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만만디... 끝없는 기다림... ㅠ.ㅠ

Lesley 2009. 3. 14. 18:16

 

 

 

  하얼빈에서의 둘째날과 셋째날인 11일과 12일에 겪은 많은 일들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바로 만만디 라고 할 수 있다. -.-;;

 

 

 

  일단 11일에 겪은 산전수전부터 설명하자면... 

 

  아침에 같은 유학원에서 온 사람들과 유학원 이 실장님의 인솔로 인터넷을 신청하러 학교 안에 있는 중국연통에 갔다.

  그런데 줄서서 기다리는 시간, 신청에 걸리는 시간, 신청서 사본 및 영수증 가지고 가서 랜선 배급받는 시간까지 1시간 반 이상은 걸리지 않았나 싶다.  느리면 느린대로 정확하기라도 하면 좋겠는데, 신청자의 이름이나 살고 있는 기숙사 건물을 잘못 입력하는 등 실수 연발이어서 중국어 서툰 우리들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잘못을 지적해줘야 하고...

 

  그 다음에는 학교 밖으로 나가 중국은행에 갔다.
  등록금 낼만한 큰 돈을 들고 다니면 도난이나 분실할 수 있으니, 유학원에서 미리 연수생들 명의의 중국은행 통장과 직불카드를 신청해줬다.  그런데 편의상 비밀번호를 모두 같게 해놓았기 때문에, 각자 비밀번호를 변경하기 위해서 중국은행에 갔던 것이다.
  그런데 비밀번호를 옛 비밀번호와 새로운 비밀번호를 각각 10번도 넘게 입력하게 하는가 하면, 우리로서는 알아볼 수도 없는 온갖 서류에 서명을 하게 해서, 비밀번호 한번 변경하는 게 뭐가 이리 복잡한가 했더니만...  다 끝나고서 새끼손가락 크기의 작은 기계 같은 것을 주는게 아닌가?  도대체 이겐 뭔가 했더니만, 바로 인터넷뱅킹 때 쓰는 OTP였다.  즉, 통장 비밀번호만 변경해준 것이 아니라, 인터넷뱅킹에 가입시킨 거였다. -0-;; 
  알고 보니 최근 중국은행에서 인터넷뱅킹 신청자를 늘리려고 애를 쓰는 중이라, 비밀번호 변경하는 김에 가입시킨 것이다.  이 실장님은 기가 막혀 할 말을 잃으시고... 원하지도 않은 인터넷뱅킹 가입이라니... ㅠ.ㅠ (만일 한국에서 고객이 신청하지도 않았는데 인터넷뱅킹에 가입을 시킨다면, 요즘 이슈가 된 개인정보보호 관련해서 난리 났을 것임.)  덕분에 그렇잖아도 느린 일처리 시간은 더욱 더 엿가락처럼 늘어지고...

 

  그러고나서 이번에는 A취에 있는 유학생 사무실로 가서 정식으로 학교 등록을 하게 되었는데, 여기도 만만치 않다.

  우리가 보기에는 한 곳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인 듯한데, 계속 이리저리 뺑뺑이 돌린다.  1층에서 여권 복사본과 입학신청서 내면, 1층에서 내어준 서류 가지고 2층으로 가서 등록금을 내고, 다시 1층으로 가서 2층에서 받은 영수증 내면 팅커정(听课证 : 수업 듣기 위한 증명서란 뜻인데, 수강신청 변경기간 후에 정식 학생증 나올 때까지 사용하는 임시 학생증)을 발급해주고...
  분업이라는 게 원래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것인데, 그러한 분업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니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여러 명이 억지로 나눠서 하는 통에 오히려 비효율적인 상황이 되어 버렸다.

 

  이런 불합리한 분업은 기숙사비 낼 때의 일처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먼저 1층 데스크로 가면 기숙사에 머물 기간과 하루 숙박비를 곱한 총액과 기숙사비 낼 사람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준다. 그 종이 들고 2층의 재무과에 가서 돈을 내면 영수증을 주는데, 그 영수증 들고 다시 1층으로 가면 방을 여는 카드를 돈 낸 기간 동안만 쓸 수 있게 처리해준다. 우리 생각에는 한 곳에서 처리하는 게 훨씬 효율적일 듯 한데, 이곳 사람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리고 12일에는 공중전까지 겪었는데... 

 

  11일에 겪은 산전수전으로도 부족하여, 12일에는 공중전도 겪었다.

  11일에 겪은 일들도 만만찮았지만, 그래도 역시 최고의 대박은 12일에 있었던 핸드폰 구입이었다...!  ‘눈과 얼음의 도시’라는 이름값 하느라 이날 오전부터 무섭게 눈보라가 몰아치는데, 그 눈보라를 뚫고 유학원 이 실장님의 인솔하에 핸드폰을 사러 대리점에 갔다.
  손님이 없어서 한산했던 대리점이 30명쯤 되는 한국인으로 바글거리게 되었고, 어찌어찌하여 모두 살 핸드폰을 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고객이 핸드폰 고르는데 시간이 좀 걸리지, 일단 고르기만 하면 그 다음 개통하는 것은 일사천리로 진행이 된다.  그런데 여기는 개통하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렸다.  결국 우리가 고르는데 걸리는 시간 포함해서, 핸드폰 개통에 걸린 시간이 무려 4시간 반... ㅠ.ㅠ


  그렇잖아도 이틀간 온갖 일 처리하느라 피곤해서 그랬는지 아침부터 머리가 좀 아팠는데,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들이 우글거리며 신경썼더니만 나중에는 머리가 너무 지끈거려서, 기숙사 방에 있는 아스피린 생각이 간절했다. ㅠ.ㅠ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자 이 실장님은 하얼빈의 다른 대학에도 일이 있다며 먼저 가셨다.  대신 우리와 함께 온 것도 아니고, 자기 친구 만나러 나왔다가 우연히 우리와 마주친 중국인 여학생이 졸지에 우리를 돌봐주게 되었다. 이 중국 여학생은 우리 도착하던 날 기숙사 입주를 도와줬던 학생 중 한 사람인데, 대외한어과(외국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학과)를  전공하고 있고, 한국 친구들도 여럿이어서 한국어도 좀 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오랜 기다림 끝에 겨우 개통처리가 끝났는데, 또 문제 발생...

  내 핸드폰이 안 터져서 왜 그런가 했더니, 내 번호가 쓸 수 없는 번호란다. -.-;;  덕분에 막 개통한 핸드폰 번호를 바꿔야 했다. 그래도 나는 괜찮은 편이었다. 함께 핸드폰 구입한 B는 개통하자마자 핸드폰이 고장 나서 교환까지 했다. -.-;;
  중국에서는 원래 그렇게 하는 건지, 아니면 우리를 너무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서 그랬는지, 개통이 끝나고서 모두 다트 한 판씩 하고 핸드폰줄 하나씩 줬다. 그리고 갑자기 무슨 추첨까지 해서 다른 핸드폰줄 또는 손거울을 하나씩 주고...

 

  그래도 모두들 성격이 무던한 건지, 아니면 적응력이 놀랄만큼 빠른 건지...

  나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고, 이런저런 일처리에 걸리는 시간이 엄청 길어져도 처리하는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따지는 일 없이, ‘원래 중국은 이렇게 느리다고 하더라.’ 하면서 조용히 잘 기다리고 버텼다. ^^
  그리고 당분간은 무언가를 등록하거나 신청할 일이 없다는 것이 그저 기쁠 따름이다. ㅠ.ㅠ

 

 

 

※ 제 핸드폰을 소개합니다.

 

 무려 4시간 반만에 개통한 나의 핸드폰

 

  무려 4시간 반만에 개통한, 귀하디 귀한 몸이신 저의 핸드폰을 소개합니다.

 

  레노보(IBM 컴퓨터를 인수한 중국 업체, 롄샹의 영어 명칭)에서 나온 녀석으로 399원(한화 약 92000원)짜리입니다.

  저를 포함하여 함께 다니는 무리 5명이서 '5명이 살테니 깎아주세요'하고 열심히 조르고 졸라서 겨우 5원 깎는데 성공했습니다. -.-;;  우리가 간 곳이 정품만 파는 곳인데다가 애초에 특가상품으로 나온 거라, 그 이상 깎을 수 없었습니다.  중국처럼 뭐든지 흥정해서 팍팍 깎아야 하는 나라에서 겨우 5원 밖에 못 깎은 것이 바가지를 쓴 거 아닌가 싶었는데, 함께 구입한 B가 기숙사 직원에게 물어보니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잘 산거라 하더군요. ^^

 

  사실 같이 간 다른 사람들 대부분은 모토롤라에서 나온 180원짜리를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무리 전화만 터지면 된다지만, 그래도 흑백 액정화면은 좀 아니라고 생각하여(21세기에 흑백이 뭥미... ㅠ.ㅠ) 돈 좀 썼지요. ^^ 

  또 우리 5명이 똑같은 핸드폰 들고 다니는 것만으로도 코미디 같은데, 20명 이상의 사람들이 죄다 똑같은 핸드폰 들고 다니면 진짜 황당할 것 같고... ^^  그리고 나머지 2,3명은 무려 '터치폰'씩이나 되는 것을 구입했습니다. (오오~~ 갑부집 아들, 딸들인가봐...! @.@)

 

  그리고 중국은 한국과 달리 원하는 전화번호를 돈 주고 사거나, 돈을 내기 싫으면 자신이 원하는 번호를 못 쓰고 업체에서 내주는 번호 중 아무거나 골라야 합니다.  

  물론 우리는 모두 공짜 전화번호를 골랐는데, 앞 자리와 가운데 자리가 모두 같습니다.  모든 사람이 한결같이 151-4502-XXXX인 번호를 받고나니, 우리 모두 무슨 수상쩍은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인 것 같은 느낌마저 드는군요. ^^  저 맨 끝자리만 제각각인데, 공짜 번호다 보니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싫어한다는 4가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

 

  한국에서는 보통 자기 집 전화번호 맨 뒷자리와 핸드폰 맨 뒷자리를 똑같이 하지만, 중국에서는 전혀 연고가 없는 번호를 받게 되어 핸드폰 번호 외우는게 힘이 듭니다.

  오죽하면 W가 그날 밤에 부모님한테 자기 핸드폰 번호 알려드리려다가, 제 방으로 전화해서(기숙사 방에 있는 전화끼리는 7을 누른 후 상대방 기숙사방 번호만 누르면 별도로 전화비 내지 않아도 연결이 됨) '누나, 제 핸드폰 번호가 몇 번이에요?' 라고 묻는 사태가... -.-;;  원래 숫자에 약한 저는 아예 핸드폰 뒷면에 핸드폰 번호를 쓴 종이를 붙여놨습니다. ^^;;

 

  그런데 중국에 출시된 핸드폰은 다 그런건지, 아니면 중국 업체의 핸드폰만 그런건지, 메뉴가 한국 핸드폰과 다르게 구성되어 있어 쉽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문자 한번 보내려면 보통 일이 아닙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일일이 병음(알파벳을 이용한 중국어 발음기호)을 쳐서 한자로 바꾸나 암담했는데, 그래도 여러 사람이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보다 쉽게 한자로 바꾸는 법, 한자 모드에서 숫자나 영어 모드로 넘어가는 법, 문장기호 쓰는 법 등을 알아냈습니다.  특히 엄청 적극적인 B가 기숙사 직원들 붙잡고 전투 중국어로 이런저런 질문을 퍼부은 덕에, 이제는 제법 문자 같은 문자를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J와 W, 우리 무리의 두 남정네가 벨소리 상태에서 진동 상태로 바꾸는 법도 알아냈습니다.

  이 핸드폰 기능에 대한 연구는 아직도 현재진행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