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셀프 은둔에 들어간 지 벌써 9개월째다.
가벼운 당일치기 나들이도 못 하던 중에,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강원도 원주에 있는 '뮤지엄 산' 에 가기로 했다. 뮤지엄 산은 재작년에 처음 가봤는데, 그때도 이 친구와 함께 다녀왔다. ☞ 강원도 원주(3) - 뮤지엄 산(Museum SAN) blog.daum.net/jha7791/1579153
사회적 거리 두기 때문에 이 친구와도 꽤 오랫동안 만나지 못해서, 서로 얼굴도 볼 겸 가을이 가기 전에 단풍의 절정을 구경하리라 하며 간 건데... 하필이면 우리가 가는 날 미세먼지가 무럭무럭~~ 약속 날짜 잡던 1주일 전만 해도 하늘이 푸르기만 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 이후로 미세먼지가 싹 사라졌기 때문에, 모처럼 나들이 나선 날 미세먼지 폭탄을 맞게 될 줄은 몰랐다.
두 번째 가는 거라, 얼떨결에 친구 따라 갔던 지난 번과는 달리 사전조사를 좀 했다.
일본의 유명 건축가 '안도 타다오' 가 뮤지엄 산의 건축을 담당했다는 말은, 그때 친구에게 들었는데... 자그마치 8년에 걸쳐 공사를 했다고 한다. (물론 안도 타다오가 8년 내내 원주에 머물렀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 원래도 빛, 물, 돌을 이용한 건축에 특화된 건축가라, 이런저런 제약이 많은 도시가 아닌 산속에 뮤지엄 산을 지으며 좋아해했다고 한다.
그리고 뮤지엄 산은 지금은 사라진 한솔그룹 소속의 한솔문화재단이 소유하고 있다. 원래는 뮤지엄 산이 위치한 오크밸리(리조트, 스키장, 골프장 등이 있는 복합레저시설)도 한솔그룹 소유였다고 한다. 하지만 한솔기업의 사정이 어려워지며 오크밸리는 다른 곳으로 팔려갔고, 뮤지엄 산은 한솔기업 창업주 일가의 애착이 워낙 강해 그대로 남았다고 한다.
르 코르뷔지에 의자는, 한동안 열심히 듣던 팟캐스트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에서 들은 적이 있다.
그 팟캐스트에 나온 이른바 '예술품 반열에 든다는 의자' 들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면, 실용적인 면에서는 '으잉?' 이란 소리가 절로 나오는 경우가 많다. 즉, 디자인적인 측면에서는 가치가 높을지언정 일상에서 사용하려면 불편하겠다 싶은 것들이다.
그런데 르 코르뷔지에 의자는 정신없이 일을 하다가 잠시 누워 쉰다든지, 단독주택 마당이나 아파트 베란다 같은 곳에 두고 편안히 누워 책이나 신문을 보기에 딱이다. 우리도 번갈아 가며 누워봤다. 의자에 앉아 보라는 문구가 벽에 붙어 있는 걸 보니, 진품이 아닌 모조품인 듯하다. 하지만 모조품이고 뭐고 우리가 언제 이런 의자에 누워보는 호사를 누리리요... ^^
전체적으로는 관람객이 적은 편이지만, 물 위에 만든 카페테리아 발코니만은 바글바글...
뮤지엄 산의 꽃이 바로 이 장소인 듯하다. 거울처럼 잔잔한 수면 위에 둥실 뜬 기분으로 커피 한 잔을 하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날씨가 쌀쌀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많은 손님이 따뜻한 내부보다는 외부에 나와 망중한을 즐겼다.
울긋불긋한 단풍도 예쁘고, 잔잔한 물도 예쁜데...
역시나 배경으로 깔린, 미세먼지 가득한 희뿌연 하늘이 풍경을 망친다. (중국아, 경제개발도 좋지만 이제는 환경보호도 생각해야 하지 않겠니... ㅠ.ㅠ)
무슨 머피의 법칙인지, 뮤지엄 산을 다녀온 다음 날은 하늘이 새파랬다. -.-;;
겨우 하루 차이일 뿐인데, 어쩌면 그렇게 하늘빛이 달라질 수가 있는지... 함께 다녀온 친구와 카톡으로 '우리 날짜 잘못 잡았네.' 라든지 '어제랑 오늘이랑 날씨가 바뀌었으면 딱이었는데...' 등의 말을 주고받았다.
전에 처음 스톤 가든을 봤을 때, 둘이서 신라시대 고분과 비슷하다는 말을 주고 받았는데...
역시 우리 눈이 틀리지 않았다...! 실제로 경주의 신라 고분들 모습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돌무더기(!)라고 한다. 제목은 '한반도' 라고 해서 조선 8도와 제주도 등 9개의 돌무더기가 있다. 재미있는 사실이 하나 있으니, 제주도는 실제로도 가장 면적이 작은 지역이라 돌무더기 크기도 제일 작다.
전에는 한반도 조형물 사이에 있는 나무는 신경쓰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데 돌로 된 조형물과 돌로 된 길 사이에 나무 한 그루씩 서있는 모습이, 이번에는 눈에 확 들어왔다. '돌무더기 속에서 독야청청하리라~~' 같은 느낌이랄까? ^^
친구가 "이 돌은 전부 어디에서 가져왔을까?" 라고 물었다.
그때는 "글쎄..." 하며 넘어갔는데... 혹시나 해서 인터넷을 뒤져보니, 같은 강원도의 이웃 지역인 횡성에서 가져온 돌이라고 한다.
돌을 잔뜩 쌓거나 깔아서 만든 벽과 바닥을 보면, 현대적이면서도 고풍스럽다.
깔끔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보면 현대적이라는 느낌이고, 돌이란 재료를 주로 썼다는 점을 생각하면 옛날 성채가 떠오른다.
정작 구경하면서는 생각 못했고, 이 포스트를 쓰면서 생각난 건데...
뮤지엄 산의 인공못은 전부 사람 발목이나 겨우 잠길 정도로 얕다. 그런데 인공못 바닥에 자갈을 잔뜩 깔아놓아서, 거울 표면처럼 잔잔하면서도 물이 물체를 선명하게 비치는 편이다. 거울 같은 효과를 나타내려고 일부러 깊이를 얕게 했나 보다. (물론, 물을 잔뜩 채워넣으려면 수도세가 많이 드는 점도 고려했을 지도... ^^;;)
오래간만에 수도권을 벗어난 것 자체가 힐링이 되면서도, 이번 나들이는 미세먼지 때문에 좀 아쉬웠다.
친구와 겨울에 눈에 덮힌 풍경도 멋질 거라는 말을 주고받기는 했는데... 둘이 동시에 떠올린 생각이 '그런데 눈 내리면 풍경이 멋있는 건 멋있는 거고, 여기까지 오는 게 문제지.' 였다. '산길 + 눈길' 을 차를 타고 오르다 보면, 뮤지엄 산이 아무리 고즈넉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장소라고 해도 심장이 쿵쾅쿵쾅 뛰어서 예쁜 풍경이고 뭐고 눈에 안 들어올지도...
어쨌거나 또 다시 뮤지엄 산에 갈 때에는 날씨가 협조적으로 나오기를 바란다. (날씨, 너 말 좀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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