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당일치기 여행의 오후 목적지는 뮤지엄 산(Museum SAN)이다.
뮤지엄 산은 원주 외곽의 오크밸리라는 복합 리조트 지역에 있는 박물관 겸 미술관이다. 이런 곳이 있는 줄도 몰랐고 무엇을 전시하고 있는 지도 몰랐기 때문에, 당연히 별 관심 없었다. 그저 동행한 친구가 무척 가보고 싶어하니, 내가 가고 싶어했던 박경리문학공원에 가는 것에 기꺼이 찬성한 친구에게 보답(?)하는 의미로 간 것 뿐이다.
그렇게 무작정 갔건만 의외로 괜찮았다. 특히, 번잡한 곳보다는 한적한 곳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 이들이 원주에 간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장소이다.
뮤지엄 산 입구에 있는 대형 조형물.
'안도 타다오' 라는 유명한 일본 건축가가 뮤지엄 산 건물을 설계했다고 한다.
친구는 전에 제주도에서 역시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호텔에 간 적이 있다는데, 그 때 안도 타다오의 작품에 반해버렸다고 한다. 뮤지엄 산으로 가는 차 안에서 친구가 "안도 타다오의 건축물은 빛, 물, 돌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라고 설명해줬는데, 그 때는 너무 막연한 느낌만 들었다. 하지만 막상 뮤지엄 산 입구에 도착해서 울창하고도 한적한 숲과 잔잔하고 맑은 물에 이중으로 둘러싸인 돌로 된 건물이 따뜻한 가을 햇살 아래 서 있는 것을 보니, 친구의 짤막하고도 막연했던 설명이 갑자기 가슴에 와닿았다.
뮤지엄 산 안에 '제임스 터렐' 이라는 미국 예술가의 전시관이 별도로 있다.
뮤지엄 산 입장권과는 별도로 제임스 터렐관 입장권도 판매하고 있는데, 정해진 시간에 맞춰서 가이드와 함께 단체로 움직여야 한다. 시간관계상 일단 제임스 터렐관부터 가고, 그 다음에 뮤지엄 산의 다른 곳들을 둘러보기로 했다.
제임스 터렐 전시회는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블로그에 올릴 사진이 없다. 하긴, 사진 촬영이 허용되었다고 해도 블로그에 올리기 난감했을 것이다. 보통의 전시회와는 다르게 관람객들이 직접 체험하는 전시회이기 때문이다. 그냥 눈으로 볼 때는 '이게 도대체 뭔가...' 하는 뜨악한 기분만 드는데, 가이드의 설명에 따라 작품 속으로 들어가서 움직여보면 '아, 작가의 의도가 이런 것이었구나!' 감탄하게 된다. 독특한 경험이라 한 번 가 볼 만하다. (다만, 한 번만... 두 번 가기에는 가격이 후덜덜하다는... ^^;;)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관으로 가는 길에 있는 돌 조형물.)
그런데 제임스 터렐관에 가는 길목에 스톤 가든이라는 커다란 돌무더기(?)들이 있는 곳이 있다.
그 돌무더기들 자체가 '조선팔도' 란 제목의 작품인데, 우리 눈에는 다 똑같이 생긴 돌무더기이건만 각자 경기도, 강원도... 식으로 우리나라 지방 이름이 하나씩 붙어 있다. 어찌 보면 경주에 있는 신라 시대 대형 고분들의 돌 버전 같기도 하다.
우리가 지상에서 봐서 전체적인 모양을 보지 못 할 뿐, 만일 공중에서 조망한다면 한반도 모양에 맞추어 돌무더기들을 배치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마치 칠레 나스카 평원의 지상화처럼 말이다. 하지만 제주도 돌무더기 왼쪽 위편에 있는 돌무더기에 전라도 대신 강원도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걸 보니 그건 아닌 것 같고... 역시 현대 미술은 모르겠다. ^^;;
산과 물과 빛의 어우러짐...!
제임스 터렐 전시회를 보고나서, 뮤지엄 산 내부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종이의 역사와 종이로 만든 공예품 전시회가 눈에 띄었고 그 밖의 작은 규모의 전시회도 여기저기에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뮤지엄 산의 전시회보다, 뮤지엄 산 그 자체를 구경하는 재미가 더 쏠쏠했다. 건축에 대해 전혀 모르는 나도, 친구가 왜 안도 타다오의 작품이라는 이유만으로 뮤지엄 산에 가자고 했는지 알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산과 물에 둘러싸여 커피 한 잔 마시면
그게 바로 신선놀음입니다~~! ^^
관람을 끝내고 폐관 시간이 되기까지 뮤지엄 산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 시간을 보냈다.
카페의 입지가 정말 끝내준다...! 주위는 푸른 산이라 시원한 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데, 맑은 물 위에 둥실 떠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정말이지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실내에도 좌석이 있지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다 외부 좌석에 나가서 맑은 산공기를 만끽하며 사진을 찍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다른 각도에서 봐도 역시 멋있다는...
또 다른 각도에서 봐도 안 질림. ^^
돌로 만든 직선들이 만들어 낸 멋진 건물...!
식상한 표현이지만 말 그대로
거울과 같이 맑은 물임.
멋진 풍경을 보며 할 생각은 아니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건물을 둘러싼 물의 맑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쏟아붓는 돈이 만만찮을 것 같다는 생각 말이다. 친구에게 그 말을 할까 하다가, 좋은 분위기 깬다는 소리 들을까봐 가만히 있었다. 역시 나는 낭만과는 좀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
돌과 물과 빛...!
뮤지엄 산은 내부의 전시물보다는, 건물 그 자체와 그로 인한 조용하고도 멋진 분위기가 관람 포인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이 촉박하거나 화려하고 북적북적한 것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곳에 갈 사람은 반나절은 머문다고 생각하고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가야, 건물 내부와 외부를 느긋하게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즐길 수 있다.
강원도 원주(1) - 박경리문학공원(http://blog.daum.net/jha7791/15791517)
강원도 원주(2) - 원주 중앙시장 '신혼부부 / 미로시장'(http://blog.daum.net/jha7791/1579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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