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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2) - 원주 중앙시장 '신혼부부 / 미로시장'

Lesley 2018. 10. 17. 00:01

 

  12시 즈음해서 박경리문학공원 관람을 끝냈다.  ☞ 강원도 원주(1) - 박경리문학공원(http://blog.daum.net/jha7791/15791517)

  공원을 나설 무렵 우리는 배고픔으로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  마침 집에 있던 작은 도너츠라도 먹고 온 나도 허기가 져서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었는데, 아예 아무 것도 안 먹고 왔다는 친구는 오죽하랴...

 

  그래서 점심을 먹으려 허겁지겁 박경리문학공원을 나와 중앙시장으로 갔다.

  중앙시장은 원주에 있는 몇몇 재래시장 중 대표적인 곳이며, 전국적으로도 꽤 큰 상설 재래시장이라고 한다.  게다가 여러 분식점이 모인 시장 골목이 최근 들어 인터넷에서 핫(!)한 장소로 떠오르며 관광 코스화 된 모양이다.  내가 굳이 맛집 찾아다니는 사람은 아니지만 원래 분식 먹는 걸 좋아한다.  마침 동행한 친구도 나와 같은 과에 속하는 생물(!)이라 점심을 중앙시장에서 분식으로 먹기로 했다.

 

  이 날 중앙시장의 분식 골목에서 우리가 들린 곳은, 친구가 인터넷으로 알아봤다는 신혼부부라는 분식점이다.

  원래도 원주에서 유명한 분식 골목이라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몰린다는데, 요즘 인터넷으로 유명해지기까지 해서 줄을 서가며 먹어야 한다.  다행히 우리는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시간보다는 좀 일찍 가서 10분도 안 기다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우리가 먹는 동안에도, 다 먹고 나온 후에도 줄이 줄어들지가 않았다는...  가실 분은 가급적 점심시간 피해서 가시와요~~~)  

 

 

 

좁은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쪽 면을 2층 좌식형으로 해놓았음.

 

 

  나는 아무래도 몸만 어른이 된 것 같다.

  떡볶이, 쫄면, 짜장면, 만두 등을 좋아하는 걸 보고 사람들이 어린애 입맛이라고 하곤 한다.  그런데 2층으로 된 자리 중 마침 2층 쪽이 비어서 우리가 올라가게 되자 너무 좋았다.  어린애들이 꼭 2층 침대의 2층 부분에 올라가 자고 싶어하는 것처럼, 나도 지금까지도 웬지 2층이 좋다. (솔직히 겁이 많아서 2층을 선호하는 것도 있음.  혹시라도 2층이 폭삭 무너질 경우에 차라리 2층에 있는 사람은 덜 다치겠지만 1층에 있는 사람은 완전히 납작해진다는... -.-;;)

 

 

 

참으로 착한 가격이구나~ ^^

 

 

  이 분식점은 갖출 건 다 갖췄다.

  일단, 시장 분식점답게 가격이 참으로 착하다.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모두가 아우성 치는 요즘 같은 때에, 저런 착하디 착한 가격을 어디 가서 보겠나...

  또한 맛도 괜찮다.  학창시절 친구들과 다니던 학교 근처 분식점 음식맛이 그대로 난다.  지난 몇 년 사이 많이 생겨난 프랜차이즈 분식점 떡볶이는 깔끔해 보이기는 하는데 뭔가 2% 부족한 맛이다.

  그렇다고 양이 적은 것도 아니다.  덩치 큰 남자들이 먹어도 충분할 정도로 푸짐하게 나온다.  여자 둘이서, 한창 나이의 남자들에게 적당할 양의 음식을 3개나 시켜서 먹은 것은 안 비밀... ^^;; 

 

 

 

500원 올렸어도 착한 가격이니 괜찮아요~~ ♬

 

 

 

맛있고 양 많은 돈까스, 쫄면, 떡볶이가

총 11,500원이라니, 이 아니 기쁠쏘냐...! ^0^

 

 

  우리가 어지간히 배가 고프긴 했나 보다.

  나는 블로그에, 친구는 인스타그램에, 음식 사진을 찍어 올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둘 다 배고픈 상태에서 먹을 걸 봤더니만 말 그대로 눈이 뒤집혔다.  그래서 돈까스를 다 썰어놓고 쫄면도 다 비비고 난 후에야 '아차, 사진!' 하면서 뒤늦게 사진을 찍었다. ^^;;

  뭐 아무렴 어떠냐...  예쁘고 근사한 사진은 다른 사람들이 이미 인터넷에 많이 올렸을 테니, 우리는 좀 허술하지만 사실적(?)인 사진을 올리면 되는 거다.(...라고 상황을 정당화 하는... ^^;;) 

 

 

 

분식가게 골목 건너편 상가 2층에 있는

미로시장(미로예술시장)의 외부모습.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점심을 먹은 후 소금산의 출렁다리로 가야 했다.

  하지만 원주에 몇 번 와 본 친구가 분식 골목 근처에 있는 미로시장에 가보자고 해서, 시간 관계상 출렁다리는 다음 기회에 가보기로 하고 대신 미로시장으로 바꾸었다.  친구가 먼저 번 왔을 때는 한창 더운 여름이었는데, 미로시장이 있는 건물이 전체 냉방이 안 되는 통에(아마 낡은 상가 건물이라 그런 모양임.)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고 한다.  다행히 덥지도 춥지도 않은 지금은 대부분의 가게가 문을 열어서 좋은 구경을 많이 했다. 

 

 

 

재래시장도 잘만 꾸며놓으면 예쁩니다~~

 

 

 

낭만이 넘치는 호프집.

우리 입속에 맥주 뿐 아니라 꿈도 담아준답니다. ^^

 

 

 

서련방은 서예학원이겠죠?

그리고 혼술도 낮술도 환영한다는 호프집.

(이제 와서 보니, 위의 사진과 같은 호프집이네... ^^)

 

 

 

덩실덩실 덕질덕질, 덕질은 인생의 양념.

그럼요, 덕질거리 하나는 있어야 살맛 나죠...!

 

 

  중앙시장 중에서도 이 미로시장은 젊은층을 주요 타겟으로 삼고 있는 듯하다.

  보통 재래시장이라고 하면 중노년층이 주로 이용하는데, 여기는 가게 종류를 보면 젊은이들을 끌어들이려고 하고 있는 듯하다.  각종 인테리어 소품 가게, 피규어 등 캐릭터 가게, 악세사리 가게, 천연 화장품 가게, 아로마향 가게 등이 눈에 많이 띈다.  어르신들이 많이 드나드실 곳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물론 보리밥집, 중국집, 커피숍 등 어르신들도 좋아하실 만한 곳들도 있다.  또 어르신들이라고 위에서 언급한 가게들을 둘러보지 말라는 법은 없다.  어쨌거나 대형 마트에 밀려 점점 활기를 잃어가는 재래시장에 젊은 피를 수혈(!)하고자 하는 의도를 잘 살린 듯하다. 

 

 

 

정겨운 보리밥집도 하나 있고요~~

 

 

 

 

천연화장품을 주스병 비슷한 용기에 담아 팔기도... ^^

 

 

 

 

포토존도 있네요...!천정에 예쁜 등불도 있고요~~

 

  미로시장을 돌아다니다 보니 전에 읽은 유현준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 이 떠올랐다.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비교하면서, 널찍하고 깔끔하게 정비된 길이 있는 강남보다 오히려 좁다랗고 낡은 길이 있는 강북이 '더 걷고 싶은 거리' 가 된 이유를 설명한 대목이다.  간단히 말해서, 같은 시간 동안 걸었을 때 강남보다 강북에서의 경험치가 높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똑같이 10분을 걸어도, 차도 중심이며 큰 건물 중심의 강남에서 지나치게 되는 가게 숫자보다, 차도가 좁고 인도 중심이며 구불구불하고 복잡하게 골목이 이어져있는 강북에서 지나치게 되는 가게 숫자가 훨씬 많다.  사실, 서울 뿐 아니라 관광지로 유명한 유럽의 여러 도시를 보면 한 구역(블록) 당 골목이 많고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 같은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고, 또 같은 지역을 여러 번 가도 매번 다른 가게를 구경하거나 들릴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자연스레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다는 것이다.

 

  이 미로시장이란 곳이 바로 '한 구역 당 골목이 많고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밀집해 있는 곳' 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값 하느라 미로처럼 생겨서, 나 같은 방향치는 길 잃어버리기 딱이다.  하지만 같은 곳을 몇 번을 돌아도, 아까는 보지 못하고 지나친 가게를 새삼 발견하고 구경하게 되니 지루하지가 않다.  미로시장 자체가 규모가 큰 곳은 아닌데, 아기자기한 소규모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서 볼거리가 많다.  재래시장 내에 미로시장이란 곳을 만들 생각을 처음 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몰라도, 머리를 무척 잘 썼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로를 헤메고 다니다가 쉬려고 예쁜 카페.

창에는 '어린왕자' 의 유명 장면과 대사가 있음.

친구는 커피, 감기 걸린 나는 생강차.

 

 

 

저녁에 다시 찾은 미로시장의 담담정.

돼지고기 부추 볶음과 두부 명란젓 구이를 먹음.

(실제 메뉴 이름이 워낙 길어서 생략해 쓴 것임. ^^;;)

 

 

  미로시장에서 차 한 잔씩 하고 뮤지엄 산으로 갔다가, 저녁에 다시 돌아와 저녁을 먹었다.

  나보다 방향감각 좋고 눈썰미 있는 친구가 이것저것 구경하면서 기억해 두었던 '담담정' 이란 식당 겸 호프집으로 갔다.  저녁의 미로시장은 낮의 미로시장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각종 물건을 판매하는 가게들은 대부분 문을 닫았고 주로 음식점들이 문을 열고 있는데, 마치 예전의 종로나 대학로의 고불고불한 골목에 숨어있는 음식점을 찾아가는 기분이다.  살짝 무언가를 탐험하는 기분도 나고... ^^

 

 

 

 

 

 

 

강원도 원주(1) - 박경리문학공원(http://blog.daum.net/jha7791/15791517)

강원도 원주(3) - 뮤지엄 산(Museum SAN)(http://blog.daum.net/jha7791/157915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