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지구촌 전체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몸살을 앓고 있다.
2월 중순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럭저럭 가라앉나 보다 했는데, 31번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번졌다. 치료약도 백신도 없는 전염병이 새로 등장한 것만으로도 심란한데, 웬 사이비 종교까지 병의 전염에 한몫하면서 국민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비록 신체적으로는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사람들이라도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일상' 을 살고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일상의 변화와 옛날 기억을 붓 가는 대로... 가 아니라 손가락 가는대로 쳐보자면...
1. 전국 개학 연기
2020년은 우리나라 교육사에 길이 남을 해가 될 것이다.
자연재해로 인해 지역별로 며칠간 휴교 또는 개학 연기를 한 적은 있다. 하지만 전국의 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가 동시에 3주일이나 쉬는 일은 처음이라고 한다.
올해 유치원에 입학할 예정이었던 조카 녀석은 유치원 구경도 못 하고 있다. 친구의 아들은 초등학생인데 그 동안은 학교와 학원에 가기 싫어하더니, 막상 집에서만 지내려니 무척 심심했던지 이제는 학교와 학원에 가고 싶어 한다고... ^^;;
2.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책의 절묘한 개정판 출간
전에 인터넷 서점에서 뭘 좀 찾다가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라는 책을 본 적이 있다.
흥미가 당기기는 했지만 사놓고 아직 안 읽은 책이 제법 있어서 다음을 기약했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수공통 전염병 중 하나이다 보니, 구미가 급(!) 당겨서 구입하려고 인터넷 서점에 접속했는데... 이게 웬 일... 품절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며칠 지나 절묘하게도(!) 개정판이 나왔다. 가격이 확 오른 상태로 말이다. -.-;;
물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경우일 수도 있다.
즉, 원래 그 시점에 개정판을 낼 예정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꾸만 머리 속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는 말이 맴돈다. 나처럼 인수공통 전염병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서 관련 책을 찾는 이들을 노린 절묘한 수가 아닐런지... (공연한 음모론인가요? ^^;;)
3. 신천지로 인해 떠오른 UBF와 네비게이토의 악몽
대학 시절, 나는 두 기독교 동아리(UBF와 네비게이토)의 사냥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종교를 갖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지만(친구 중에 교회나 성당 다니는 이가 여러 명 있음.), 누군가가 나에게 종교를 강요하는 것은 질색이다. 우리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 에는 원하는 종교를 믿을 자유 뿐 아니라 어떤 종교도 믿지 않을 자유도 포함된다.
하지만 두 동아리 사람들은 속세의 헌법 따위(!)보다는 자신들의 종교를 타인에게 전파하는 게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정말이지 시도 때도 없이 나를 쫓아다녔다. 친구 말마따나 내 얼굴이 어리숙해 보여서 전도 대상으로 삼기에 딱이라고 여겼던 걸까... -.-;;
일단, 두 동아리 모두 신천지 같은 이단은 아니라고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신교 교단 중 일부에서는 이단으로 보기도 하고, 상당수 교단에서도 이단까지는 아니어도 다소 위험하게 생각하는 편이라고 들었다. 어찌되었거나 신천지 같은 공인(?)된 이단은 아닌 모양이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보니, UBF는 내가 대학을 졸업하고 몇 년 후에 내부 분쟁과 개혁을 거쳐서 한결 온건하게 바뀐 듯하다.
그런데도 신천지 관련 뉴스를 접하면서 두 동아리를 떠올린 이유가 무엇인고 하니...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당시에 두 동아리 사람들이 보인 행태에는 신천지와 비슷한 구석이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생활에 낯설어 하는 신입생에게 마음씨 좋은 선배처럼 접근해서 수강신청을 도와주거나, 종교 관련 설문조사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하는 식으로 안면을 익힌 후에, 몇 달이고 껌딱지(!)처럼 달라붙는 선교방식을 썼다. 그런가 하면 목회자 없이 일반 신도들끼리 성경공부에 몰두하는 것도 그렇고... UBF의 경우에는 아예 집을 나와 자기들끼리 모여 사는가 하면, 동아리 내부에서 결혼 상대를 찾기도 하는 등 폐쇄적인 문화까지 있었다.
한 번은 학교 동산에서 레포트용 책을 읽다가 UBF 사람과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읽고 있던 책이 '권리를 위한 투쟁' 인데, 내가 고른 게 아니라 교수님이 일방적으로 지정해 준 책이기도 하고 또 워낙 지루하게 읽어서 내용은 거의 기억이 안 난다. (아마 UBF 관련한 사건이 아니었으면 책 제목도 기억 못 했을 것임.) 대충 '권리는 높으신 분들이 알아서 보장해 주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투쟁하며 요구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는 요지였던 것 같다. (아니면 말고~~ -.-;;) 그런데 제목부터 꽤 전투적인 데다가 책 표지까지 빨간색이었으니... 학생운동이 사그라들기는 했어도 완전히 죽지 않았던 그 시절에,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공산주의 관련 서적 같았던 모양이다.
UBF 소속이라는 여학생 두 명이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나 '실례합니다' 같은 뻔한 인삿말도 생략하고 대뜸 태클(!)을 걸었다. 두 양반 왈, 선량해(!) 보이시는 분이 왜 신을 부정하는 책을 보느냐는 것이다. -.-;; 이미 UBF 사람들에게 여러 차례 시달렸던 터라 '또 걸렸구나.' 하는 짜증스러움과 함께, 잘 알지도 못 하면서 자기들 멋대로 말하는 것에 화가 났다. (태클을 걸 생각이면 뭘 좀 알고 겁시다...!)
하지만 가장 기막혔던 일은 따로 있으니...
어느 날 교양수업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오는데, 평소 나를 쫓아다니던 네비게이토 사람이 문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대학교는 초.중.고교와 달라서 같은 과 같은 학년이라도 시간표가 제각각이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이 내 시간표를 알아내어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걸까...
그 일은 지금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말 질린다는 느낌과 함께, 그런 대단한 첩보능력(?)을 가진 사람은 전도사 역할을 할 게 아니라 국정원 특수요원이 되었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UBF는 좀 변했다고 하던데 네비게이토도 변했을까, 아니면 그대로일까... 그것이 알고 싶다...!)
4. 두 달 넘어서야 미용실에 가다.
지난 주에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잘랐다.
원래대로라면 2월 초에 미용실에 갔어야 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으려면 불특정 다수가 드나드는 곳에는 안 가는 게 낫다고 하니 계속 미뤘다. 인터넷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나처럼 미용실 가는 것을 미루다가 단발이 장발이 되거나 아예 산발이 되었다는 푸념이 제법 보였다. ^^;;
하지만 원래도 빗자루처럼 숱 많은 머리인데, 짧은 단발이 긴 단발로 변신(!)할 지경까지 가니 보기에 심란할 정도로 덥수룩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걸려 병원에 장기간 입원할 때를 대비해서라도 머리를 단정히 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 그래서 미용실에 갔더니, 평소에는 나 말고 다른 손님이 적어도 서너 명은 있었는데 그 날은 나 혼자 뿐이었다. 내 머리를 담당한 미용사 외에 다른 미용사들은 일이 없어서 테이블에 둘러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온통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 뿐이었다.
미용실 다녀왔다는 말에, 친구가 자기도 가야 하는데 엄두가 안 난다고 했다.
미용실에 가서 감염될까봐 걱정되는 게 아니라, 혹시라도 감염되었을 때 자기 동선이 인터넷에 공개되면 '이런 시국에 꼭 미용실 같은 곳에 가야 했냐?' 고 욕먹는 게 걱정이 되었다고 한다. 미용실 가는 것조차 남들에게 욕 먹을 것을 걱정하며 가야 하다니...
하긴 어떤 확진자의 동선이 공개되었을 때 '이 사람 뭐냐? 무슨 배스킨라빈스를 매일 가냐?' 는 비아냥 섞인 댓글이 많이 붙었다. 나중에야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 확진자의 아내가 배스킨라빈스 매장을 운영하고 있어서 매일 퇴근 후에 들려서 일을 도왔다고 한다. 그런데 사정 모르는 네티즌들이 이러쿵 저러쿵 했으니... 설사 그런 사정이 없고 아이스크림을 사 먹을 생각으로 매일 같이 들렸다고 한들,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고 취향이지 욕 먹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원래 심성이 비뚤어진 사람이 많은 건지, 아니면 전염병에 대한 공포심으로 예민해져서 그런 건지, 사람들이 엉뚱한 트집을 잡아 흉을 봤다.
5. 마스크
신천지 신자들로 인해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기 전까지는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녔다.
마스크가 바이러스를 막는데 얼마나 효과적인지 확신이 안 서기 때문이다. 물론 안 쓰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낫겠지만, 의료인들도 효과가 있네 없네 하며 의견이 갈리고 있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확진자가 30명이고 사망자는 아예 없었기 때문에, 5천만명이 넘는 국민 중에 30명이 감염되었다고 모두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것은 지나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신천지 때문에 대구.경북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결국 마스크를 착용하게 되었다.
여전히 그 예방효과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지만, 확진자가 부쩍 늘어나면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안 낀 사람을 보면 흠칫하거나 불편한 기색을 보이는 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즉, 바이러스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끼는 게 아니라, 모두가 예민해진 시기인데 괜히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들지 말자는 심정으로 끼고 다니고 있다.
사실 나처럼 안경을 쓰는 사람은 마스크까지 끼면 안경 렌즈에 김이 서려서 무척 불편하다. 마스크 끼고 20분쯤 지나면 본격적으로 김이 서려 시야가 좁아지기 시작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김은 김대로 서리고 물방울까지 맺혀서 대책이 안 선다. 마스크를 쓰고 뿌연 시야로 거리를 걷다 보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전에 교통사고가 먼저 나겠구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ㅠ.ㅠ
그렇게 마스크 끼고 다니는 것도 스트레스인데, 마스크를 구입하는 것은 더욱 스트레스가 된다.
우선 방역마스크는 가격이 터무니없이 올라 살 엄두가 안 난다. 한두 개만 구입하여 몇 달씩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면 비싸더라도 눈 딱 감고 사겠다. 하지만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지 모르는데 1회용 마스크를 그 가격으로 사는 것은 무리다.
어차피 방역마스크의 예방효과에 회의적이기도 하겠다, 그냥 면마스크를 사려고 했더니만... 방역마스크 구하기가 힘들어지니 사람들이 면마스크 쪽으로 눈을 돌렸는지, 면마스크조차 가격이 올랐다. 게다가 주문까지 잔뜩 밀려서,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1주일이 지난 후에야 겨우 받았다.
이 어수선한 상황이 어서 진정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신천지 사람들아, 제발 말 좀 듣자. 병에 걸린 것까지는 걸리고 싶어 걸린 게 아니라고 이해하겠는데... 자가격리하라는 당국의 지시를 어기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병을 퍼뜨리는 건 좀 아니지 않니...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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