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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2

Lesley 2009. 2. 9. 18:29

 

 

 드라마 줄거리(2)

 

 

 

  그렇게 부걸과 일본의 가족들은 서신왕래를 하면서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졌지만, 재회하기 전에 장녀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   http://blog.daum.net/jha7791/10320185)

 

 

 

         부걸-히로의 장녀의 자살사건을 다룬 신문 기사

  

  그리고 여전히 일본과 중국이 미수교인 상황에서, 이 가족의 서신왕래를 허락했던 중국 총리 주은래가 다시 한번 이 가족을 배려해주어 헤어진지 16년만에 상봉하게 된다. 히로는 차녀를 데리고 중국 광주로 가서 남편을 만나게 된다.

 

 

 

  

         16년만에 재회한 부걸과 히로, 차녀

 

 

  그 후로 부부는 북경에서 단란하게 살았지만, 차녀는 어린 시절 일본 패전 직후에 중국을 1년 넘게 떠돌며 고생했던 기억 때문에 계속 일본의 외가에 머물렀다... 라고 드라마에서는 설명한다.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물론 그것도 이유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 가족이 상봉한 때가 1961년인데, 당시 한국전쟁 특수를 계기로 한창 경제발전을 이루던 시기의 일본에서 성장한 차녀가, 일본과는 달리 매우 가난한데다가 무모한 대약진운동으로 사회가 엉망이 되는 조짐이 슬슬 보이던 중국에서 살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듯 하다. 

 

 

 

         드라마 끝부분에 나오는 노년의 부걸, 히로 부부의 실제 모습

 

 

   16년이나 떨어져있다가 해후했던 부부는 북경에서 평생을 해로했다.  히로가 천수를 누린 후 세상을 뜨고 몇 년 후에 부걸 또한 세상을 떴다.  

  

 

         아내 히로의 장례식에서 통곡하는 부걸

 

 

 

 

  

 그러나 이 드라마를 보다보면 좀 불편해진다. 

 

 

 

  일단, 역사 속의 인물을 시사프로그램이 아닌 드라마에서 다룰 때 흔히 생기는 문제인데...
  무거운 시대적 상황보다 주인공들의 개인적인 상황(부부간의 애정, 믿음, 갈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정략결혼의 희생물인 주인공들은 약혼 및 결혼의 과정에서 비현실적일 정도로 낭만적이고 순수하게 그려진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있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바보 취급 당할 것이 분명함.  -.-;;)

 

 

 

  게다가 군국주의 시절 가해자인 일본이 만든 드라마라는 한계도 갖고 있다.
  즉, 일본이 군국주의 시대에 저지른 과오는 얼렁뚱땅 넘겨버리고, 그런 경향은 드라마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심해진다.  일본 관동군이 중국 민중에게 저지르는 패악이래봤자, 시장에서 좌판 깔고 야채 장사하는 여자의 야채를 제멋대로 빼앗아 가고, 허름한 중국식당에서 밥 먹고는 돈을 내지 않은 채 오히려 큰 소리 탕탕 치는 정도다. (이 드라마 하나만 보면, 관동군이라는 군대가 731부대 만들어 인류역사상 끔찍한 인체실험을 자행한 것들이 맞나 싶을 정도임.)

  그에 비해, 일본인과 친일괴뢰정권인 만주국에 대항하는 중국인들은 눈에 광기가 번뜩이는게 무슨 과격 테러분자 정도로 보일 정도다. 1부 끝부분에서 중국인들이 반일봉기 일으키는 장면과 2부에서 일본의 패전과 만주국의 패망으로 중국인들이 궁 안으로 들어와 친일파를 처단하라고 하는 장면에서는 '천박하고 무지몽매한 민중이 미쳐 날뛴다'는 느낌 밖에 안 든다. -.-;;  (그런데 쓰다 보니 어쩐지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라고 하고, 촛불시위를 좌익세력의 사주 받은 무식한 민중들이 부화뇌동하는 걸로 규정해버린 우리나라의 일부 한심한 인간들 이야기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래서 역사는 되풀이 된다고 하는 건가... -.-;;)

 

 

 

 

 

 하카세 타로(葉加瀬太郎)의 OST 

 

 

 

  나는 이런 저런 이유로 이 드라마의 내용은 그다지 마음에 들어하지 않지만, 이 드라마의 OST만큼은 정말 최고였다...!

  일본의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프로듀서인 하카세 타로가 담당한 이 OST를 꼭 갖고 싶었지만,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정식 발매되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었다. 다행히도 친구가 재작년이었던가, 그 전해였던가... 하여튼 내 생일선물로 홍콩에서 OST를 주문해준 덕에 겨우 손에 넣었다. ^^

 

 

 

  모두 13곡으로 이루어진 이 OST 중 내가 특히 좋아하는 것은 3곡이다.

  우선, 탤런트 이영애가 출연한 아이오페 CF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된 덕에 우리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알려진 Main Theme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 덕분에 스케일 큰 영화의 OST라고 해도 좋을 정도이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히로가 처음으로 부의를 만날 때 부의의 시종이 춤추던 장면에서 나왔던 ダンス・オブ・ジパング (Dance of Zipang)은 Main Theme만큼 웅장하면서도 뭔가 퇴폐적인 느낌도 묻어나오고(나 요즘 왜 퇴폐적인 것에 은근히 마음이 끌릴까...? ^^;;), 종말을 향해 치닫는 일본 군국주의와 만주국의 운명이 느껴지는 듯한 기분도 드는 곡이었다. 

  마지막으로 부걸의 친한 일본인 친구가 전쟁터로 떠나는 장면과 전사하는 장면에서 나왔던 悲歌는 중국 전통악기인 얼후로 연주한 곡인데, 悲歌라는 곡명이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비감 어린 곡이다.

 

 

 

         ダンス・オブ・ジパング (Dance of Zipang)이 흐르던 장면.

         부의의 동성애 상대로 나오는 시종이 춤을 추며 관능적이면서도 퇴폐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虹を架ける王妃)

 

 

 

  부걸-히로 부부는 우리나라의 영친왕-이방자 부부와 동시대 인물이었고, 비슷한 상황에서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정략결혼의 희생물이 되어 험난한 인생을 살아야 했다. 그래서 영친왕-이방자 부부의 인생을 그린, 역시 일본 드라마인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를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와 비교하여 포스팅할 생각도 했었는데, 그만 두기로 했다.

  이런 저런 것들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어도, 그래도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는 중국과 일본 사이의 과거사를 소재로 했기에 그냥저냥 봤다. 하지만 '무지개를 건너는 왕비'는 우리나라와 일본 사이의 과거사를 다뤄서 그런지 거슬리는 점이 더 많이, 더 두드러져 보였다.  그리고 3류 멜로드라마 같은 결말은 정말 눈뜨고 봐줄 수가 없었다... ㅠ.ㅠ  광복 후 영친왕이 한국으로 돌아갈 기회가 있었지만 일본인 아내와 일본인의 피가 섞인 아들을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일본에 잔류하는 걸로 나오는데, 이건 완전히 신파극이다...! ㅠ.ㅠ

 

 

유전의 왕비, 마지막 황제 - 1(http://blog.daum.net/jha7791/15790473)

애신각라 부걸-사가 히로 부부(http://blog.daum.net/jha7791/103201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