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인 기숙사의 수위 아줌마

Lesley 2009. 5. 10. 09:27

  

 
  지난번 소개했던 '신주와 신주의 룸메이트들'(http://blog.daum.net/jha7791/15790492)을 만나기 위해 중국학생 기숙사에 갔다가, 수위 아줌마가 통과시켜주지 않아서 들어가지를 못 했습니다.

  알고보니 그 기숙사에 살지 않는 사람이 기숙사 안에 들어갈 수 있는 날은 주말 뿐이라고 합니다. ㅠ.ㅠ
  나중에 제 푸다오(과외) 선생 중 한 명인 '징신'에게 기숙사에 못 들어갔던 일을 얘기하자, 징신이 기숙사 수위 아줌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위 아줌마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을 얘기해줬는데...

 

 

 

  먼저 수위 아줌마들의 임무에 대해 설명하자면...


  각 기숙사마다 수위 아줌마(물론 남자 기숙사의 경우는 수위 아저씨)가 계십니다.

  한 기숙사에 2,3명이 배치되어 서로 교대근무하며 밤낮으로 기숙사를 수호(?)하시고, 밤 10시 40분이 되면 기숙사 문을 잠가서 학생들이 밖으로 나가거나 외부인이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고 합니다.
  중국 기숙사는 많은 사람이 지내는 공간이어서(특히 8인실 쓰는 건물의 경우 당연히 사람이 우글거릴 수 밖에 없음) 도난사고 같은 불상사를 막기 위해 외부인의 출입을 최대한 막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외부인이 기숙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주말인 토, 일요일에만 가능합니다.  그것도 그냥 출입하게 하는 게 아니라, 수위실에 들려 신분증을 보이고 방명록 비슷한 것에 자신의 이름 및 소속을 등록한 후에만 출입이 가능합니다.

 

 

 과도하게 규칙을 지키는 수위 아줌마


  그런데 간혹 자신의 임무에 지나치게 충실하신 분이 있다고 합니다.

  어느 날 어떤 여학생이 앓아누워 걱정이 된 그 부모님이 딸의 상태를 살피러 오셨건만, 수위 아줌마가 '오늘은 주말이 아니니 외부인은 출입금지다' 라며 기어이 기숙사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부모님은 부모님대로 계속 딸을 만나야겠다고 했고, 결국 앓아누운 학생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기숙사 밖으로 나가 부모님을 만나는 사태가... -.-;;

 

 

 수위 아줌마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


  또한 징신이 사는 기숙사 아줌마는 학생들 얼굴과 이름을 잘 외우는 분이라고 합니다.


  어느 날 어떤 남학생이 엄청나게 큰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는 그 기숙사 앞에 서있었는데, 그 남학생의 애정의 대상인 여학생은 남학생에게 별 관심이 없었는지 안 나타나더랍니다. 

  남학생이 애타게 기다리는 여학생은 안 나타나고, 그 남학생이 들고있는 어마어마한 꽃다발과 선물을 보고 호기심이 동한 행인들만 꾸역꾸역 모여들기 시작했답니다.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임.  중국인들의 엄청난 호기심... 무슨 사건이라도 생기면 엄청난 인파가 모여들어 장시간 흩어지지 않음. ^^;;)  마침내 그 기숙사 안의 여학생들도 모두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는 '도대체 저 남학생이 만나려는 여학생이 누구냐' 며 설왕설래하게 되었고...

  결국 수백명은 될 듯한 사람들이 기숙사 앞에서 와글거리게 되어, 기숙사 앞을 지나치려던 자동차가 인파에 치여서 움직이지 못 하는 지경까지 되었다고 합니다. -.-;; 

 

  그러다가 그 남학생이 어떻게든 여학생을 만나겠다고 기숙사 1층 로비로 들어섰는데...

  역시나 그 여학생이 어떤 사람이기에 남학생이 저러나 궁금해진 구경꾼들도 따라서 들어가는 통에, 1층 로비가 미어터질 판국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기숙사를 수호해야 한다는 의지가 철철 넘쳐나는 이 기숙사의 수위 아줌마가 엄청난 행동을 하셨습니다.  수백명의 사람들을 일일이 붙잡고 얼굴을 확인하며 '넌 우리 기숙사 사는 애 맞구나', '넌 아니잖아'하며 그 기숙사 사람이 아닌 사람을 문 밖으로 밀쳐내신 겁니다...! !(징신이 이 부분을 얘기하며, 수위 아줌마가 사람들을 잡아채서 얼굴을 확인하고 그 기숙사 사람 아닌 사람은 마구잡이로 밀어내는 것을 흉내내는데 정말 웃겼음. ^^)  기숙사 학생들은 '우리 아줌마 정말 대단하시다...!' 하며 감탄하고... ^^  
  이 사건은 징신이 사는 기숙사에서 작년에 벌어졌던 일인데, 흑룡강대 전체에 무슨 전설처럼 퍼진 이야기라고 합니다. ^^


 

PS. 

  중국에서 다음 블로그가 차단되어 2주간 접속 못 하다가, 이제는 중간고사도 끝났겠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오늘 처음으로 포스트를 올렸습니다. (아, 물론 지난번 올린 드디어 블로그에 접속하는데 성공했다는 짤막한 글을 빼고 말입니다...^^;;),  

  그런데 역시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포스팅하려니 힘들군요. 계속 에러가 나는 통에 몇 번이나 글을 날렸습니다.  사진 한 장도 없는, 그저 글만 있는 포스트인데도 에러가 나는 것을 보니, 역시 비정상적으로 블로그에 접속해서 접속 상태가 불량스런 모양입니다.

  에구구.... 어서 다음 블로그 차단이 풀리기만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