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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횡성의 '풍수원성당' - 시골 마을의 고즈넉한 성당, 드라마 '러브레터' 촬영지

Lesley 2014. 12. 26. 00:01

 

  11월 중순에 오래간만에 만난 친구와 함께 강원도 횡성에 있는 '풍수원성당' 을 구경하고 왔다.

  이 성당이 지금 위치한 곳은,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를 피해 강원도 산골로 숨어들었던 천주교 신자들이 이룬 마을이라고 한다.  강원도 지역에서는 최초로 지어진 성당이며, 동시에 우리나라 전체로 보면 조선인 신부가 건립을 주도한 최초의 성당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성당은 2003년도에 방영했던 조현재, 수애, 지진희 주연의 드라마 '러브레터' 의 촬영장소이기도 했다. (크아~~ 조현재가 사제복 입은 모습은 정말 한 마리 꽃사슴이었는데...!  그 모습에 반해서 자기 오빠가 원하든 말든, 오빠를 신부로 만들겠다는 친구가 있었으니... ^^) 

 

  그런데 서울에서 횡성으로 곧장 가지 않고, 중간에 경기도 양평을 거쳐 다녀왔다.

  풍수원성당에 함께 다녀온 친구는 전에는 우리집에서 가까이에서 살다가, 몇 년 전에 양평으로 이사를 했다.  친구가 전부터 양평으로 한 번 놀러오라고 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양평이 말이 경기도지 강원도와의 경계선에 있는 지역이라, 너무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도 생각해 보면 좀 웃김.  천안이나 부산은 양평보다 훨씬 멀지만 몇 번이나 다녀왔음.  그런데 왜 양평은 가볼 엄두가 안 났을까? -.-;;)

  그러다가 지난 11월에 어찌어찌해서 '큰 마음'(!) 먹고 양평으로 갔다.  그런데 이 날의 일정 중에서 제일 큰 것이, 양평이 아닌 횡성에 있는 풍수원성당에 다녀오는 일이었으니... (미안해, 양평~~ ^^;;)

 

 

풍수원성당을 앞에서 본 모습.

 

  고딕양식 건물을 보면, 그게 종교건물이든 학교건물이든 웅장한 느낌을 주는 커다란 건물인 경우가 많다. (적어도 내가 본 건물들은 그러함.)

  그런데 풍수원성당은 고딕양식으로 지은 건물로는 드물게, 조촐하고 소박한 느낌의 건물이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보는 사람에게 단아한 멋을 느끼게 해준다.  친구도 "소박한데 너무 멋있다." 라고 몇 번이나 감탄을 했다.  성당의 모습이 강원도의 농촌 마을 풍경과 전혀 위화감 없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어차피 주위가 온통 산과 논밭인데, 만일 저 성당만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었다면 '이거 대체 뭥미?' 하는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잠옷 입고 슬리퍼 신고 머리도 헝클어진 여자가 입술만 쥐잡아 먹은 것처럼 새빨간 립스틱으로 떡칠한 느낌이 들지 않았을까? ^^

 

 

풍수원성당을 뒤쪽 측면에서 바라본 모습.

 

 

짜잔~~ 이번에는 성당 내부를 구경해봅시다~!

 

  다른 성당이나 교회와 눈에 띄게 다른 점이, 내부가 입식이 아닌 좌식이라는 점이다. 

  무슨 상가건물 등에 입주한 성당이나 교회라면 모를까, 독립된 건물을 쓰는 경우에는 안에 여러 명이 앉을 수 있는 긴 의자를 잔뜩 두는 경우가 보통이다.  하지만 이 성당에서는 그냥 바닥에 앉아 미사를 본다. (물론 방석 정도야 깔지요... ^^)  

  그런데 내가 눈썰미가 없기는 없나 보다.  친구 입에서 "여기는 의자가 없어." 라는 말이 나오기 전까지, 그 사실을 눈치 못 챘다. -.-;;  그저 '와~~ 단촐하면서 깔끔하네~' 하고 좋아하고만 있었으니...  하긴, 성당 내부로 들어가며 신발을 벗을 때 눈치채야 했다.  좌식이니까 신발을 벗지, 입식이라면 왜 신발을 벗겠는가!  (나날이 퇴화하는 나의 두뇌... ㅠ.ㅠ)

   

 

성당 건물 뿐 아니라, 창문이나 전등에 붙은 스테인드 글라스도 소박함.

 

 

(왼쪽) 오래간만에 보는 풍금.

(오른쪽) 위의 두 사진을 보면 성당 내부에 늘어선 기둥들이 돌기둥 같아 보이는데, 사실은 나무 기둥에 페인트 칠 한 것임. (돌기둥을 가장한 나무기둥...! ^^)

 

 

맞습니다!  강물은 원래 흘러야 하는 것입니다!  고이면 썩습니다!

 

  성당 밖으로 나오며 문을 닫는데, 문에 물고기 모양의 표지가 붙어 있었다.

  표지에 '강물은 흘러야 한다' 라고 되어 있는 것을 보니, 그리고 천주교에서 4대강 공사를 반대했던 점을 생각해 볼 때, 아마 4대강 공사 반대 운동 차원에서 붙인 표지 같다. (설마, 강원도 래프팅 같은 레크레이션 홍보하기 위한 표지는 아니겠지... ^^)

 

 

성당 뒤편에 있는 마리아상.

 

  좀 의외인 게, 성모 마리아상이 있는 돌집(?) 오른쪽에 있는 표지석이다.

  표지석에 천왕당(天王堂)이라고 써있는데, 민간신앙 느낌이 든다.  전통신앙과 외래종교의 융합일까? ^^  그리고 왜 마리아상 앞에 그런 표지석을 두었을까?  천주교(天主敎)라는 이름을 생각해 보면, 차라리 예수를 천왕이라고 하면 말이 될 것 같다.  그런데 마리아를 천왕이라고 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뭔가 다른 사연이 있는 건지 궁금하다.

 

 

성당 뒤편으로 난 얕으막한 오르막길을 오르다 보면, 큰 항아리들을 보게 됨.

(요즘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커다란 항아리.)

 

  확실히, 강원도 날씨는 서울 날씨와는 다르다.

  이 날, 서울과 횡성은 최저기온이든 최고기온이든 겨우 1도 밖에 차이가 안 났다.  그런데도 어떻게 된 게, 아침에 서울에서 출발할 때보다 점심 무렵 횡성에 있을 때가 더 추웠다.  분명히 기온은 10도가 넘어가고 햇살도 따사로운데, 야상점퍼 위로 드러난 목에는 으스스하게 소름이 돋고, 항아리 앞에 있는 자그만한 돌절구 안에 든 물 표면에는 이미 살얼음(!)이 끼어 있었다!

 

 

항아리를 구워내는 가마.

 

  저 가마에서 정말로 항아리를 굽는 것은 아닌 듯하다.

  그 보다는, 과거에 천주교 박해를 피해 이 곳에 숨어든 신자들이 항아리를 구워 팔아 생계를 유지했다는 점에 착안한, 순례자나 관광객을 위한 민속촌 비슷한 재현 풍경으로 보인다.  지금 이 성당을 한국 천주교의 순례지로 만들기 위한 공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마 그 공사 중 하나로 지은 가마인 것 같다.

 

 

가마 쪽에서 바라 본 항아리떼(!).

(소박한 항아리도 지렇게 떼로 모아놓으니까 뭔가 있어 보이는... ^^)

 

 

항아리를 뒤로 하고 계속 올라가면, 위쪽으로 슬쩍 보이는 정체불명의 작은 건물.

 

 

여기는 혼자서 명상 및 기도를 하는 장소로 추정되는 곳임.

 

  처음에는 여기도 항아리 구워내는 가마인 줄 알았다. -.-;;

  '이쪽 가마는 더 멋있게 생겼네.' 하면서 문을 슬쩍 열어봤는데, 안에 앉은뱅이 책상과 그 위에 펼쳐놓은 성경이 보여서 깜짝 놀랬다.  옆으로는 옷가지도 한두 개 보이고...  절에서 승려들이 혼자 조용히 수양할 수 있게 마련한 독채처럼, 성당에서도 기도에만 전념하도록 만든 독실인가 보다.

 

  다른 쪽으로도 길이 계속 나있었지만...

  우리 둘 다 배고파서 죽을 지경이었기 때문에(-.-;;), 성당 구경은 그 정도로 끝내고 점심을 먹으러 떠났다.  횡성이 한우로 유명한 곳이지만, 우리는 굳이 한우를 먹을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양평으로 컴백~!

 

  우리나라에는 볼만한 곳이 없다고 투덜대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관심이 없어서 안 찾아봐서 그렇지, 관심을 갖고 찾으려 들면 볼만한 곳이 얼마든지 있는 것 같다.  성당 같은 종교건물을 보더라도, 기독교의 원산지(?)인 서양 쪽만큼 규모가 크지는 않아도, 나름대로 특색있는 곳이 여러 군데에 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발걸음 하시기를...

 

 

  마지막으로, 드라마 '러브레터' 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한 서비스 컷!

 

(위 왼쪽) 주인공 우진(세례명은 안드레아) 역을 함께 맡았던 조현재(성인역)와 유승호(아역).

(위 오른쪽) 우진의 외삼촌이며 역시 신부로 나왔던 손현주.

(아래 왼쪽) 성당 소속 고아원에서 우진과 함께 자란 은하 역을 맡았던 수애.

(아래 왼쪽) 우진과 은하를 잘 돌봐주는 수녀 역을 맡았던 윤유선. 

※ 출처 : 다음 카페 '㉨ㅐ㉤ㅣ있는㉪ㅏ㉬ㅔ' (현재 활동정지 상태인 카페.)

 

  블로그에 올릴만한 러브레터의 사진을 구하지 못 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구했다. (그것도 풍수원성당을 배경으로 한 것으로!) 

  유승호가 나온 두 컷의 배경은 모두 풍수원성당 외벽이다. (저렇게 자그마했던 유승호가 어느새 군복무까지 끝낼 정도로 크다니...!)  그리고 조현재와 수애가 함께 있는 컷의 배경은 풍수원성당 내부다. (보라! '돌기둥을 가장한 나무기둥' 이 보이지 않는가! ^^)  수애와 윤유선이 함께 있는 컷은 성당의 출입문이다. (위에 이미 쓴 것처럼 이 성당은 좌식으로 되어 있어서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곳이라, 문 바로 옆에 신발장이 있음.)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덕수궁 미술관 및 석조전(http://blog.daum.net/jha7791/15790476)
성공회 서울주교좌 성당 내부(http://blog.daum.net/jha7791/15790790)
강화도(1) - 성공회 강화성당(http://blog.daum.net/jha7791/15790834)
인천 차이나타운(Chinatown) 下 - 개화기의 이국적인 건물(http://blog.daum.net/jha7791/15790867)

 

경기도 양평의 독특한 카페 '꿈꾸는 사진기'(http://blog.daum.net/jha7791/15791162)

전철 중앙선 / 경기도 양평의 간이역 석불역(http://blog.daum.net/jha7791/15791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