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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의 수목원 '화담숲'

Lesley 2022. 10. 7. 00:01

 

  얼마 전 경기도 광주시에 있는 '화담숲' 에 다녀왔다.

  화담숲은 LG상록재단에서 운영하는 수목원인데, 몇 년 전에 세상을 뜬 LG 구본무 회장의 호인 화담을 따서 이름지었다고 한다. (화담은 '정답게 이야기하다' 라는 뜻이라고 함)  고인이 이 수목원에 각별히 신경썼기 때문에 사망 후 이곳에 수목장을 지냈을 정도라고 한다.

  대기업 총수가 애착 갖고 조성한 곳답게 어지간한 국립 수목원이나 식물원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잘 꾸며놓았다.  함께 간 친구가 화담숲을 둘러보는 동안 '여기 관리하려면 사람이 얼마나 많이 필요할까?' 라고 몇 번이나 말했다.  

 

  화담숲 관람 팁 두 가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전철 경강선을 타고 '곤지암역' 에서 내려 마을버스 또는 택시를 이용하면 된다.  마을버스로는 45분 정도, 택시로는 13분 정도 걸린다. (이 몸은 곤지암역에서 내린 후 친구의 자동차를 타고 편히 움직였다는... ^^)

  화담숲 입장권은 인터넷으로 예매해야 한다.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현장 구매도 가능했는지 모르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로는 하루 관람객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예매는 필수다.  그런데 예매권에 입장 시간이 찍혀 있는데도 어째서인지 그 시간보다 일찍 가도 늦게 가도 통과시켜 준다. (우리는 일찍 갔지만 무사 통과했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후기를 보면 늦게 갔지만 무사 통과했다고 함)

  

 

모노레일을 탈 때 노란색 종이가 꼭 필요함...!

 

  화담숲은 도보로 돌아봐도 되고 모노레일을 이용할 수도 있다.

  도보로 한 바퀴 돌 경우 2시간 이상 잡아야 한다는데, 화담숲에 간 날 이른 아침까지도 비가 내려서 비가 그쳤다고는 해도 습도가 높은 것을 생각해서 모노레일을 타기로 했다. (습한 날씨에 몸과 옷이 축축해지는 것은 싫다는...)

  화담숲 입구에 1승강장이 있고, 꼭대기에 3승강장이 있으며, 그 중간 길목에 2승강장이 있다.  모노레일 코스는 총 3개인데, 1승강장에서 2승강장까지, 2승강장에서 3승강장까지, 1승강장에서 3승강장까지다.  1승강장에서 2승강장까지만 모노레일을 타고 나머지는 걷는 게 어떨까 싶었는데, 친구가 이왕 타는 거 3승강장까지 타자고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다. 

 

  모노레일 탑승권은 화담숲 입구에서 자동판매기로 구입하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자동판매기에도 분명히 표시되어 있지만 노란색 종이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것...!!!  모노레일을 탈 때 노란색 종이가 없으면 안 되는데, 사람들이 무심코 하얀색 영수증만 챙겼다가 낭패보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우리는 비수기에 가서 모노레일 탑승권이 넉넉하게 남아 원하는 시간 탑승권을 구입했다.  하지만 성수기(단풍놀이 기간인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에는 사람이 많이 몰려 아침 댓바람부터 입장하지 않으면 모노레일을 탈 수 없다고 한다.  노약자 또는 체력에 자신 없는 분이 성수기에 화담숲에 갈 경우에는 부디 일찍 가시기를...!

 

 

모노레일 운행 모습과 내부 모습.

 

  모노레일은 두 칸짜리인데 느릿느릿 위로 올라간다.

  한 칸에 좌석이 8개씩 있는데, 안전요원이 노약자는 앉고 젊고 건강한 이들은 서서 타라고 했다.  하지만 비수기라 우리가 탄 칸에 달랑 7명만 있어서 모두 편히 앉아 바깥 풍경 구경을 했다. 

 

  3승강장에서 내려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구경했다.

  아침까지 비가 내렸기 때문에 화담숲 전체에 안개가 감돌아 관람에 지장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산안개 덕분에 운치가 살아나 좋았다.  게다가 비 덕분에 공기까지 깨끗해지고 온갖 식물 냄새가 선명해져, 도시 먼지에 찌든 몸 안의 폐가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담쟁이 덩굴로 덮힌 돌담.

 

  어째서인지 나는 담쟁이 덩굴로 덮힌 담벼락이 좋다.

  그 담벼락이 양옥집을 둘러싼 빨간 벽돌로 된 벽이든, 궁궐이나 절을 둘러싼 전통형 담이든 간에 말이다.   

 

 

친구 말처럼 인공미가 강했던 코스.

 

 

내 눈에는 목을 뺀 거북이처럼 보였다는...

 

 

바위 사이로 흐르는 물줄기.

 

  며칠간 비가 와서 여기저기에 작은 폭포가 생겼다.

  인공적인 폭포가 아니라 자연스레 생긴 폭포라 더 멋졌다.  이 장면은 직접 봐야 한다.  사진, 그것도 저렴한 폰카로 찍은 사진으로 보니 직접 봤을 때의 느낌이 살지를 않는다.  

 

 

전통 돌담으로 된 코스도 있음.

 

 

커다란 콩깍지 같은 식물이 주렁주렁...

 

  등나무길 비슷하게 아치형 길을 꾸며놓았는데, 커다란 콩깍지 비슷하게 생긴 것들이 잔뜩 매달려 있다.

  이 식물 이름은 잊었는데, 길이는 우리가 흔히 보는 콩깍지의 2배 이상은 되고 굵기까지 한다.  원래 모습이 그런 건지 아니면 시든 건지, 말라비틀어져서(!) 얼핏 보면 오이가 바싹 말라 날씬(?)해진 것처럼 보인다.

  내가 겁이 많아서 그런지 괴기한 모양새에 좀 무서운 느낌이 들었다.  보통의 콩깍지가 방사능에 오염되어 거대해지고 모양이 비틀린다면 저런 모습으로 변할 것 같다.  한밤중에 혼자 저 괴상한 콩깍지 밑을 지나가려면 그 안에서 커다란 외계 공충들이 튀어나와 공격할 것 같다. (이게 무슨 막장 SF 소설 같은 상상인지... -.-;;)

 

 

핑크뮬리 앞에는 포토존도 있음.

 

 

물레방아 돌아가는 모습도 운치를 더 하는...

 

 

개구리 왕눈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연보라빛 수국이 보일 듯 안 보일 듯...

 

  수국만 있는 코스도 있는데 이미 철이 지나 시들었다.

  제철에 왔더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다양한 색으로 피어나는 수국의 특성상, 수국이 모인 모습은 언제 봐도 장관이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항아리 가족.

 

 

'번지 없는 주막' 또는 '운수휴당'.

 

  화담숲 입구 근처까지 내려오면 주막이 하나 있다.

  길에 있는 안내표에는 '번지 없는 주막' 이라고 나오는데 정작 간판에는 '운수휴당' 이라고 되어 있다.  사실 이 주막의 진짜 이름이 무엇인가보다는, 주막 입구 양쪽에 어째서 돌하루방이 버티고 서 있는지가 더 궁금했다. (머나먼 제주도에서 광주까지 출장오셨소...?)

 

 

주막 내부.

 

  배가 고팠던지라 먹는데 급급해서 음식 사진을 못 찍었다.

  다른 손님들 상을 슬쩍 보니 제일 인기 있는 메뉴는 해물파전과 막걸리인 듯하다.  우리는 해물파전과 어묵을 시켜 먹었다.  관광지에 있는 음식점이 다 그러하듯이 양이나 질에 비해 값이 비싼 편이기는 하지만, 멋진 수목원을 둘러보고 난 후 맑은 공기 마시며 먹는 파전은 꿀맛이었다.

 

  다만, 이 날 작약나무숲을 보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화담숲으로 가는 차 안에서 친구에게, 영화 '닥터 지바고' 를 본 뒤로 작약나무를 좋아하게 되어 작약나무숲을 꼭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런데 모노레일 3승강장에서 내려올 때 방향을 잘못 잡았다.  나중에 지도를 보니 반대 방향으로 내려갔어야 작약나무숲을 거치게 되어 있다.

  물론 작정하고 나섰다면 주막까지 와서도 작약나무숲으로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주막에서 음식 먹으며 그간 밀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작약나무숲은 까맣게 잊어버렸고, 나중에 집에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야 생각났다. (나 정말 보고 싶었던 게 맞나... -.-;;)  아쉽지만 작약나무숲은 다음 기회에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