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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신각라 부걸-사가 히로 부부

Lesley 2006. 12. 23. 22:50

 

  작년 중국배낭여행 중에 일본이 세운 괴뢰국인 만주국의 수도였던 장춘에서 마지막 황제 부의의 일생에 관한 VCD를 구입했습니다.  그 중 중국판 '영친왕-이방자 부부'라 할 수 있는 '애신각라 부걸-사가 히로' 부부에 관한 것을 캡쳐해서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 드라마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를 보신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참고로, 이 드라마는 애신각라 부걸과 사가 히로의 결혼에 대해 꽤 낭만적으로 미화한 편임.), 부걸은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이며 괴뢰국인 만주국의 황제로 유명한 '부의'의 친동생입니다. 일본 정부와 관동군은 마침 부의가 자식을 낳지 못하는 점을 이용하여, 일본의 피가 섞인 아이를 부의의 후계자로 만들어 만주국을 영원히 일본에 묶어두기 위해, 부의의 동생 부걸과 일본 왕실의 친척인 사가 후작의 딸 히로를 정략결혼시켰습니다.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1(http://blog.daum.net/jha7791/15790473)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2(http://blog.daum.net/jha7791/15790474)

 


 <사가 히로>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에서는 어려서부터 온갖 풍파 다 겪고 자라 의심 많은 부의가 일본인인 히로는 무척 싫어하지만, 부걸은 무척 믿고 의지하는 것으로 나옵니다. 하지만 그것은 드라마상의 설정일 뿐이고, 부의의 조카인 애신각라 육당이 쓴 수기를 보면 부의는 일본인과 결혼했다는 이유로 친동생인 부걸도 의심해서, 육당을 비롯한 조카들에게 부걸을 잘 감시하라고 일렀을 정도입니다. 

  육당은 히로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현모양처형의 여자로 남편에게 무척 헌신적이었다'고 호의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습니다.

 

 

 

 <부걸과 히로의 결혼식>

 




  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고 만주국도 무너지자, 공산국가인 소련보다는 미국에 항복하는 게 훨씬 낫다는 판단을 한 부의는 부걸을 비롯한 몇몇 친척, 부하들을 이끌고 미군이 점령한 일본으로 탈출하려 합니다. 하지만 결국 소련군에게 체포되어 몇 년 동안 억류되었다가, 중국으로 넘겨져 전범수용소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그 동안 일본으로 탈출한 히로는 남편의 소식을 모른 채 친정에서 두 딸을 키우며 살게 됩니다. 
  그런데 부걸, 히로의 장녀가 당시 중국 총리인 주은래에게 아버지와 연락하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냅니다. 주은래가 그 청을 받아들여 히로는 남편과 연락을 할 수 있게 되고, 부걸이 전범수용소에서 석방된 후에는 주은래의 호의로 아직 일본과 미수교 상태였던 중국을 방문하여 극적으로 남편 부걸과 상봉하게 됩니다.
  하지만 장녀는 그 전에 일본에서 자살했기 때문에 아버지를 만나지 못 합니다. 

 

 

 

 <부걸, 히로의 장녀>

 



 

  드라마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에는 장녀가 자살한 원인이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고 있고, 육당의 수기에도 '봉건적인 가정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했다'라고 애매모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이 VCD를 판매한 장춘의 박물관 직원의 말로는,  일본에서 성장한 장녀가 일본 청년과 좋아하게 되었지만 부모가 반대했기 때문에 자살했다고 합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은 부걸, 히로가 차녀의 결혼 문제는 간섭을 하지 않아 차녀는 일본인과 결혼하여 일본에서 살았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VCD를 판매한 박물관 직원이 마침 조선족이어서 운좋게 설명을 들을 수 있었음.)

 

 

 

 <히로와 차녀>

 


  16년 동안 헤어져있던 부걸을 만나기 위해 1961년 중국 방문했을 때의 모습인 듯... 

 

 

 

<차녀의 결혼식>

 


 차녀는 히로의 여동생의 아들, 즉 이종형제와 결혼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는 히로와 옆에서 바라보는 부걸>

 


 

   부걸과 히로는 어렵게 재회한 뒤 북경에서 조용히 살았습니다.
   일본에서 사는 차녀가 때때로 중국으로 부모를 찾아왔습니다.

 

 

 

 <차녀와 함께 한 부걸 부부>

 

 


 <자살한 장녀의 사진>



  두 사람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본인들의 뜻과 상관없이 주위의 압력으로 결혼했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의 조국의 관계가 최악이었기에, 평범한 부부라면 겪지 않을 어려운 일들을 겪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그것이 서로 간의 정이나 의리 때문이었는지, 한번 결혼했으면 이혼은 절대로 안 된다는 그 시절 사람다운 생각 때문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온갖 풍파를 겪으면서도 가정을 지키며 해로했습니다.

 

 <말년의 부걸과 히로>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1(http://blog.daum.net/jha7791/15790473)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2(http://blog.daum.net/jha7791/157904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