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출국, 하얼빈 생활의 시작

Lesley 2009. 3. 13. 22:57


 

  중국으로 출국하던 3월 10일에 서울 날씨는 봄날처럼 따뜻했는데, 추운 하얼빈 날씨를 생각해서 토끼털 내피가 붙은 긴 외투를 입었다.

  덕분에 공항버스에서도, 공항에서도 무척 답답하고 번거로웠다. (물론 하얼빈 도착해서는 그 옷을 입고 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런데 공항에서 예상 못한 상황이 발생...!

  원래 중국으로 가는 아시아나항공은 수하물로 20킬로그램, 기내용 짐으로 10킬로그램, 노트북 가방 하나를 허용해준다.  하지만 유학원에서 항공사에 부탁하여 수하물을 30킬로까지 가져갈 수 있게 되었다.  내 생각에는 수하물로 30킬로씩이나 가져갈 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웬걸?  짐을 싸다보니 한도 끝도 없이 늘어난다. -.-;;  그래도 최대한 뺀다고 빼서 짐을 꾸려 가방에 넣고서, 집에 있는 체중계로 재봤다.  그랬더니 수하물이 될 가방 2개 합친 것이 30킬로가 약간 안 되는 듯 했다.

  그러나 공항에서 좌석표 배정받으며 무게를 쟀더니 수하물 하나만으로 무려 39킬로그램...! (기내용짐까지 합쳐 56킬로그램...!) ㅠ.ㅠ

  우리집 저울이 좀 이상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오차가 9킬로나 나다니...  엄청 불쌍한 표정 지으며 스튜어디스에게 ‘이렇게 무거운 줄 정말 몰랐어요.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라고 사정해서 7킬로그램만큼의 수수료만 물었다. (그래도 37,000원이나 되는 거금이...! ㅠ.ㅠ)

 

 

나를 미치게 했던 짐덩어리 5총사.

(이것들을 온 몸에 주렁주렁 매달고 하루 종일 생쇼를 했다는... ㅠ.ㅠ)

 

  그렇게 비행기를 타고 하얼빈으로 날아가는데...

  원래 그런 건지, 아니면 최근 북한과 긴장상태가 조성되어 그런 건지, 비행기가 유난히 서쪽으로 돌아서 중국 산동반도에서 겨우 수십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 빙 돌아서 비행했다.  그렇게 돌아가지 않았으면 2시간 15분의 비행시간이 훨씬 단축됐을텐데... 

 

  어쨌든 하얼빈의 타이핑(太平)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거기서부터 망할 놈의 짐 때문에 단단히 고생했다. ㅠ.ㅠ

  하얼빈의 날씨는 각오했던 것에 비해서는 양호했다.  바람이 꽤 불기는 했지만 기온은 영하 1도 정도 되어, 겨울날씨치고 못 견딜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며칠 전에 내린 눈으로 온세상이 눈밭이라, 짐을 주차장에 있는 버스(학교에서 학교버스 두 대를 보내줬음)까지 옮기는데 엄청나게 고생했다.  공항 안에서야 카트를 이용해서 옮겼으니 별 문제 없었는데, 공항 밖으로는 카트를 가져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각자 자기 힘으로 옮겨야 하는데, 바닥이 반쯤 녹은 눈으로 질척거리니 땅에 끌 수도 없고... 모두들 메고, 지고, 안을 수 밖에 없어 정말 죽을 맛이었다. ㅠ.ㅠ

  

  내가 묵을 흑룡강대학  C취(區) 기숙사에 도착했더니 이미 4시 반이었다.

  기숙사 로비에 모두들 바리바리 싸온 짐을 두고서 입주 수속에 들어갔는데, 중국 특유의 만만디식 일처리 덕분에 한도 끝도 없이 기다리게 되었다. (이 기다림이 그 후로 며칠간 계속된 긴 기다림의 시작이었음 ㅠ.ㅠ)

  유학원에서 며칠간 학생들 수속 도와주려고 오신 이 실장님과 학교 유학생 사무처의 직원분은 짐을 각자의 방에 가져다놓고 5시 40분까지 다시 로비로 집합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5시 20분이 다 되도록 30명 넘는 학생 중 겨우 대여섯명만 수속을 마치고 방으로 올라갔고, 나머지는 지친 몸으로 줄만 선 채 무작정 기다리고... -.-;;  결국 이 실장님이 화를 내셔서 기숙사비를 내는 정식 수속은 다음날 밟기로 하고, 여권 복사본 제출하고 보증금 및 전기세만 내는 걸로 끝내기로 했다.

  그렇게 간략하게 하기로 했는데도 일처리가 어찌나 느린지...  느리면 정확하기라도 하면 좋을텐데, 정확하게 처리하지도 못하고...  일을 담당하는 기숙사 직원들보다는, 우리를 도와주러 온 흑룡강대학의 한국어과 학생들과(흑룡강성 지역에서는 흑룡강대학과 치치하얼대학에 한국어과가 있음)과 한중문화교류협회라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과 중국 학생들의 간의 우호 다지는 동아리에서 나온 중국인 학생들 몇 명이 큰 도움이 되었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겨우 방을 배정받아 짐만 두고 다시 내려가, 중국인 학생들의 인솔로 A취 기숙사 건물에 있는 유학생식당으로 가서 식사를 하게 되었다.

  원래도 C취에서 A취까지 가는 길이 20분 이상 걸린다고 하더니만, 초행길인데다가, 몸은 파김치가 되었고, 이미 해가 져서 어둡기까지 하니, 가도 가도 끝이 안 나는 느낌이었다.

  정말 듣던대로 흑룡강대학 캠퍼스가 넓기는 엄청 넓었다...!  오죽 넓으면 학교 캠퍼스를 상, 하행 각각 2차선씩인 도로가 반으로 가르고 있어, 도로 아래에 있는 지하보도를 통과해야 할 지경이었다.  대강 식사 끝내고 방으로 돌아와 짐정리 끝냈더니 10시 조금 넘었는데, 어찌나 피곤하던지... 대강 씻고 잠자리에 들었다.

 

 

힘든 와중에서도 방에 들어서자 마자 기념으로 찍은, 내 방에서 내려다 본 C취 뒷편의 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