데, 신시대의 여성인 송경령은 건강한 발로 힘차게 뛰어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서로 다른 발을 클로즈업해서 보여줌으로써 억압받던 여성과 자유를 누리는 여성을 비교하더라는... 대충 그런 내용의 글이었다.

 

 

  흐음... 할머니들이 송경령 쫓아가던 장면은 기억이 나는데, 할머니들의 발과 송경령의 발이 클로즈업 되는 장면이 있었던가?  나중에 비디오로 다시 보니 정말 그런 장면이 있었다. 파릇파릇하게 젊은 대학생이 다 늙은 할아버지보다 못하구나 하며 한숨 짓던 기억이 난다. ^^

 

 

부모가 결혼을 반대하며 방에 가두자, 몰래 발코니를 넘어 탈출하는 장면.

(그런데 제법 낭만적(?)인 이 발코니 사건은 실제로는 일어나지 않았다고 함. 손문과 송경령이 가족의 반대로 어렵게 결혼을 했기 때문에 이런 일화가 있다고 소문이 나버렸다고... -.-;;)

 

 

야반도주하는 경령을 전족한 발로 뒤뚱뒤뚱 열심히 쫓아가는 할머니들...

 

 

할머니의 전족한 발과 송경령의 건강한 발.

 

 

송가황조(宋家皇朝) - 송씨 가문의 세 자매 (上)(http://blog.daum.net/jha7791/149832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