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인 학생 기숙사 방문

Lesley 2009. 4. 5. 09:49

 

 

  먼저번 우리에게 도서관을 비롯하여 흑룡강대학 교정의 여기저기를 안내해줬던 B의 중국인 친구 '신주'(http://blog.daum.net/jha7791/15790488)가 초대해줘서, 지난 주 일요일(3월 29일)에 B와 S와 함께 신주의 기숙사 방을 방문했습니다.
  중국인 기숙사와 외국인 기숙사가 분리되어 있는 통에, 모두들 중국인 기숙사는 어떨까 가슴 두근거리며 탐험이라도 하는 기분으로 다녀왔습니다. ^^

 


  그런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S의 러시아인 룸메이트 '오우리야'(http://blog.daum.net/jha7791/15790491)에 얽힌 사연 한 가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번에도 먼저번처럼 다른 일행보다 약속장소에 조금 더 일찍 가서 신주와 잠깐 얘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외출했다가 기숙사로 돌아오던 오우리야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와 인사말 몇 마디 나누던 오우리야는 신주가 중국인임을 알고는 질문을 하나 하더군요.

 

  사실 그 질문은 거기에서 만나기 며칠 전에 B, M, S, 나, 오우리야가  B와 M의 방에서 맥주 한 캔씩 하면서 여인네들끼리의 수다를 즐겼을 때 오우리야가 했던 이야기의 연속선상에 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이날 남정네들은 한중문화교류협회의 중국인 학생들과 자오즈(만두) 만들기 모임에 갔음. 그리고 모임에서 일찍 돌아온 T가 고맙게도 우리를 안 잊고 푸짐하게 챙겨다준 만두는 우리들의 술안주가 되었음. ^^) 
  그 날 나왔던 얘기는, 하얼빈에 온 러시아인 유학생들이 자유분방하다 못 해 무례하기까지 한 러시아의 동방지역 사람들이다 보니, 중국인들에게 러시아 여자들은 헤프다는 인상을 줘서, 중국 남자들 중에 러시아 여자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오우리야 자신도 러시아와 중국간 무역의 통역을 맡은 적이 있는데, 교육 수준과 현재의 지위가 제법 높은 중국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어 불쾌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거부하자, 오히려 그 중국인 쪽에서 놀라워하며 '러시아 여자들은 원래 이런 것 좋아하지 않느냐'라고 했다 하더군요. (이래서 외국 나가는 사람들은 행동거지에 각별히 유의해야 함. 부적절하게 처신하면, 자신만 욕먹는 게 아니라 조국의 얼굴에 먹칠하게 됨. 외국 나가서 성적으로 문란한 행동하는 사람들, 자신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현지인들 앞에서 보란 듯이 돈 펑펑 쓰는 사람들, 음주가무를 즐기는 수준을 넘어서서 추태를 보이는 사람들, 제발 모두들 반성 좀 하시오...!)

 

  오우리야는 신주에게 "45살이나 된 중국 남자가 나한테 저녁식사를 함께 하자고 한다. 이런 것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여야 하는가"하고 물었고, 신주는 거의 뒤집어질 정도로 깔깔대며 웃더니 "45살짜리 남자가 젊은 여자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

 

 

  흑룡강대학의 중국인 학생 기숙사는 2인실, 4인실, 8인실로 나뉘어 있습니다.
  8인실이 당연히 가장 저렴하고, 4인실은 8인실 가격의 두 배, 2인실은 4인실 가격의 두 배입니다. 4인실 기준으로 1년치 기숙사비가  1,200위안(한화 약 252,000원)이라 하니, 우리 유학생 기숙사의 한달치 방값도 안 되는 금액으로 1년을 지내는 셈입니다. (그래, 우리 외국인은 봉이로구나... ㅠ.ㅠ)  이 금액은 중국의 물가수준이나 허름한 중국인 기숙사 시설을 생각하더라도 무척 저렴한 건데, 우리 무리 중 하나인 W가 중국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기숙사비가 저렴한 거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신주가 유학생 기숙사의 한달치 방값을 물어보기에 대강의 금액을 알려줬더니, 입을 딱 벌리고 놀라워하더군요. (그래, 나도 기숙사 시설이 다소 안 좋아져도 좋으니, 기숙사비 좀 저렴해졌으면 좋겠어...ㅠ.ㅠ)

 

  외부인은 기숙사 1층의 수위실 비슷한 곳에서 이름을 적고 들어가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꽌시(關系)의 나라답게 신주가 '이 사람들은 내 한국인 친구들인데 우리방에 데려가고 싶다'라고 말하자, 수위 아줌마의 친근한 미소와 함께 그냥 pass~~ ^^ 


  방안으로 들어서자 신주의 룸메이트 3명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모두 신주와 같은 과 친구들이라고 해서, 원래 중국에서는 같은 과 사람들끼리만 룸메이트가 되는 건지 궁금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인 학생 기숙사를 처음 방문한 우리 한국인들이나, 한국인을 처음 봤다는 중국인 학생들이나, 모두들 잔뜩 들떠서 왁자지껄하게 인사하는 통에, 그만 질문할 기회를 놓쳤습니다. ^^;;
 
  B가 김치(B의 엄마가 김치를 소포로 부쳐주셨음)를 약간 가져가서, 맛 좀 보라며 내놓았습니다.

  그러자 다들 급흥분하여 빛의 속도로 각자의 책상 서랍이나 사물함을 뒤져 젓가락을 꺼냈습니다. ^^  그리고 맛을 보더니, 한 사람만 빼놓고는 맛있다면서 계속 먹더군요. (그 한 사람도 맛있다고 하기는 했지만, 표정을 보니 예의상 한 말인 듯... ^^;;)
  전에 우리가 한국어과 출신으로 우리와 친해진 유학생 기숙사 직원을 한국 식당에 데려갔을 때도 느낀 거지만, 의외로 하얼빈 사람들은 매운 한국음식을 잘 먹습니다.  그 직원 말로는 중국의 북방지역 사람들은 매운 음식을 비교적 잘 먹는 편이라 했습니다.
 

  그렇게 한바탕 김치 소동이 지나가고, 슈퍼 주니어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마침 방 벽에 붙어있던 커다란 슈퍼 주니어의 브로마이드를 가르키며 멤버 이름 하나 하나를 어떤 것은 중국식 발음으로, 어떤 것은 한국식 발음으로 말하더군요.  그러면서 자신들은 슈퍼 주니어를 너무 좋아한다면서, 눈까지 빛내가며 슈퍼 주니어에 대한 질문을 퍼붓는데...  문제는 우리 세 사람 모두 슈퍼 주니어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는 것... -.-;; (특히나 사춘기 때에도 연예계에 관심 없었던 저는 슈퍼 주니어에 대해 거의 모르는 게 아니라, 아예 모르는 상황... ㅠ.ㅠ)
  우리가 슈퍼 주니어에 대해 잘 모르자 조금 실망한 기색 보이는 중국 학생들에게 '다음에 올 때는 M도 데려오겠다. M은 슈퍼 주니어에 대해 잘 알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M은 우리 무리의 여자들 중 가장 어리고(아직 대학생 신분임), 연예계에 대해서도 관심 많은 듯 하여 모두 그리 생각했습니다.  신주도 '그래, M이라면 틀림없이 알겠지'라고 맞장구 쳤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M에게 그 말 했더니, M 역시 슈퍼 주니어에 대해 잘 모른다 함. -.-;; M은 나중에 그 애들 만나기로 하면 미리 알려달라고 했는데, 그래야 미리 인터넷 뒤져서 슈퍼 주니어에 대해 공부해 갈 수 있지 않겠느냐고 함. ^^)


  우리는 그렇게 우리나라 연예인인 슈퍼 주니어에 대해 아는 게 없는데 오히려 중국 아이들이 더 잘 알아서, 그 날 슈퍼 주니어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단 슈퍼 주니어 멤버가 13명이란 사실, 그리고 멤버 중에 김희철이란 사람이 있다는 사실(신주의 룸메이트 중 한 사람이 김희철이 자신의 오빠라고까지 말하면서 어찌나 좋아하던지... ^^)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주가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를 꺼내더니, 그 안에 저장해둔 슈퍼 주니어의 CF 촬영 현장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안 본 슈퍼 주니어 인터뷰를 중국에서 다 봤다는... ^^)  그 방에 사는 신주 등 4명에다가, 옆 방에서 소문 듣고 마실 온 같은 과의 다른 학생까지 가세해서, 다들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 

  슈퍼 주니어 얘기가 끝나자, 각자 자신들이 재미있게 본 한국영화 제목을 말하거나 다운받은 동영상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맙소사...  정작 한국인인 우리는 '응? 한국영화 중에 저런 영화도 있었어?' 하고 있는데, 그 애들은 어찌나 잘 알던지...  뭔가 거꾸로 된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

 

  우리가 그 기숙사를 방문했던 때가 마침 저녁 때라, 우리는 중국 학생들과 함께 저녁식사 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4명 모두 다이어트 하는 중이라 저녁을 안 먹는다 했습니다. (아니, 한 명 빼고는 모두 날씬하던데 그 몸매로 다이어트 하면, 이런 몸매로도 다이어트 안 하는 나는 어쩌라구... ㅠ.ㅠ)  전에 '중국인들은 기름진 음식 먹는데도 몸매가 좋던데 그 비결이 뭘까? 차를 많이 마셔서 그러나?' 하고 궁금해했는데,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던 거지, 그냥 살이 안 찌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

 

  그렇게 식사 때를 넘긴 B가 배고파 죽겠다며 학생식당으로 가서 밥 먹자고 하여, 일어섰습니다.
  신주의 룸메이트들과 작별하고 신주와 함께 C취 쪽으로 걷는데, 신주가 나중에 우리에게 포커를 가르쳐주겠다고 했습니다. (중국 사람들 포커 정말 좋아함. 기차 안에서 생판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포커판 벌임. 단, 돈이 오가는 도박으로서가 아니라, 순수한 오락 차원에서... ^^)  B가 마작 하는 법을 아느냐고 물었더니, 그것은 나이 많은 사람들이 한다면서 자신은 모른다고 하더군요.
  신주가 우리와 함께 C취의 학생식당 앞까지 와서, 저는 '아, 신주는 우리랑 식사할 생각인가 보다' 했는데, 우리를 식당 앞까지 데려다주더니 그만 돌아간다고 하더군요.  우리를 바래다 줄 생각으로 동행했던 겁니다. 아무래도 먼저번에 B가 흑룡강대학 안에서 몇 번이나 길을 잃어버렸다고 말한 게 너무 강렬한 인상 남긴 모양입니다. ^^;;

 

 

  북경이나 상해만 해도 한국인 대하는 태도가 예전같지 않다고 하던데, 하얼빈은 아직까지 현지 학생들이나 학교 안 기숙사, 식당, 슈퍼마켓의 직원들 모두 한국인에게 굉장히 호의적입니다.

  제 주위 사람들만 그런 건지는 몰라도, 한국인 유학생들은 학교 선생님한테는 물론이고 기숙사나 식당의 직원들에게도 상대방이 연장자이기만 하면 고개 숙여 인사하기 때문에, 흑룡강대학 안의 중국인들이 한국인은 예의 바르다고 생각합니다.  기숙사의 청소하는 아줌마들도 한국인이 쓰는 방은 깨끗하다고 감탄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인들은 방 안에서 신발 벗고 살기 때문에, 신발 신고 사는 러시아인이나 다른 나라 유학생들 방에 비해 훨씬 깨끗할 수 밖에 없음.)  또한 유학생 중 한국인 다음으로 많은 러시아인들의 무례하고 방종한 행동거지 덕분에 상대적으로 한국인들이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거, 러시아 애들한테 고맙다고 인사라도 해야 하나? ^^;;)  

 

  앞으로도 이런 좋은 이미지가 계속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해외에 나가 있는 우리 한국인들, 현지인들 대할 때 항상 예의를 지킵시다...!  한국 축구대표팀이 외국팀이랑 경기 할 때 목터져라 '오, 필승 코리아'를 외치는 게 애국이 아닙니다.  현지인들에게 예의 지키며 좋은 인상 주면, 그게 바로 애국입니다. (예의 지키는데 돈 드는 것도 아니잖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