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바다로 떠난 마츠모토 레이지

 

  일본의 만화가이며 우리나라에는 '은하철도 999' 의 원작자로 알려진 '마츠모토 레이지' 가 2월 13일 사망했다.

 

  어제 카톡을 주고받던 중에 친구가 "마츠모토 레이지가 별바다로 떠났대." 라고 했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했는데 곧 친구가 인터넷 기사 링크를 보내줬다.  지난 13일에 심부전증으로 세상을 떴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만화가인데 사망하고 일주일이 지나서야 뉴스에 나온 게 의아했다. 기사를 읽어 보니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현지에서도 20일에야 보도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20일에 보도됨)

 

  은하철도 999의 작가가 세상을 뜨다니 여러 생각이 든다.

  영화 '첨밀밀' 의 끝부분에서 여주인공이 대만 가수 등려군의 사망 뉴스를 접하고 착잡한 표정을 거리를 걷는다.  단순히 자기가 좋아는 가수가 사망하여 울적해 하는 게 아니다.  등려군은 여주인공이 성공을 위하여 무조건 앞만 보고 내달리던 젊은 시절을 즐겨듣고 불렀던 노래를 부른 가수다.  그러니 여주인공의 청춘을 상징하는 존재이기도 해서 등려군의 죽음은 여주인공의 한 시절이 저물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나에게도 마츠모토 레이지의 사망 소식은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왔다.

  은하철도 999는 나의 어린 시절과 나의 젊은 시절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작품이다.  그런 애니메이션의 작가가 사망했다니, 나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이 흘러갔구나 라고 새삼스레 실감하게 된다.

  물론 그 시절이 지나간 것을 모르고 산 것은 아니지만, 뭐랄까...  추억의 장소가 없어졌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알 때와, 나중에 그 장소에 직접 가서 없어진 것을 직접 보게 되었을 때의 차이랄까...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다시 한 번 확인한 느낌이다.

 

  내 인생 최초로 푹 빠졌던 영상물이 은하철도 999였다.

  겨우 6살 때 TV를 통해 접했는데 그 나이 때의 기억이 그다지 많지 않건만, 은하철도 999에 관한 기억은 생생하다.  본편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오프닝 노래부터 봐야 한다는 규칙(?) 같은 게 있어서, 일요일 아침 댓바람부터 일어나 TV를 켜놓고 뉴스니 바둑 대국이니 하는 딱딱한 프로그램을 보며 은하철도 999를 기다렸더랬다.  알람 시계가 있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일요일만큼은 일찌감치 저절로 눈이 떠졌는지...  당시 다른 아이들은 같은 시간에 다른 채널에서 방영한 '엄마 찾아 3만리' 를 좋아해서 그 이야기를 하곤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죽으나 사나 은하철도 999뿐이었다.(너는 내 사랑~~! 너는 내 운명~~!)

  훗날 대학 때 다시 TV에서 방영해줬는데, 1970년대 후반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를 21세기 즈음하여 보려니 그림체가 꽤나 조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철도 999 특유의 감성과 매력은 어린 시절 그대로였다.

 

  꿈과 희망을 품고 별바다를 누비는 인물들의 모험담을 담은 작품을 만들었던 마츠모토 레이지.

  이제는 스스로가 별바다를 향해 떠났다.  편안히 영면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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