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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의 발견(3) - 동사서독(東邪西毒)

Lesley 2008. 6. 7. 16:06

 

 

 

 

 

 

  아마 김용의 무협물을 읽은 사람들은 동사서독의 '동사'와 '서독'이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사실 나는 사조영웅전과 신조협려를 안 읽어봤는데(그나마 신조협려는 2006년판 드라마 - 황효명, 유역비 주연 - 로 봤음.), 김용의 열렬한 팬에게 들은 말로는 동사와 서독이라는 인물이 엄청난 무예 고수인 모양이다. 단, 東邪, 西毒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잔인한 무공을 쓰는 인물이라 한다.

 

 

  그런데 왕가위 감독은 김용 소설 속의 동사, 서독 이야기를 각색해서 원작과 전혀 다른 내용의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왕가위 감독이 처음 생각했던 스토리에서는 동사가 임청하, 서독이 왕조현이었다...!! -.-;;

  동사와 서독이 모두 한 남자(장국영)을 사랑하는데, 한 사람은 낮에만 나타나는 요괴이고 다른 한 사람은 밤에만 나타나는 요괴여서, 불쌍한 장국영은 낮에도 밤에도 잠을 잘 수가 없고, 게다가 두 요괴 중 한 사람을 사랑하는 양가휘까지 질투심으로 장국영의 목숨을 노린다는 내용이었다.

  (오래 전에 영화잡지 '스크린' 과월호에서 봤던 내용이라 기억이 가물가물~ 혹시 너무나 궁금하신 분은 청량리 홍릉 옆에 있는 영화진흥공사를 찾아가서 거기에 보관 중인 '스크린'-창간호부터 전부 다 있음-을 보시기를... 신분증만 가져가면 출입가능함.)


  하지만 영화 촬영 작업은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다.

  각자 이름값 하느라 엄청 바쁜 여러 스타들(장국영, 양조위, 임청하, 장만옥, 유가령, 장학우, 양가휘, 양채니 등 한가닥하는 홍콩배우들 총 출동...!!)이 홍콩에서 중국 내지의 사막을 오가며 촬영할 시간을 맞춘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왕가위 감독의 스타일이 미리 줄거리 생각해서 대본을 만들어 영화 찍는 게 아니라, 생각나는대로 즉석에서 몇 줄의 대사 가지고 찍고나서 마음에 안 들면 그 동안 찍은 것을 모두 버리고 다시 찍는 식이었으니, 촬영 진도가 지지부진했다.
  결국 왕조현이 무려 2년이나 질질 끄는 제작기간에 질린 나머지 중간에 나가버리고, 그 대신 양채니가 투입되기도 했다. 또한 홍콩영화가 아직 잘 나가던 시절 왕가위 감독의 명성만 믿고 아직 완성도 안 된 동사서독의 수입을 추진했던 우리나라 수입사는, 영화 제작이 지연되는 통에 거액이 묶여 부도나버렸다는 황당한 상황도 생겼다. -0-;;

 

 

  그렇게 우여곡절 겪으며 완성된 영화의 줄거리는 원작인 김용의 소설과는 물론이요, 처음 왕가위 감독이 생각했던 줄거리(임청하, 왕조현이 동사, 서독이라는 내용)와도 완전히 다른 내용이었다. (영화 줄거리까지 설명하자면 너무 장황해지니, 인터넷을 참조하기를... 인터넷에 동사서독 줄거리가 많이 올라와 있음.)

 

 

  내가 동사서독을 알게 된 것은 '장국영의 발견(2) - 아비정전'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고3 수능시험 끝난 때였다.

  같은 반 친구의 집에 놀러가서 비디오를 한 편 보다가 왕가위 감독의 '동사서독' 예고편을 봤다. 세상에, 내 사랑 장국영은 물론이고, 위에 썼듯이 유명한 홍콩배우는 죄다 나오는데 놀랐다. (그런데 잠시 다른 얘기를 하자면, 함께 비디오 봤던 친구가 누군가 자기보고 동사서독에 나오는 양채니 닮았다고 했다 해서 내가 엄청 황당해했던 기억이 남. -0-;;)

  그 후로 마땅한 기회가 없어 동사서독을 못 보다가, 대학에 간 후 새로 붙인 취미 '나 홀로 비디오방 가기'의 일환으로 동사서독을 보게 되었다.

 

 

 ※ 비디오방 하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추억

  비디오방이 처음 생겼던 때만 해도, 정말 '순수하게' 비디오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갔지, 연인들이 모텔 대신 사용하러 가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비디오방 문화가 점점 요상하게 변해갔다.

  어느 토요일, 친구와 명동에서 만나 비디오 한 편 보기로 했다. 하지만 주말이어서 비디오방마다 사람들이 가득차, 몇 군데나 돌아다니다가 겨우 자리가 난 곳을 찾았다.  방을 배정받고 문을 연 순간, 우리 둘 다 뒤로 넘어갈 뻔했다. 침대 겸용 쇼파 위에 '담요'(!)가 한 장 있었기 때문이다...!! -0-;;

  더 웃긴 건, 그 비디오방 이름이 '친구랑 비디오방' 이었다는 점이다... (도대체 친구랑 함께 침대 같은 쇼파 위에 누워 담요까지 덮고 뭘 하라는 건지? -.-;;) 내 친구는 그 담요를 몇 사람이나 사용했을지, 그리고 과연 세탁을 하긴 하는 건지 궁금해했다... -.-;;

 

 

  그런데 동사서독을 처음 봤을 때는 다 보고나서도 도대체 무슨 내용인지 하나도 알 수가 없었다.
  3번째 볼 때에야 겨우 줄거리가 이해가 갈 정도였다. 주인공들이 워낙 많고 그 주인공들간의 관계가 얽키고 설켜 있는데다가, 특이하게 영화가 시간적 순서와는 거꾸로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영화는 비슷한 시기에 개봉되었던 같은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 '타락천사'만큼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했다.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 만큼 가벼운 기분으로 볼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중경삼림과 타락천사가 한국에서 흥행에 성공해서 왕가위 감독의 이름값이 올라간 덕에 얼떨결에 수입, 개봉된 게 분명했다. (좀 황당한 것은, 동사서독을 몇 년씩이나 제작하느라 지친 왕가위 감독이 동사서독 찍다 남은 필름으로 기분전환 삼아 두 달만에 뚝딱뚝딱 찍은 영화가 바로 흥행에 성공한 '중경삼림'이라는 점임. -0-;;)
  하기야, 중경삼림이나 타락천사가 스토리가 탄탄해서 성공한 게 아니고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으로 성공했듯이, 동사서독도 음악은 정말 웅장하고 멋졌고(OST를 구입해서 주구장창 들었는데, 나중에 본 중국 영화나 드라마에 이 동사서독의 OST를 배경음악으로 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걸 보니, 나 혼자만 OST에 빠진 건 아니었던 듯...), 드넓은 사막을 배경으로 강한 햇살이나 푸른 물결을 이용하여 화면을 붉게 또는 푸르게 물들이는 영상도 훌륭했다.

 

 

 

 그리고 음악만큼이나 훌륭했던 대사들...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술 한 병을 주었는데 술 이름이 취생몽사(醉生夢死)야.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란 말도 하더군.
 잊을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이 새로울 거라 했어.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 황약사(양가휘)의 대사 중 -

 

 


 가장 잔인하게 죽이는 방법은 그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죽이는 거지.
 거절 당하기 싫으면 먼저 거절하는 게 최선이다.

 그래서 돌아가지 않았다.


                                                        - 구양봉(장국영)의 대사 중 -

 

 


 전에는 사랑이라는 말을 중시해서 말로 해야만 영원한 줄 알았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하든 안하든 차이가 없어요.

 사랑 역시 변하니까요.
 난 이겼다고 생각해 왔어요.
 그러던 어느 날 거울을 보고 졌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죠.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  자애인(장만옥)의 대사 중 -

 

 

 
 함께 떠나는 그들을 보니 질투가 났다.
 나에게 똑같은 기회가 있을때 왜 포기했는지 모르겠다.

 

                                                         - 구양봉(장국영)의 대사 중 -

 

 

 

 그녀의 곁을 떠날때면 항상 비가 왔다.

 슬퍼서 비가 온다고 말했던 그녀는 나중에 내 형과 결혼했다.

 그녀가 결혼하던 날, 나는 백타산을 떠났다.

 

                                                          - 구양봉(장국영)의 대사 중 -

 

 

 

장국영의 발견(1) - 패왕별희(覇王別姬)(http://blog.daum.net/jha7791/14823020)

장국영의 발견(2) - 아비정전(阿飛正傳)(http://blog.daum.net/jha7791/14823073)
장국영의 발견(4) -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1(
http://blog.daum.net/jha7791/15375506)
장국영의 발견(5) - 백발마녀전(白髮魔女傳) 2 : 천하무적(
http://blog.daum.net/jha7791/153759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