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 각종 행사

은하철도999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 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Lesley 2018. 7. 6. 00:01


  한동안 '은하철도 999' 를 잊고 살았건만 내 앞에 또 다시 은하철도 999가 나타났다.

  은하철도999 발표 40주년을 기념하는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전' 이 열렸던 게 바로 작년 봄이었다.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그 전시회에 다녀온 일로 몇 달 간 은하철도 999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살았다.

  그런데 겨우 1년 여만에 또 다시 은하철도 999 관련 전시회가 열렸으니, '은하철도999 갤럭시 오디세이 展 - 마츠모토레이지의 오래된 미래' 이다.  이번에는 은하철도 999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라고 한다.





  이번 전시회는 작년 전시회와 성격이 좀 다르다.

  작년 전시회는 은하철도 999 그 자체를 대상으로 했다.  그런데 이번 전시회는 '마츠모토 레이지의 은하철도 999  +  은하철도 999를 컨셉으로 한 여러 분야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전시회' 로 이루어져 있다.  


  사실, 이 전시회 홍보자료를 처음 봤을 때 뜨악한 기분이었다.

  전시 장소가 엉뚱하게도 '용산 나진상가 12동, 13동' 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용산 지역의 상가라면 전자제품을 판매하는 곳 아니던가?  그런 곳에서 갑자기 웬 은하철도 999 전시회?  하지만 막상 가보니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나진상가가 전시회와 잘 어울린다.  다소 음침한(?) 느낌의 상가 골목이 은하철도 999 속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과 맞아떨어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나진상가에서 이런 식의 전시회를 여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어쩌면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용산의 전자상가에 새로운 활로를 불어넣기 위한 방안인지도 모른다.


  이 전시회 관람에 대한 정보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전시 기간은 올해 6월 15일부터 10월 30일까지이다.  몇 달짜리 전시회라서 시간의 압박이 덜한 편이니, 은하철도 999의 팬은 물론이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나 독특한 분위기의 전시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가서 구경해봄직하다.  전시 기간 중 휴관일은 9월 24일 및 25일 뿐이다.  또한 관람 시간은 금요일 및 토요일은 낮 12시~저녁 9시(저녁 8시 반까지 입장 가능), 그 외의 요일은 낮 12시~저녁 8시(저녁 7시 반까지 입장 가능)이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으로 13,000원인데 할인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  매달 마지막 수요일인 '문화의 날' 에는 50% 할인을 받을 수 있고, 문화의 날이 아니더라도 소셜커머스 등을 이용하면 10%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용산역 3번 출구로 이어진 긴 통로의 창문 너머로

통로 끝부분의 나진상가 12~13동이 보임.

메텔 얼굴의 대형 판넬 측면도 살짝 보임.



메텔 얼굴의 대형 판넬 아래 오른편에 있는

빨간색 '휴대폰할인전문상가' 간판 아래가 입구임.



디스토피아(?)적인 전시회장 입구.

은하철도 999 분위기가 흐르는 매표소.



골목 양쪽으로 뻗은 전시회장.



  전시회장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은하철도 999에 관한 직접적인 자료 및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에 관한 자료를 전시한 아카이브 섹션, 또 하나는 국내의 여러 작가들이 은하철도 999를 소재로 만든 작품을 전시한 오마주 작품 섹션, 마지막은 VR체험관 등 관람객이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섹션이다. (단, 체험 섹션을 이용하려면 별도의 관람비를 내야 함.) 


  나는 굳이 체험 섹션까지 이용하지는 않았다.

  어차피 나의 목표는 은하철도 999 그 자체이기도 했고, 또한 아카이브 섹션과 오마주 작품 섹션의 전시품목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슬프게도 나처럼 안경 쓰는 사람은 VR체험관을 이용하는 게 곤란하다.  얼굴에 VR용 안경(?)을 착용하려면 원래 쓰던 안경을 벗을 수 밖에 없는데, 그러면 거의 아무 것도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들어갔던 곳.

마츠모토 레이지 작품활동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음.



  입구의 검표 직원이 위의 장소부터 들리라고 권해서 들어갔다.

  은하철도 999가 방영했던 당시(일본에서는 1970년대 후반~8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중반)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 일부러 브라운관 TV를 가져다 놓았다.  오래간만에 보는 뚱뚱보(!) TV 속에서는 은하철도 999의 몇 장면과 함께 작가 마츠모토 레이지의 인삿말이 나온다.


  그리고 여기에서 무척이나 반가웠던 전시물과 마주쳤다.

  위의 사진에 나오는 999호 기관차 모형 3총사다...!  나한테도 지난 생일에 선물로 받은 똑같은 모형이 하나 있다.  뜻밖에도 여기에서 그 녀석의 쌍둥이 형제들과 만나게 되니 기쁨과 우월감(?)이 마구마구 샘솟는 느낌이었다. ^^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마츠모토이지의 작품 연표.

(정확히 말하자면 맨 마지막 2018년 부분)



  아니, 은하철도 999 실사 드라마라니...!!! @.@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 중에 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것들이 많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이건 진짜 아니다...! ㅠ.ㅠ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면 몰라도 'SF + 판타지' 애니메이션인 은하철도 999를 어떻게 드라마로 옮기겠다는 것인지...!  그리고 도대체 누가 메텔 역할을 맡는다는 것인지...!

  그렇잖아도 몇 년 전 '진격의 거인' 실사 영화를 보고 쇼크를 단단히 먹었더랬다.  누가 봐도 동양인이 분명한 일본 배우들이 줄줄이 나와서 독일어권 이름을 쓰며 서양 중세풍의 옷을 입고 다니는 야릇한 광경이라니...  은하철도 999 실사 드라마에서도 일본 여배우가 노란색 가발 뒤집어 쓰고 메텔로 나오려나... (난 이 드라마 반댈세!  절대로 반댈세!  필사적으로 반댈세! -.-;;)



보는 이에게는 간단하지만

그리는 이에게는 결코 간단치 않다는...



  대학 시절에 은하철도 999의 원본 만화를 보고 놀란 부분이 있다.

  기관차가 무척 세밀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애니메이션에서는 그림이 움직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두루뭉술하게 그리는 게 허용된다.  그러나 종이에 그려진 기관차는 작가가 모델이 되는 기관차의 정밀 사진을 구해서 일일이 베껴 그린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묘사되었다.



은하철도 999 만화방.



  은하철도 999의 초창기 팬들을 위해 옛날 만화방을 꾸며놓았다.

  정확히 말하자면, 은하철도 999가 우리나라에 처음 방영되었던 80년대의 만화방은 아니다.  두 번째로 방영되었던 90년대의 좀 더 세련된(?) 만화방의 모습이다.

  다양한 판본의 원작 만화를 책장에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만화방 형태의 전시장 맨 안쪽에 있는, 펼쳐놓은 커다란 만화책은 가로 세로 각각 1미터가 넘는 대형 만화책이다.  대형 만화책의 내용은, 사랑하던 여자에게 배신당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진 나머지 갈비뼈를 하나씩 잃어버린 남자의 사연이다. (판타지 같은 내용이지만 감정적인 면에서는 은근히 사실적이고 소름끼치는 내용이기도 했음.)


   

은하철도 999 속 우주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시장.



  어두컴컴한 전시장의 3면에 슬라이드기가 비춰주는 우주의 형상이 뜬다.

  전시장 한가운데에 있는 노란색 구형 물체를 이리저리 움직이면, 우주의 형태가 상하좌우 혹은 확대축소되는 식으로 변한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보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혼자서 전시장에 서서 우주 이미지를 보고 있자면 묘하게 신비로운 기분이 든다.



다양한 크기의 브라운관 TV를 전시해 놓은 곳.

(메텔의 작별 편지를 읽고 놀라는 철이.)



  TV마다 은하철도 999 내용 속 다른 장면을 내보내고 있다.

  가장 안쪽에 있는 TV에서는 은하철도 999 마지막 회에 나오는 철이와 메텔의 이별 장면이 애처로운 음악과 함께 방영 중이다.  화질이 거칠고 흐릿한 브라운관 TV로 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도 나면서 그 때는 어떻게 이런 저화질로 애니메이션을 즐겼나 하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었다.  물론 그 때는 모든 TV가 저러했고 모든 동영상도 저화질이라 특별히 안 좋다고 느끼지 못하고 잘 감상했지만, full HD 화면과 영상에 눈이 길들여진 지금에 와서 다시 보니, 참... 

     


브라운관 TV들 반대편에 있는 다양한 전시물.



  은하철도 999 DVD 박스, 각종 피규어, 심지어 철이의 망토와 모자까지 있다...!

  친구 사이로 보이는 20대 여자 두 명이 들어와 번갈아 가며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쓰고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나는 은하철도 999를 좋아하는 건 좋아하는 것이고, 애니메이션 캐릭터 코스프레만은 차마 할 수가 없다는... ^^;; 



귀여운(?) 기계인간.



  유한한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은하철도 999 속 소재인 기계인간...!

  그 기계인간을 컨셉으로 하는 로보트가 팔을 다양한 방식으로 움직이며 관람객을 맞아준다.  인터넷에서 본 이 전시회 홍보물을 보면 저 로보트와 포옹을 한 남자의 사진이 있던데, 나는 차마 가까이 가지는 못하고 안전거리(!)를 확보한 상태로 사진만 찍었다.  워낙 소심한 성격이라서 혹시라도 있을 지 모르는 기계 오작동이 겁나기 때문이다. ^^;;


  그저 팔만 움직이는 로보트도 무서운데,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기계인간는 몇 배는 더 공포스럽다.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AI만큼이나 두려운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나마 AI는 어느 수준까지 발전이 가능하며 어떤 식으로 사용될 지 미지수라,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낙관적으로 전망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원래 인간이었기에 인간 특유의 잔혹함, 이기심, 음흉함 등을 그대로 간직한 채 튼튼한 몸과 영원한 생명까지 갖게 되는 은하철도 999 속 기계인간은 도무지 대책이 없는 듯하다.



메텔의 방.

('철이의 방' 은 없음. ^^;;)



  메텔의 방에는 메텔이 입고 다니는 러시아풍의 검은색 코트와 모자가 두 벌이 있다.

  한 벌은 관람용인 듯 안쪽에 걸려 있고, 나머지 한 벌은 직접 입고 사진을 찍는 용도로 입구 쪽에 따로 있다.  앞서 철이의 망토와 모자를 착용했던 2인조 여인네가 여기에서도 메텔 코스프레를 하며 즐겁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지간해서는 정말 소화하기 힘든 옷인데... ^^;;


  그리고 메텔을 묘하게 변형시킨 그림이 있다.

  수많은 소년을 기계제국의 전사로 이끌었던 메텔의 죄책감, 기계제국에 대한 회의감, 철이와 이별하면서 느낀 상심감과 회한을 표현한 그림이라고 한다. (솔직히 내 취향의 그림은 아님. ^^;;)  

 


철이의 원수인 기계백작...!



  영화 '에일리언' 에 나오는 외계 괴물의 긴 목 부분에 액정화면을 붙인 것 같은 형상이다.

  옆에 아무도 없으면 가만히 있다가, 누군가 다가서면 쉭쉭 거리는 소리를 내며 기다란 모가지(!)를 뻗어 움직인다.  괴물의 얼굴에 해당하는 액정화면에는 철이 엄마를 죽인 못된 기계백작의 얼굴이 커다랗게 나온다.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을 재현한 전시장.



  만화가의 작업실은 원래 다 어수선한 것인지... 

  어떤 만화책이든 만화책 후기에 나오는 작가의 말을 보면 만화 작가의 작업실은 거의 아수라장인 듯하다.  깔끔하게 정리된 작업실에서는 멋진 아이디어도 안 나오고 집중력도 떨어지는 걸까?  ^^;;  마츠모토 레이지의 작업실도 만만찮다.  작업실을 재현한 전시장 모양새도 어수선하고, 벽에 붙은 실제 작업실 관경은 심란하기까지 하다.



송곳 꽂을 자리도 없는 작업실.

그리고 마츠모토 레이지의 그림들.



앗, 우리나라 샤파 연필깎이의 사촌? ^^



  여기는 관람객이 은하철도 999 그림을 그려보는 체험관이다.

  이미 그려진 그림 위에 기름종이를 대고 따라 그리게 되어 있는데, 그림 솜씨가 꽝인 나는 다른 이들이 그리는 걸 구경하기만 했다. ^^;;  그 와중에 눈길을 끈 것은 기차의 기관차 모양으로 나오는 우리나라 샤파 연필깎이와 흡사하게 생긴 연필깎이였다.  은하철도 999 관련 전시회장에 두기에 안성맞춤인 소품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미디어아트 작품.



  999호의 무인 기관실을 모티브로 해서 999호가 여행하는 우주를 표현한 방이다.

  캄캄한 방에 혼자 서서 빛이 만들어 내는 다양한 색깔과 모양을 지켜보고 있으니, 비록 애니메이션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999호라면 정말 이런 신비한 곳도 지나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빛이 만들어내는 온갖 형상 뿐 아니라 은은하면서도 메아리 치는 식으로 울리던 전자음악 덕분에 그런 신비한 느낌이 더 짙어진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in 갤럭시 오디세이' 란 제목의 이 작품이 나오는 방은, 이 전시회 관람객에게 꼭 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전시회장 끝부분에 있는 선물가게.

은하철도 999 고정 출연진 3총사. ^^



  저 귀여운 3총사 인형 말고도 이런저런 기념품들이 있다.

  은하철도 999 티셔츠, 스티커, 노트, 배지, 메모지, DVD 세트 등등.  전시회를 기념할 만한 무언가를 원하시는 분은 물론이고 기념품을 구매할 생각이 없는 분이라도 한 번 들려보시기를...  한 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워진다.


  그나저나 이 전시회가 마츠모토 레이지 작가의 탄생 80주년을 기념하는 것이라고 하니...

  작가가 더 나이가 들어 작품 활동을 중단하기 전에, 은하철도 999의 본편이든 외전이든 상관없으니 새로운 작품을 하나 더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작가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팬 입장에서는 '은하철도 999가 이대로 끝나는가' 하는 조바심이 난다. ^^;;





캡틴 하록(キャプテンハーロック, Harlock : Space Pirate) / 은하철도 999(銀河鐵道999)(http://blog.daum.net/jha7791/15791042)
마츠모토 레이지 은하철도999展 - 발표 40주년 기념 전시회(http://blog.daum.net/jha7791/15791386)
은하철도 999 TV판 엔딩곡 青い地球(푸른 지구)(http://blog.daum.net/jha7791/15791395)

하카세 타로 - '기적 ~하카세 타로가 마츠모토 레이지를 만나다~' / '유전의 왕비.마지막 황제'(http://blog.daum.net/jha7791/15791445)

롯데리아 은하철도 999 피규어 뒤늦게 득템...!(http://blog.daum.net/jha7791/15791466)

코스모 워리어 제로(Cosmo Warrior Zero) 오프닝곡 - 時代(http://blog.daum.net/jha7791/15791473)

은하철도 999 실사 라이브 드라마(http://blog.daum.net/jha7791/15791507)

은하철도 999(TV판) 1 - 은하철도 999 훑어보기 / TV판과 극장판 비교(http://blog.daum.net/jha7791/15791406)

은하철도 999(TV판) 2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1394)

은하철도 999(TV판) 3 - 철이(호시노 테츠로)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1)

은하철도 999(TV판) 4 - 메텔 上(http://blog.daum.net/jha7791/15791396)
은하철도 999(TV판) 5 - 메텔 下(http://blog.daum.net/jha7791/15791412)

은하철도 999(TV판) 6 - 차장(http://blog.daum.net/jha7791/157913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