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흑룡강대학 도서관 탐방 - 한류 관련 책

Lesley 2009. 3. 24. 00:19

 

 

  같이 다니는 무리 중 B는 호기심 왕성하고 수줍음을 타지 않아,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상대방과 장소를 불문하고 무조건 묻고 봅니다.

  노점에서 과일 사다가 한국에 계신 자기 부모님의 직업 얘기 하지를 않나, 학생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면서 일하시는 아줌마 딸래미 이름을 묻지를 않나, 기숙사 프론트 데스크의 여직원들에게 고향이 어디인지 묻지를 않나... ^^  사실 B의 중국어 말하는 실력은 우리 중급1반에서 좀 서툰 편에 속하는데, 그렇게 적극적인 성격이다 보니 일상생활에서나 수업시간에서나  빛이 나는 친구입니다.  즉, 외국어를 배우는데 있어서는 아주 이상적인 성격이라 할 수 있습니다. ^^

 

  이러한 B가 혼자서 학생식당에 갔다가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역시 자기처럼 혼자 식사하는 중국인 여학생과 합석을 하게 되었는데...

  그 여학생이 먹는 음식을 보고 역시나 궁금증을 참지 못해서, 처음 보는 그 여학생에게 무슨 음식이냐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상대방은 B의 발음을 듣고 외국인이라는 걸 눈치 챘고, 그렇게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B가 흑룡강대학 캠퍼스 안에서 몇 번이나 길을 잃고 헤맸다는 말에 휴일에 학교를 안내해주겠다 자청하더랍니다. (참고로 저 역시 친구들 사이에 꽤나 길치, 방향치로 알려져있는데, B는 그런 저보다도 3배쯤 심한 길치, 방향치입니다 ^^)

 

  그리하여 하얼빈에서 처음 맞는 일요일 오후에 B, B의 룸메이트인 M과 함께 그 중국인 친구 '신주'를 만났습니다.

  저는 다른 곳에 잠시 들렸다 오느라 B와 M보다 약속장소에 먼저 가서 신주를 만났는데, 잠시 얘기를 해보니 공교롭게도 저와 전공학과가 같더군요.  신주도 제가 자기와 같은 전공이라고 무척이나 반가워하고...^^

 

  사실은 이 날 아침에 저 혼자서 이미 교정투어(?)를 했습니다.

  학교 지리 좀 익혀보려고 혼자서 학교 지도 들고서 캠퍼스를 2시간 넘게 돌아다녔습니다.  그래서 이 캠퍼스 투어에 대해 특별한 기대 없이, 그저 중국인 학생과 만나 이야기 할 수 있다는데 의의를 두고 따라나섰는데...  

  하지만 아침에 혼자 돌아다닐 때는 건물 외관만 보고 지나쳤던 도서관을, 신주 덕분에 내부까지 들어갔던 것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사실은 도서관에 가려면 이 학교 정식 학부생들은 어떨런지 몰라도, 어학연수생들 같은 경우에는 학생증만으로는 안 되고 따로 도서관 출입증을 만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신주가 '이 사람들은 한국 유학생들인데 잠깐 도서관을 구경시켜주고 싶다.' 라고 출입구 직원들에게 말하자 임시 학생증인 팅커정(课证) 확인하는 걸로 통과시켜주더군요. ^^

 

 

 

  그러면 지금부터 흑룡강대학의 도서관과 그 안에 있는 한국 관련 책들을(정확히 말하면 '한국' 관련이 아니라 '한류' 관련 책이라고 해야 할 듯...^^)소개합니다.

 

 

 

 먼저 도서관 건물의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자면...

 

   

도서관 측면

 : 학교 본관과 체육관 사이의 길을 따라 걸었을 때 보이는 도서관의 모습입니다.

 

 

도서관 정면

 

 

도서관 내부

 : 도서관 2층의 로비입니다.  여기도 A취 유학생 기숙사처럼 ㅁ형으로 되어 있어 2층 로비에서 3,4층 통로와 난간이 보입니다. 검은 점퍼 입은 젊은 여인네는 함께 간 M입니다. ^^

 

 

도서관 내부

 : 벽에 커다랗게 공자의 모습과 대학의 글귀가 써있습니다.(그런데 대학도 공자가 지은 책이던가?  가물가물~~~ ^^;;) 그리고 도서관 천장은 마치 식물원 천장처럼 햇볕이 실내로 쏟아지게 유리로 만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도서관 서고에 있는 한류 관련 책들입니다.

 

  B가 한국 관련 책을 보고 싶다고 하여, 신주가 우리를 한국 관련 책들일 있는 곳으로 데려다줬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와 일본 관련 책은 각자 독자적으로 분류되어 있는데, 한국책은 다른 아시아권 국가의 책들과 함께 묶여 있어 아쉬웠다는... ㅠ.ㅠ

 

※ 참고

 

  러시아 이야기가 나온 김에 설명하자면, 흑룡강대 자체는 명문대라고 할 수 없지만, 러시아 관련 분야에 있어서 만큼은 타의추종을 불허합니다.

  한국에서는 어떤 학과든지 무조건 서울대를 최고로 볼 정도로 대학이 백화점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대학별로 특화된 학과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한국에도 많이 알려져있는 중국을 대표하는 두 학교인 북경대학와 청화대학만 하더라도, 북경대학은 인문계쪽으로는 최고지만 이공계쪽은 한 단계 아래이고, 반대로 이공계로 유명한 청화대학에서는 인문계쪽 수준은 좀 떨어집니다.  그리고 한국 사람들은 잘 알지도 못하는 산동대학은 고고학과 금석학에 있어서는 북경대학이나 청화대학보다 더 인정받고 있고, 역시 한국 사람들은 듣도 보도 못한 정법대학은 법학의 명문학교이며, 중국에서도 꽤나 외진 사천성에 위치한 사천대학은 종교학쪽의 최고봉입니다.

  또한 한국에서는 대학 하면 당연히 종합대학이 떠오를 정도로 종합대학이 일반화되어 있지만, 중국에서는 역시나 특정 학과 위주의 단과대학 비율이 꽤 높습니다.  정확한 수치는 모르지만, 대학 중 단과대학의 비율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기 하얼빈 지역의 학교만 보더라도, 제가 몸 담고 있는 흑룡강대학이 유일한 종합대학입니다.  하얼빈이공대학, 하얼빈공업대학, 하얼빈사범대학, 하얼빈임업대학, 하얼빈의과대학, 하얼빈중의학대학 모두 단과대학입니다.  또한 북경대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학교인 청화대학만 하더라도 종합대학이 아닌 단과대학입니다.

 

  그럼, 지금부터 도서관 서고 안에 있는 한국 관련 책들을 둘러보겠습니다.

 

 

풀하우스

: 표지는 원작인 원수연씨의 만화책 그림이 그려져있지만, 본문은 만화가 아니라 소설입니다.

 

B형 남자친구

 : 책 표지 아래편의 제목을 보니, 중국에서는 그냥 'B형'이라고 하지 않고, 'B형혈'이라고 하네요. ^^

 

 

대장금

 : 한류의 지존인 대장금입니다. 워낙 폭발적인 인기 누렸던 드라마다 보니,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봤으면 책 표지가 너덜너덜할 정도로군요. ^^

 

 

아름다운 날들

 : 음... 그런데 이 드라마의 남자주인공은 류시원이 아니라, 이병헌 아니었던가요? ^^;;

 

 

러브레터

 : 제가 몇 년 전에 거의 미치다시피 했던 러브레터입니다. ^^  우주 꽃사슴 같이 생긴 꽃미남계의 지존인 조현재와 독특한 저음이 매력적인 수애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여인천하

: 처음에는 빠른 전개와 매회 마지막 장면에서 등장인물을 클로즈업하는 걸로 강한 인상 주며 폭발적인 인기 끌다가, 뒤로 갈수록 엿가락처럼 늘어나고 또 늘어나 마지막회에서는 막장으로 막을 내렸던 여인천하의 표지와 본문입니다.

 

 

왕의 남자

: 왕의 남자는 중국에서 영화관 상영이 금지됐던 영화로 기억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책으로 대학 도서관에 자리 잡고 있더군요. ^^

 

 

  흑룡강 대학 도서관의 한국 관련 책을 보면서, 우리 영상 콘텐츠가 이렇게 중국에서 인기가 있구나 하고 자랑스럽고 반갑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했습니다.

  우선 위에서도 이미 썼듯이, 한국 관련 책이 러시아나 일본 관련 책처럼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못 하고, 다른 아시아 국가와 한 덩어리로 묶인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 했고 언뜻 훑어봤을 뿐이지만, 한국 관련 책이라는 것이 순수 문학은 몇 권 안 보이고('벙어리 삼룡이', '삼대', '무녀도' 정도만 눈에 띔.), 한국의 역사, 지리, 사회 관련 책은 아예 못 본 듯 합니다.  즉, 한국 관련 책이 전부 드라마, 영화, 만화를 소설로 풀어 쓴 것으로만 채워져 있다는 게 안타까웠습니다.

  쓰다보니 바로 위에 쓴 우리나라 관련 책이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분류되지 못한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드는군요.  영화나 만화도 요즘은 예술의 한 분야로 취급해준다지만 아직은 오락물로 보는 경향이 강한데, 그런 영화와 만화 관련 책만 잔뜩 있으니 흑룡강대학 당국에서 한 카테고리로 묶어줄 리가 없겠지요.

 

  우리나라 정부나 교육기관들이 이런 쪽으로 신경을 많이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중국 학생들이 한국의 양서를 많이 읽고 한국에 대해 더 잘 알게 되면, 그것 자체로 국위 선양이 되는 것일테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