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K 성적 유효기간이 지나서 지난 11월 27일에 다시 HSK(IBT HSK)를 봤다.
IBT HSK 6급을 볼 사람에게 약간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후기를 써보려 한다.
◎ IBT HSK 주관처는 두 곳 - HSK 한국사무국 / 탕차이니즈
2014년에 처음으로 IBT HSK를 볼 때만 해도, 주관처가 '탕차이니즈' 란 곳 하나 밖에 없었다.
그런데 HSK 일정을 알아보려고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를 들어갔더니, 거기에서도 IBT HSK 접수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아, 이제는 PBT고 IBT고 전부 HSK 한국사무국에서 보는 걸로 통일되었구나.' 하면서 HSK 한국사무국에 접수를 했는데...
나중에야 알았다, 작년부터 HSK 한국사무국과 탕차이니즈 모두 IBT HSK를 주관한다는 사실을...! 물론 주관처가 나누어져있어도 시험 문제나 접수비는 동일하다.
다만, 차이점도 있기는 하다.
먼저 양쪽의 시험장이 다르다. 그러니 HSK 한국사무국과 탕차이니즈의 홈페이지 모두에 들어가서 자신에게 유리한 시험장(자기 집에서 가까운 시험장 혹은 컴퓨터 상태나 소음 문제 등에 있어서 더 좋다고 알려진 시험장.)이 있는 쪽으로 접수하면 될 듯하다.
그리고 중국어 입력기가 다르다. 탕차이니즈 시험장에서는 搜狗 핀인을 쓰지만, HSK 한국사무국 시험장에서는 Google 핀인을 쓴다. 두 핀인의 사용법은 동일하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搜狗를 더 일반적으로 쓴다는 점, 그래서 Google보다는 搜狗에 그 동안 축적된 어휘량이 많아서 자동완성기능으로 뜨는 단어가 더 많다는 점을 생각하면, 搜狗 쪽이 좀 더 유리할 것 같다.
◎ 강남IBT센터
이번에 HSK를 본 시험장은 HSK 한국사무국 바로 옆에 있는 강남IBT센터다.
강남IBT센터를 이용할 응시생은 너무 일찍 가지 말기 바란다. 수험생이 대기할 장소가 없다며 시험 시작 10분 전까지는 출입을 허용하지 않는다. 봄이나 가을이라면 맑은 공기(강남 지역 어디에 맑은 공기가...? ^^;;) 마시며 건물 밖에서 기다리겠는데, 11월 말이라 추워서 근처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기다려야 했다.
화장실 이용하기가 불편하다는 점도 기억해두기를...
그렇잖아도 건물이 좁아 응시생들이 시험장에 입장하는 것만으로도 어수선했는데, 계단 중간에 있는 화장실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서있기까지 하니 북적북적했다. 가급적 강남역 화장실이나 근처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에 딸린 화장실을 미리 이용하고서 시험장으로 가는 게 좋다.
◎ 11월 27일 IBT HSK 6급 문제
듣기 과목에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
역시 활자로 본 것이 음성으로 들은 것보다 더 기억에 남는 듯하다. 그러니 듣기 과목에 대해서는 패스~~!
2014년에 HSK를 볼 때는 작문 문제로 역사 속 이야기가 나왔더랬다.
발음을 모르는 인명과 지명이 나오는 통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며 진땀 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도록 중국 역사 속 이야기를 소개한 책을 3권이나 보고 갔는데... 머피의 법칙인지, 이번 HSK에서는 작문 과목은 물론이고 독해 과목에서도 역사 관련 지문이 아예 안 나오다시피 했다. -.-;;
대신, 독해 쪽에서 과학 분야 지문이 줄줄이 나왔다.
계속해서 과학 지문만 읽다 보니, 나중에는 무슨 과학 관련 중국어 잡지를 읽는 기분이 들 정도였다. ^^;; 생각나는 것만 써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남극과 북극이 같은 극지방인데도 남극이 북극보다 더 추운 이유에 관한 설명문이다. 이유가 서너 가지 나왔는데, 남극은 해양이고 북극은 육지라는 점과 해수면의 높이가 다르다는 점 등이 나왔다.
둘째, 우주인(외계인 말고 우주선 조종사)이 우주에서 작업을 하는데 겪는 여러 어려움과 그 해결 방안에 관한 내용이다.
셋째, 심해에 산다는 어떤 물고기의 생태에 관한 지문도 나왔다. 이 물고기가 영역 동물이라 평소에는 자기 영역에 들어오는 같은 종류의 물고기를 인정사정없이 공격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상생을 위해 협력도 한다는 내용이다.
넷째, 중국 고대의 유명한 의원 '화타' 가 차조기를 어떻게 발견했는지, 그리고 차조기의 효능은 무엇인지에 관한 내용이다. 이 지문에 나오는 약초가 차조기라는 것은 시험이 끝난 후 인터넷을 검색하고서야 알았다.
다섯째, 바닷가에 서식한다는 무슨 나무에 대한 이야기다. 만조 때 바닷물이 해안가로 밀려들면, 그 나무가 마치 바닷물 위에 솟아난 것처럼 보여서 장관이라고 한다. 바닷가에 서있고 종종 아랫 부분이 바닷물에 잠기기까지 해서 그 나무의 잎은 소금기를 배출하기에 적절한 형태로 진화했고, 강한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역할도 하며, 무슨 무슨 증상에 약으로도 쓴다나 뭐라나...
여섯째, 눈이 가득한 벌판에서는 눈에 반사된 자외선 때문에 실명할 수 있고, 모든 게 눈으로 덮힌 탓에 이정표로 삼을만한 물체가 없어서 쉽게 길을 잃게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이 지문은 위의 다른 지문과 달리 과학적인 현상 그 자체가 주제는 아니었다. 설원에서는 이정표로 삼을만한 게 없어 길을 쉽게 잃듯이, 우리 인생에도 목표가 없으면 방황하게 된다는 비유적인 글이었다.
그나마 역사와 관련 있다고 할 수 있는 문화 분야 지문이 두 개 정도 나왔던 것 같다.
먼저, 당나라 시대 도자기인 당삼채에 관한 것이다. 당삼채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시대와 절정에 이른 시대, 그 시대에는 매우 유용했던 말이나 낙타의 형태를 따서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 당삼채에는 어떠어떠한 색이 쓰였으며, 당삼채가 실용성은 약하지만 대신 예술적 가치를 인정받아 크게 유행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그리고 어떤 서예 도구에 대한 지문이 나왔다. 그 서예 도구의 이름은 모르겠는데(-.-;;), 나무를 반깁스 비슷하게 길쭉한 반원통 모양으로 만든 것이다. (전에 HSK 볼 때는 분명히 그림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몇몇 지문 옆에 참고용 그림이 나왔음!) 옛날에는 글씨를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썼고, 또 먹물이 마르는 데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 과정에서 옷 소매가 종이 위의 글씨에 스치기 쉬웠다. 그러면 기껏 써놓은 글도 망치고 소매도 더러워진다. 그래서 소매가 종이에 닿지 않도록 그 나무 반원통을 팔에 장착(?)했다고 한다.
작문 문제로는 중국의 유명한 아나운서의 성공담이 나왔다.
시험 끝나고 중국 쪽 사이트를 검색해 보니, 그 아나운서는 시험을 위해 만든 가공인물이 아니라 지금도 활동 중인 실존인물이다. 이 아나운서가 어린 시절에는 장난만 심하게 치고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사람인데, 인생에서 몇 가지 전환점을 겪고 마침내 훌륭한 방송인이 된다는 내용이다.
일단 지문 내용은 평이한 편이었다. 그리고 주인공의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이 격려차 하신 말씀인 “只要努力,好运总会来敲门的。”가 주제문으로 명확히 드러나고, 그 주제문이 글의 앞부분과 마지막 부분에 반복되기까지 한다. 그래서 응시자들이 그 문장을 그대로 외워 답안지의 제목으로도 쓰고, 나중에 글 전체를 마무리하는 문장으로도 쓰기에도 딱이었다.
그러나 12월 12일에 성적이 발표되어 확인을 해봤더니...
언.제.나. 그.렇.듯.이. 작문 과목에서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2년 전에는 시간이 부족해서 답안지를 완성시키지 못 했는데도, 그 때까지 받은 작문 점수 중 가장 높은 점수가 나와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이번에는 답안지를 꽤 잘 썼다고 생각했는데도, 점수가 2년 전보다 5점 떨어졌다.
도대체 작문의 채점 기준이 뭔지 알 수가 없다...! 지문 내용도 쉬운 편이었고, 이번에는 답안지도 완성시켰으며, 시간이 좀 남아서 몇 군데 고칠 여유까지 있었는데도, 왜 점수가 떨어지느냐고...! (혹시 작문 채점 기준 아시는 분 계신가요? -.-;;)
◎ 한자 이름이 제대로 등록 안 된 사람들은 이제 고칠 수 있어요~~!
전에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서 PBT HSK를 접수할 때 당황스러운 일이 있었다.
명색이 중국어 시험이건만, 윈도우에 자체적으로 깔린 기본 한자 외에는 입력이 안 되었다. 그래서 좀 특이한 한자를 쓰는 내 이름 마지막 글자는 한자로 입력 못 하고 한글로 입력해야 했다. 예를 들어서 내 이름이 김영희라고 친다면, 한자 이름이 '金英희' 같은 웃긴 모양으로 등록된 것이다. 나중에 한자와 한글이 섞인 이름으로 나온 성적표를 받아보니, 마치 위조한 성적표(그것도 제대로 위조한 것도 아니고 어설프게 위조한... -.-;;)처럼 보였다.
그런데 이번에 HSK를 보러 갔더니, HSK 한국사무국에서 나처럼 이름이 이상하게 등록된 이들을 구제(!)해줬다.
구제 대상은 나를 포함해서 3명이었는데, 시험 시작 전에 감독관이 우리에게 와서 시험 종료 후 한자 이름 바꾸는 신청을 하라고 알려줬다. 그래서 나중에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 등록된 정보를 수정하는 신청서를 작성하고, 주민등록증 사진도 찍었다. 며칠 후 HSK 한국사무국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니, 이제는 한자 이름이 제대로 떴다.
혹시 전에 한자 이름을 제대로 등록 못 한 사람이 HSK 한국사무국 쪽 시험장에서 HSK를 보게 된다면, 그 기회에 한자 이름을 바로 잡기 바란다. 한자 이름 바꾸는 건 홈페이지상의 개인정보 수정 메뉴에서는 불가능하다. 별도로 절차가 있는데, HSK 한국사무국으로 팩스를 보내야 하는 등 번거롭다. 그러니 이왕 시험보러 간 김에 수정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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