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흑룡강대학 교정의 봄꽃

Lesley 2009. 5. 13. 01:25

 

 

  '눈과 얼음의 도시'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하얼빈은 4월 중순까지도 추웠습니다.

  분명히 봄이라는데 전혀 봄 같지 않은 봄...  이 곳 중국학생들에게 봄이 도대체 언제 오느냐고 물어보면, 태연한 표정으로 '지금이 봄이야.' 라고 대답합니다.  이게 무슨 봄이냐고 반문하면 '이게 바로 하얼빈이야.' 라고 대답합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愚問賢答)입니다. ^^;;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이 무슨 뜻인지 정말 실감나게 해주는 봄이었습니다.

 

  그런 하얼빈에도 4월 말부터 슬금슬금 개나리가 피어나더니, 5월에 들어서서는 흑룡강대학 여기저기에 봄꽃이 만발하게 되었습니다.

  그간 블로그에 접속을 못 하게 된 통에 좀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흑룡강대학을 물들인 봄꽃들을 소개할까 합니다. ^^

 

  

봄의 전령답게 제일 먼저 피어난 개나리... 

 

  개나리는 다른 봄꽃처럼 화려하거나 향기가 특별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봄꽃의 대표주자는 역시 개나리인 듯 합니다.^^

 

  

흑룡강대학 직원 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백매화...가 아니고 '백매화로 추정되는 꽃'... ^^;;

 

   제가 식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눈썰미도 정말 없는 사람이어서, 도무지 매화와 도화(복사꽃, 복숭아꽃)을 제대로 구별할 수가 없습니다.

  이 학교의 중국인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자신들도 매화와 도화를 구별할 수 없다고 해서, 도무지 무슨 꽃인지 알 도리가 없습니다.  혹시 무슨 꽃인지 확실히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립니다. ^^

 

 

    

역시 교직원 아파트 화단에 피어난 홍매화(혹은 홍매화로 추정되는 꽃... ^^;;)

  

 

C취와 B취에 만발한 복사꽃 중 흰 복사꽃.

 

  한 그루 한 그루 외따로이 있는 게 아니라, 무리지어 서 있어 정말 화려합니다.

  푸다오(과외) 선생 말로는, 원래 하얼빈은 추운 지방이라 복숭아나무가 살 수 없는 곳인데, 남쪽 지방의 복숭아나무를 하얼빈에 옮겨 심은 것이라 했습니다. (요즘 하얼빈도 지구온난화로 자꾸 온도가 오른다는데, 그 영향으로 복숭아나무가 하얼빈에서도 복사꽃을 피우는 게 가능한 걸까요?) 

 

 

흰 복사꽃과 함께 화려함을 자랑하는 붉은 복사꽃.

 

  붉은 복사꽃이 잔뜩 핀 것을 멀찍이서 보면 '불타오르는 것 같다'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습니다. 

 

 

자... 드디어 하얼빈을 상징하는 꽃, 정향꽃...!

 

  솔직히 정향꽃을 처음 봤을 때는 좀 실망했습니다.

  뭔가 굉장히 화려한 꽃을 상상해서, 실제 모습이 기대에 미치지 못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수수해보이는 모습과는 달리 향은 굉장히 좋습니다.  장미향처럼 지나치게 진하지도 않고, 개나리처럼 있는 듯 없는 듯한 향내도 아니고, 라일락 향기에 가까운 향이 은은하게 나서 정향꽃 근처를 지나갈 때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 (알고보니 정향꽃이 라일락의 한 품종이었음... ^^;;)

 

 

정향꽃을 좀 더 가까이서 본 모습.

 

  멀찍이서 보면 보라색에 가깝지만, 가까이서 보면 흰색도 제법 섞여 있습니다.

  제 푸다오 선생인 '진쥔'의 말로는 중국의 어떤 유명한 시인이 정향꽃을 예쁜 소녀에 비유한 시를 지었기 때문에, 중국인들은 정향꽃하면 예쁜 소녀를 연상한다고 합니다.  이렇게 가까이서 정향꽃을 보니, 매화나 복사꽃처럼 화려하지 않으면서 은은한 자태와 향내를 내뿜는 것이, 성인 여성 같은 성숙미는 없지만 대신 앳되고 순수한 모습이 매력적인 어린 소녀를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