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어수선하던 시기(사실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에 들었던 팟캐스트를 소개하려 한다.
'정신과 의사들의 진짜 정신과 이야기' 라는 부제를 단 '뇌부자들' 이다. 같은 대학 출신인 젊은 정신과 의사 대여섯 명이 함께 진행하는 팟캐스트인데, 각종 정신과 질환에 대해 일반인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주면서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과 오해를 해소하려는 게 목표이다.
솔직히 말해서, 이전에 이 블로그에 소개했던 두 팟캐스트 프로그램만큼 흥미진진하지는 않았다. ^^;;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 중 도시정치학' 과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의 경우에는, 일단 프로그램에서 다루는 소재(또는 주제)가 내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소위 '취향 저격' 이라고 하는... ^^) 그리고 양쪽 모두 진행자들이 다른 라디오나 TV 프로그램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어서, 팟캐스트 내용과 별도로 진행자들 입담에도 푹 빠졌더랬다.
그런데 뇌부자들이 다루는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어느 정도는 관심이 가지만 앞에서 말한 두 팟캐스트의 소재만큼 마음이 끌리지는 않았다. 그저 망할(!)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심란한 기분을 전환하려는 마음에서 다소 억지로(?) 듣기 시작했다. 또 이쪽 진행자들은 모두 본업이 의사여서 프로(!) 진행자들과는 확실히 프로그램 진행 솜씨 차이가 나는데, 진행자가 대여섯명이나 되다 보니 때로는 어수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듣고나니 시간을 투자한 보람이 느껴진다. (뇌부자들의 모든 회차를 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제목을 보고 마음 내키는 것만 골라 퐁당퐁당 들었음.)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리고 한때는 친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진 사람들에 대해서도, 또한 나 자신에 대해서도, 좀 다른 각도로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도 든다. 진행자들이 과거에 환자와 상담했던 경험담 또는 시청자가 진행자들에게 이메일로 보낸 사연을 듣다 보면, 사람들의 성격과 가치관이 전부 다르고 각자 다른 고민을 끌어안고 살고 있지만 인간관계로 인한 고민의 본질은 비슷한 듯하다. 세상 마음이 다 내 마음 같지는 않다는 점, 정도 차이가 있을 뿐 어린 시절의 상처는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 한때는 누군가로 인해 피해자였던 사람이 어느 순간 또 다른 누군가에게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점 등등.
몰론, 정신과 환자나 그 주위 사람들이 본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고 정신질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다소 넓혔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먼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이 상담 몇 번 받는다고 해서 갑자기 변하지는 않는다. 그렇게 뚝딱 고쳐질 수 있는 일이라면 이 세상 정신질환자들이 그토록 힘들게 살 일은 없을 것이다. 어떤 이는 마음의 병이 너무 깊어 정신상담을 받아도 별 효과를 보지 못 하고, 또 어떤 이는 상담자인 의사와 서로 맞지 않아서 오히려 더 상처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다행히도 상담자와 함께 문제의 원인을 찾아대는 데 성공하더라도,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과 그 문제를 극복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서 반드시 좋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
그리고 우리가 우리를 힘들게 했던 사람에 대해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고 해서, 갑자기 그 사람과 친하게 지내야겠다는 생각이 샘솟는 드라마틱한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 사람의 남다른 면 밑에는 그 사람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머리로 아는 것' 과, 그 사람의 남다른 면을 우리가 '감정적으로 겪는 것' 은 전혀 다른 문제이니 말이다. 원래 제3자 입장에서는 '저 사람도 안 됐네.' 라고 쉽게 말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사람을 직접 상대해야 하는 입장이 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어찌되었거나 사람의 심리나 인간관계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
우리가 살면서 얻게 되는 많은 지식이나 경험이 그러하듯이, 어쩌면 그 순간에만 '아, 그렇구나!' 하고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까맣게 잊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지식 또는 경험이 조금씩이라도 반복된다면, 우리 생활에 소소한 변화라도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의 말처럼 1과 10의 차이보다는 1과 0의 차이가 더 큰 법이다. 아예 없는 것(모르는 것)과 아주 조금이라도 있는 것(아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이니 말이다. (그렇게 기대해 봅니다~~!)
뇌부자들을 듣던 중 진행자들이 관련 책을 냈다는 것을 알게 되어 구입했다.
'어쩐지, 도망치고 싶더라니' 라는 미묘하면서도 정곡을 콕 찌르는 제목을 가진 책이다. 정신상담이 필요한 수준까지 가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자신이 겪는 심리 문제의 원인을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도 일단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복잡미묘한 상황에 부딪치는 걸 피하고 싶은 마음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 원인을 외면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나부터가... -.-;;) 이 책 제목이 영 마음에 안 든다고 한 사람도 있는 것 같지만, 문제의 본질을 쉽게 회피하는 인간의 성향을 생각하면 적절한 제목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에 따라서는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 것보다 책을 구입하는 게 나을 수 있다.
아무래도 한 권의 책에 담긴 내용이라, 여러 해에 걸친 팟캐스트에 담긴 내용보다는 훨씬 양이 적지만... 그래도 귀로 음성을 듣는 것보다 눈으로 활자매체를 보는 게 더 편한 사람, 또는 여러 진행자가 대화식으로 진행하는 팟캐스트를 좀 어수선하다고 느껴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자료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책을 구해 읽는 쪽이 맞을 것이다.
팟캐스트(1) - '김태훈의 책보다 여행' blog.daum.net/jha7791/15791596 팟캐스트(2) - '김종배의 사사로운 토크' 중 '도시정치학(with 임동근)' blog.daum.net/jha7791/15791600 팟캐스트(4) - tbs 색다른 세상 中 '임동근의 숫자너머세상' blog.daum.net/jha7791/15791665팟캐스트(5) - 미래지식을 담다, 미담 blog.daum.net/jha7791/15791676 팟캐스트(5) - 미래지식을 담다, 미담 http://blog.daum.net/jha7791/15791676 팟캐스트(6) -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https://jha7791.tistory.com/1579175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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