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헌혈을 했다.
올해에는 1월에 헌혈을 한 후 두 번째로 하는 헌혈이다. 원래는 봄에 다시 하려고 했는데, 올해는 무슨 마라도 꼈는지 봄과 여름 내내 치과 치료와 피부과 치료를 번갈아 가며 받았다. 항생제, 진통제, 스테로이드 연고로 쩔어버린(!) 몸으로는 헌혈을 할 수 없어서 반년 이상 헌혈을 안 했다.
이제 치료도 끝났고 더위도 한풀 꺾여서 슬슬 헌혈을 해볼까 생각하던 중에, 마침 피가 부족하다고 적십자사에서 SOS 치는 문자를 받았다. 그래서 헌혈의 집에 갔는데...
헌혈의 집이 파리 날리는 중이다.
더위가 수그러들었다고는 해도 아직 사람들 체력 소진시키는 여름철이라는 이유도 있을 테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다시 창궐하는 탓도 있을 테고, 몇 달 전에 터진 짝퉁 만년필 사건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 헌혈유공장 은장 기념품(라미 사파리)이 짝퉁이라고...! https://blog.daum.net/jha7791/15791697
헌혈의 집에 헌혈하러 온 사람보다 직원이 더 많은 얄궂은 상황을 보며 헌혈을 하려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코로나 사태가 몇 년을 더 끈다면, 헌혈의 집도 재정적 압박으로 구조조정 들어가서 여기저기에서 문 닫게 되는 게 아닐까... 작년에는 우수 등록 헌혈자에게 주는 연말 증정품이 없었는데, 헌혈자가 줄어서 헌혈 기념품을 1+1로 주는 이벤트를 수시로 벌이다 보니 이미 재정난이 시작된 게 아닐까... 만일 헌혈의 집이 줄어든다면 그나마 헌혈하던 사람들도 헌혈하기가 힘들어서 피가 더 부족해지겠지...
헌혈을 끝내고서 기념품을 받게 되었는데 뜨악한 상황에 맞닥뜨렸다.
원래 주는 기념품 말고 추가 기념품을 하나 더 챙겨주는데, 이게 웬 립스틱??? 헌혈의 집을 나와서야 얼핏 떠오르는 게 있어서 전에 받은 문자 메시지를 찾아봤다. 경기도의 몇몇 헌혈의 집에 한해서 슈에무라 립스틱을 추가 증정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는 제대로 읽지 않고 넘겼는데, 내가 슈에무라 립스틱 추가 증정 기간에 해당 헌혈의 집에서 헌혈한 것이다.
참 뜬금없는 기념품이다.
기존의 기념품 대신 주는 게 아니라 추가로 얹어주는 것이라고는 해도, 헌혈자의 70% 이상이 남자인데 립스틱이라니... -0-;; 내가 남자 헌혈자라면 '아니, 지금 뭐 하자는 거지?' 라며 황당해 할 것 같다.
그렇다면 여자 헌혈자라도 좋아하겠느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예전과 다르게 화장을 하더라도 연하게 하는 추세라 립스틱 대신 립글로스나 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코로나 사태로 마스크 쓰고 다니느라 립스틱을 쓰던 사람들도 요즘은 덜 쓴다. 무엇보다 립스틱 같은 색조 화장품은 취향을 많이 타서 각자 특정 브랜드나 특정 색상의 것만 고집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슈에무라라는 브랜드에, 색상은 랜덤(!)라니...
적십자 직원들이라고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얼른 검색해봤다. (궁금한 건 못 참는 나...!)
아하, 역시나... 슈에무라가 프랑스 로레알 화장품에 인수되기는 했어도 원래는 일본 브랜드였다. (이름만 봐도 딱 일본티가 나는...) 한일갈등으로 노 재팬 운동이 벌어지고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영업부진을 겪다가 올해 9월에 우리나라에서 철수하기로 했단다.
철수를 앞두고 재고품을 '어차피 더는 팔 수 없으니 좋은 일에나 쓰자'는 심정으로 적십자사에 기부를 하거나 저렴한 가격에 넘긴 듯하다. 추측일 뿐이지만 꽤 그럴듯한 추측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좋은 취지이기는 하다.
그래도 헌혈 기념품으로는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차라리 핸드크림 같은 물건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브랜드 따지지 않고 유용하게 쓸 수 있어서 좋았을 것이다. (가격도 핸드크림이 립스틱보다 저렴하지 않나? 아니면 슈에무라는 원래 기초 화장품은 안 팔고 색조 화장품 위주로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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