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신기방기한 책 두권을 소개하려 한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신기방기함. ^^)
이름하여 '자동차 구조 교과서' 와 '자동차 정비 교과서' 이다. 인터넷 서점에서 이것저것 클릭하며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하여 구입한 책들이다.
이 두 책은 '지적 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라는 실용서 시리즈에 속해 있다.
그런데 이 시리즈가 참 독특하다. 정말이지 별의별 분야를 다 다룬다. 그래도 자동차, 오토바이, 당구, 야구, 배드민턴, 서핑 등은 일반인이라도 마음만 먹으면 접할 수 있는 분야라, 일반인을 상대로 하는 책이 나올 법하다.
하지만 다리, 비행기, 미사일 같은 쪽은 대부분의 사람은 열 번을 죽었다 깨어나도 접할 일이 없는 분야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제목이 '지적 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인가 보다. 대부분의 사람이 평생을 살아야 결코 접할 일이 없는 분야에도 호기심을 갖는 사람들을 위한 교과서랄까... ^^
다만 여기에서는, 책의 내용보다는 책을 구입하게 된 계기 혹은 배경이랄 수 있는 것들 위주로 써보려 한다.
◎ 차알못이 쏘울에 꽂히다...!
내 또래 중에는 자동차 없이도 운전면허를 소지한 사람이 많지만, 나는 지금까지 면허없이 사는 독자노선(!)을 추구하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대중교통이 편리한 서울에서 태어나 살다 보니 굳이 자동차를 사야 할 필요를 못 느꼈고, 당연히 운전면허 또한 필요하지 않았다. 물론 대중교통이 잘 된 지역에서 살더라도 자동차 운전이란 것 자체에 재미를 느껴서 운전면허를 따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나로서는 자동차 운전이 특별히 재미있어 보이지 않는다. 자동차란 '이 장소에서 저 장소로 가기 위한 수단' 일 뿐이다. 그러니 어쩌면 평생 동안 운전면허 딸 생각을 안 하고 살 수도 있었는데...
난생 처음 자동차에 꽂혔으니, 나에게 간택(?)된 대상은 기아자동차에서 나온 '쏘울' 이다.
전에 살던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몇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지금의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이 하나로 뚫려 있다. 지하주차장을 통해 아파트 단지 전체가 연결이 되다 보니, 비나 눈이 오는 날에 지하주차장을 통해 움직이면 번거롭게 우산을 들고 다니거나 신발을 적실 필요가 없다.
그렇게 지하주차장을 자주 이용하다 보니 저절로 다양한 자동차를 구경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다른 녀석들과 다르게 각이 딱딱 잡힌 쏘울의 독특한 모양새에 꽂힌 것이다...! 하지만 '오~~ 이 자동차 진짜 예쁜 걸!' 하면서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가 타박만 들었다. 자동차 끌고 다니는 친구들 왈, 그런 자동차는 공짜로 줘도 싫다, 옛날부터 생각했지만 너는 진짜 취향이 특이하다, 돈이 남아도는 사람 아니면 누가 그런 이상한 자동차를 끌고 다니냐 등등. -.-;;
물론 그 정도 박해(?)에 굴할 내가 아니기에 쏘울에 대해 이것저것 검색해봤다.
돈이 없는 건 둘째 치고 운전면허도 없어서 쏘울을 직접 살 형편은 안 되니, 정보의 바다 인터넷에서 눈요기라도 해보자는 심산이었는데... 곧 난관에 부딪쳤다. 자동차 설명글에 요상한(!) 용어가 무더기로 쏟아져나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대토크, 서스펜션, 파워트레인, ABS, CVT... 도대체 이게 다 뭔 소리냐??? (멘붕~~~~!!! ㅠ.ㅠ)
모르는 용어를 따로 검색해 봤지만 나 같은 문외한도 단박에 이해할 수 있는 쉬운 설명이 없다. 백과사전 같은 데서 긁어온 듯한 전문적인 설명이 많았고, 그나마 쉬워보이는 설명조차 내가 완벽한 차알못(!)이다 보니 알 듯 모를 듯... 분명히 내 모국어인 한국어로 된 설명인데도 독해가 안 되는 것이다...! ㅠ.ㅠ
역시 나는 자동차와는 인연이 없구나 하고 실의(?)에 빠져있던 중,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 두 책을 발견했다.
처음에 '자동차 구조 교과서' 는 자동차 정비사가 될 사람을 위한 교재로, '자동차 운전 교과서' 는 운전면허를 위한 교재로 생각했다. 그런데 호기심에 클릭해보니 평범한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구조 및 운전방법을 풍부한 그림(한 페이지의 절반 이상이 그림일 정도임.)과 짧고도 쉬운 성명으로 알려주는 책이다. 순간 '앗, 이건 꼭 사야 돼!' 란 생각이 들었다. (딩동댕~~~ ♬)
◎ 자동차 구조 교과서
'자동차 구조 교과서' 의 내용은 책의 제목으로 90% 이상 설명이 된다.
말 그대로 자동차의 구조에 관한 교과서라 할 수 있다. (동어반복의 오류... ^^;;) 다만, 단순히 자동차의 각 부분이 이렇게 생겼다, 무슨 기능을 한다 정도의 소개만 하는 게 아니다. 각 부분이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원리까지 설명해 준다.
예를 들자면, 해가 동쪽에서 뜨는 것에 너무 익숙한 나머지 평소에 '왜 그럴까?' 라는 의문을 품지 않은 것처럼, 자동차가 굴러가는 것도 너무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 이유를 궁금해 한 적이 없다. 그런데 이 책을 보고서야 운동에너지, 위치에너지, 마찰력 등 학교 다닐 적에 배웠던 물리 법칙이 자동차를 움직이고 멈추는 데에도 작용한다는, 어찌 생각하면 너무도 뻔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밖에도 자동차의 심장인 엔진부터 온갖 부품에 이르기까지, 열에너지, 구심력, 원심력 등 온갖 물리법칙이 하나라도 적용되지 않는 게 없다. 이 책을 구입한 인터넷 서점의 리뷰란에 누군가가 '자동차는 고전 물리학의 총체' 라고 써놓았던데 정말 그렇다...!
다만, 최첨단 자동차에 대해 알고 싶은 이라면 이 책 말고 다른 책을 선택해야 한다.
이 책은 자동차란 기계의 고전적(?)인 형태와 구조를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나오는 전기 자동차니 하이브리드 자동차니 하는 것에 대해 알고 싶은 이는 이 포스트 끝부분의 '기타' 항목에 나오는, 이 책의 자매품(?)을 구입하는 게 맞다.
유감스럽게도 이 책에 나온 설명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 했다.
나란 사람이 그냥 차알못이 아니라 '슈퍼 울트라 차알못' 인지라... ^^;; 하지만 시간 날 때마다 기사 한 편 읽는다 생각하고 목차에서 눈에 띄는 부분 하나씩 골라가며 읽었더니 전처럼 자동차가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 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제는 자동차 관련 기사를 보면 '아, 대충 이런 소리인가 보구나.' 하고 감 정도는 잡게 된다.
◎ 자동차 운전 교과서
'자동차 운전 교과서' 는 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자동차 구조 교과서' 를 읽을 때에는 그저 '아, 자동차가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구나.' 하고 신기해하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자동차 운전 교과서' 는 한동안 나를 운전면허앓이(!)에 퐁당 빠뜨렸다.
안전하게 주차하는 법이니 뭐니 하는 걸 읽다 보니 어느 순간 나도 운전하고 싶다는 욕구가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래서 작년 연말에 운전면허학원을 알아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운전면허 합격 후기를 검색해서 읽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일단, 나처럼 방향감각 꽝인 길치가 무슨 운전을 하냐는 의견이 있었다. (그 문제는 네비게이션이란 신통방통한 녀석으로 해결할 수 있지...!)
또한, 운전이란 게 자동차 조작만 잘 하면 되는 게 아니라 온갖 돌발상황 벌어지는 도로에서 수시로 전후좌우 살피며 해야 하는 건데, 나처럼 주위에 신경 안 쓰고 다른 생각하며 앞만 보고 걷는 사람이 핸들을 잡으면 위험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어허~~ 나도 내 목숨 소중한 줄 아는데 운전하면서 다른 생각할까...)
그런가 하면, 운전면허를 따자마자 자동차를 구입할 거라면 몰라도, 장롱면허의 경우에는 나중에 자동차를 구입한 후에 다시 돈 주고 운전연수를 받아야 하는 데 왜 이중으로 돈을 쓰려 하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돈이 이중으로 드는 건 좀 그렇군...)
친구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내 마음은 90% 이상 운전면허 취득 쪽으로 기울었는데, 그 마음을 확 돌려놓은 의견이 있었으니...
"자동차가 없더라도 운전면허가 있으면 대중교통 불편한 곳에 놀러갔을 때 렌트카를 몰 수도 있고, 자동차 있는 사람과 같이 있을 때 내가 잠깐 교대해서 운전할 수도 있으니 좋은 것 아니냐?" 고 말했다가, 한 친구에게 매.우. 심.각.한. 충고를 들었다. 운전면허가 있더라도 평소에 운전 안 하던 사람은 절.대.로. 운전해서는 안 된다고, 너처럼 장롱면허여도 운전면허만 있으면 운전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때문에 교통사고가 많이 나는 거라고. ㅠ.ㅠ
처음에는 뭐에 홀린 것처럼 당장 운전면허를 따지 않으면 큰일 날 것 같은 조바심이 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좀 지나자 멀리 떠나갔던 정신줄이 되돌아오기도 했고,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안전은 물론이고 너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장롱면허로는 절대 운전해서는 안 된다' 고 강조하는 친구의 의견이 나의 소심함(!)을 자극했다.
그래서 결론은?
몇 년 후에 상용화된다는 자율주행자동차에나 희망을 걸어야 할 것 같다. -.-;; 언론 보도에 의하면 2022년에 상용화 예정이라고 한다. 처음에 나오는 자율주행자동차야 이런저런 문제가 있겠지만. 요즘은 기술 발전 속도가 무척 빠르니 2030년대에는 안전한 자동차가 나오지 않을까...
그래, 자율주행자동차는 나 같은 사람을 위해 발명되는 것이다...! 괜히 지금 운전면허 따봤자 겨우 10년 지나서 자율주행자동차가 보편화 된 세상이 온다면 운전면허에 들인 돈이 아깝잖아? (...라고 열심히 스스로를 설득 혹은 정당화 하고 있는 나... -.-;;)
◎ 기타
1. '자동차 구조 교과서' 와 '자동차 운전 교과서' 의 자매품(!)
'지적 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는 여러 분야를 다루고 있지만, 자동차 분야에 대한 책이 가장 많다.
'자동차 구조 교과서' 와 '자동차 운전 교과서' 의 자매품들을 소개하자면... '자동차 정비 교과서' 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첨단기술 교과서', '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 '자동차 에코기술 교과서' 가 있다. 인터넷 서점의 책소개란과 목차 부분을 훑어본 것으로 대강 소개하자면...
'자동차 정비 교과서' 는 말 그대로 자동차 정비에 관한 책이다.
간단한 문제는 자동차 소유자 스스로 정비할 수 있도록 그림으로 친절히 설명해준다. 그리고 복잡한 문제가 생긴 경우에는 정비업체에 맡겨야 하겠지만, 적어도 바가지(!)를 쓰지 않도록 여러가지 정비 관련 지식이나 팁을 알려준다.
'자동차 첨단기술 교과서' 는 '자동차 구조 교과서' 와 '자동차 정비 교과서' 의 '혼합버전 + 업그레이이드버전' 이라 할 수 있다.
책 제목에 '첨단기술' 이란 말이 괜히 들어가는 게 아니다. '자동차 구조 교과서' 가 주로 예전의 자동차를 위주로 한 책이라면, 이 책은 비교적 최근에 나온 자동차 관련 첨단 부품이나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친환경 자동차의 최전선' 과 '자동차 에코기술 교과서' 는 제목에 걸맞게 하이브리드 자동차, 전기 자동차, 클린 디젤 자동차 등 친환경적인 자동차를 소개하고 있다.
사실 두 권의 차이가 뭔지는 모르겠다. 친환경 자동차나 자동차 에코기술이나, 엎어치나 메어치나 같은데... ^^;; 공교롭게도 저자도 동일인물이다. 언젠가 읽어볼 기회가 생긴다면 차이를 알 수 있을까...
2.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그래도 부럽다...! ㅠ.ㅠ
'지적 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중 일부는 직접 읽고 일부는 인터넷 서점에서 살짝 맛만 보고나니, 솔직히 일본이 부러웠다.
'지적 생활자를 위한 교과서 시리즈' 에 속한 책 대부분이(특히 자동차 관련 책의 경우는 전부가) 일본인이 저술한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잉여스러운(?) 책이 드문 편인 듯하다.
요즘은 좀 변한 것 같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책에 대한 기준이 다소 엄격한 편이다.
말하자면, 책이란 마땅히 학술적인 이론이나 시대의 아픔 같은 심오한(!)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같은 게 있는 듯하다. 혹은 각종 수험서처럼 현실적으로 쓸모가 있어야 한다는 실용주의적(?)인 풍조도 있는 것 같고... 이런 경향도 우리 사회에 뿌리 내린 유학의 영향일까? 군자의 도리를 강조하는 사서삼경 아니면 의학서나 농학서 같은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책만 책으로 치고, 소설 같은 것은 쓰잘데기(!) 없는 것 취급하던 양반님네들의 생각이 지금에까지 영향을 끼친 건지 어떤 건지...
그래서 자동차를 주제로 하는 책이라면, 그 분야 전문가를 위한 어려운 책이거나, 대중적인 책이라도 각종 운전면허나 정비사 자격증 같은 것을 준비하는 수험서 종류가 있을 뿐이다. 자동차란 물건을 취미로 삼거나 대중을 위해 자동차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수록한 책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학문 또는 대단하다고 인정받는 산업 중에서도 과거에는 취미 수준이었던 것들이 있다.
예를 들면, 지금은 중요한 기초과학의 하나로 인정받는 화학이 귀족이나 부르주아들의 '돈 많이 드는 취미활동' 수준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마치 현대의 요트나 승마 같은 비싼 취미처럼 말이다. 영화니 만화니 게임이니 하는 것들도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는 '신기하고 재미있기는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는 털끝만큼도 도움이 안 되는 오락거리' 였을 뿐이다.
하지만 현실과 별 상관없는 것으로 보였던 분야에 관심을 갖고 노력과 시간을 쏟아부은 이들이 있었기에, 세월이 흘러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이 축적되고 관련 기술이 발전하여, 마침내 그 분야가 어엿한 전문적인 분야로 인정받게 되었다. 지금 화학은 우리 일상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학문으로 자리 잡았고, 영화나 만화나 게임도 많은 이들이 종사하며 엄청난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이 되었다.
일본 정부가 역사나 독도 관련해서 하는 짓이 얄미운 건 얄미운 거고, 일본의 덕후(!) 성향(정확히 뭐라고 표현해야 할 지 알 수 없는... ^^;;)만큼은 부럽다.
당장 먹고 사는 데에는 털끝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는 분야에 푹 빠져서 자료를 모으고 탐구하는 게 일찍부터 용인되었던 사회 분위기가 부럽다. 그리고 마침내 취미나 오락 수준이었던 것을 전문적인 분야로 승격(?)시킨 끈기와 노력도 부럽다. 에잇, 부러우면 지는 건데 그래도 역시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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