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점 등

알라딘 중고매장 잠실롯데월드타워점

Lesley 2016. 5. 9. 00:01

 

  얼마 전에 알라딘 중고매장 잠실롯데월드타워점에 다녀왔다.

  태어나서 쭉 살았던 서울을 떠나 경기도 하남으로 이사를 갈 날이 이제 일주일도 안 남았다.  이삿짐을 정리하다보니 처분해야 할 책이 생겨서 알라딘 중고매장 노원점이나 종로점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마침 지난 4월에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고 해서, 구경할 겸 그 곳으로 가기로 했다.

  공교롭게도 새로 이사갈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알라딘 중고매장이 바로 이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다.  이사갈 동네가 새로 생긴 주거지역이라 아파트만 징그럽게(!) 많고, 영화관도 도서관도 없는 문화의 볼모지다.  그래서 이번 이사를 준비하면서 마치 귀양 떠날 준비를 하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  그런데 이사갈 동네 가까운 곳에 새로 알라딘 중고매장이 생겼다니, 그나마 문명의 혜택을 받게 되었다.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의 위치는 2호선과 8호선의 환승역인 잠실역의 11번 출구 근처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11번 출구 밖에 있는 게 아니라 11번 출구 안쪽, 즉 역사 안에 있다.  지금까지 알라딘 중고매장은 종로점, 강남점, 노원점, 대학로점 등 네 군데를 가봤다.  그리고 네 군데 모두 지하철역에서 가까운 곳에 있기는 하지만 일단 역사 밖으로 나가서 좀 걸어야 했다.  이렇게 역사 안에 있는 매장은 처음이라 신선한(?) 느낌이었다.

 

 

 

11번 출구 쪽 개찰구로 나와 몇 미터만 걸으면

다른 알라딘 매장과는 다른 럭셔리(!)한 매장이 보임.

 

 

 

 

주황색 간판만 보다가 검정색 간판을 보니 생소한데

COFFEE란 단어까지 곁들여지니 더 어리둥절해짐.

(그런데 사진이 어찌 이리 삐딱하게 찍혔는고? -.-;;)

 

 

 

헌책을 사고 파는 계산대가 매장 입구에 있다는 것은

다른 알라딘 매장과 같음.

 


  자, 여기에서부터 기존의 알라딘 중고매장에서 못 본 풍경이 펼쳐집니다~~~!

 

  먼저, 매장 입구 간판에 COFFEE란 말이 붙은 비밀(?)이 풀리는데...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은 그냥 '헌책방' 이 아니라 '헌책방 + 북카페' 이다. (으잉? @.@)  다른 사람들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놀라운 일이다.  그렇잖아도 청계천이나 대학가에 있는 자그마하고 어수선한 헌책방만 보다가, '헌책방 + 인터넷' 인 인터넷 헌책방을 처음 알았을 때에도 문화충격 수준으로 놀랐더랬다.  ☞ 헌책방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http://blog.daum.net/jha7791/15790991)  그런데 이제는 '헌책방 + 북카페' 의 조합이라니, 역시 세상은 넓고 기발한 아이디어는 넘쳐난다.

 

 

 

매장 가운데에 있는 긴 탁자와 의자.

꽃부부 뒤쪽 원목 칸막이 안쪽이 커피 제조실(?)임.

 

 

 

  사실, 헌책방이 인터넷과 결합하든, 북카페와 결합하든, 기술적으로는 전혀 대단할 게 없다.

  어차피 인터넷에서 온갖 물건 다 파는 시대인데, 인터넷 헌책방은 그 많은 물건 중 헌책만 전문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파는 것 뿐이다.  그리고 북카페라는 것도 몇 년 전부터 벌써 유행했는데, 단지 일반 북카페의 책은 열람용이고 알라딘 중고매장의 책은 판매용이라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 + 헌책방' 이나 '헌책방 + 북카페' 나 작은 발상의 전환으로 큰 변화를 일으킨 사례라고 생각한다.  기술적으로 대단할 게 없는 그 간단한 일을, 어째서 그 전에는 누구도 생각 못 했을까?  오직 나만 이 상황이 콜럼버스의 달걀 같다고 생각하는 걸까?  

 

  놀라는 건 이쯤에서 멈추고, 다시 본론인 잠실롯데월드타워점 이야기로 돌아와서...

  처음에는 알라딘 중고매장 중에서 잠실롯데월드타워점만 이렇게 특이하게 생겼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저 커피 제조실(혹은 주방? 부엌?)에서 레모네이드 한 잔 시켜서 홀짝거리며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보니, 북카페식 알라딘 중고매장이 이미 몇 군데 있다.  첫 번째 북카페식 매장은 작년 12월에 문을 연 천안점이었고, 그 다음은 올해 문을 연 서울의 연신내점 및 합정점이다. 여기 잠실롯데월드타워점이 네 번째 북카페식 매장이다.

 

 

 

이용객들이 커피 마시며 책을 읽는 중.

뒤편 원목 칸막이 너머로 커피 만드는 직원이 보임.

 

 

 

매장 한복판에 위치한 커피 제조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팁...!

  이 매장에서 헌책을 구입한 영수증을 보여주면 커피나 그 밖의 음료수 가격을 10% 할인해준다.  그러니 헌책도 사고 커피도 마실 생각으로 간 사람이라면, 먼저 헌책부터 구입한 후 커피를 마시는 쪽이 좋다. (아무리 목이 말라도 참아야 하느니라...!  돈을 아끼기 위해 갈증을 참고 반드시 헌책부터 구입해야 하느니라...!)  

 

 

 

레모네이드에 부록(?)으로 딸려나온 과자.

 

 

  또 한 가지 특이한 점은, 커피든 뭐든 음료수를 시키면 과자를 하나 서비스로 준다는 것이다.

  과자는 따로 주문해서 먹을 수도 있는데 1개당 1,000원씩 한다.  막 구워냈는지 따끈따끈한데다가 맛도 적당히 달콤하고 고소해서(시중에서 파는 사브레 과자와 비슷한 맛) 내 입맛에 딱 맞았다.  하지만 서비스로 나오니까 먹었을 뿐, 더 먹고 싶다고 따로 사서 먹지는 못 할 것 같다.  넓이도 두께도 쵸코파이보다 못 한 녀석이 1,000원이라니... ㅠ.ㅠ

 

 

 

강남점보다는 좁지만

종로점이나 노원점에 비해서는 광활한... ^^

 

 

 

공간 자체도 널찍하지만

ㄱ자형이나 ㄴ자형이 아닌 직사각형이라서

더욱 넓게 느껴지는 것 같음.

 

 

 

한쪽 벽면에 진열된 다양한 알라딘 굿즈.

볼 때마다 지름신을 부르는 마성의 물건이라서

사진만 찍고 얼른 눈길을 돌렸음. ^^

 

 

 

일부 서가에도

알라딘 굿즈(머그잔, 북마크)가 있음.

 

 

  예전 같으면 그저 책 찾는 고객 눈에 잘 띄게 서가에 진열해놓았구나 하고 말았을텐데...

  몇 달 전에 스마트폰을 도난당한 후로 사람들의 양심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  그래서 누군가 저 머그잔을 슬쩍 가져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오호, 통재라...!  강호에 정의는 이미 사라졌느니...! ㅠ.ㅠ) 

 

 

 

추억 속의 영어책.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와 '웃지마! 나 영어책이야'. ^^

 

 

  집에서 가져간 책을 팔고서,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를 발견했다.

  대학시절 선풍을 일으켰던 책이다.  물론, 저 책을 제목 그대로 정말로 영어공부를 하지 말라는 내용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  입시 위주의 영어교육이 잘못 되었으니 무한반복 듣기연습과 무한반복 모방연습으로 귀와 입을 뚫자는 내용이다.

  이 책이 돌풍을 일으키던 때 영어에 관심 많던 친구가 저자의 강연회에 참석한 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 감명받은 독자들이 잔뜩 몰려와서는 저자의 강연에 어찌나 열렬하게 반응하던지, 무슨 신흥종교 신도들이 교주님 찬양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다고 한다. (영어 광풍 부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웃픈 모습... ^^;;)

 

 

 

이 날 나에게 간택된 두 녀석.

 

 

  이 날 책을 팔아 이삿짐을 줄이겠다고 알라딘 매장을 찾은 건데, 4권 팔고서 2권을 샀다.

  이사가기까지는 책이든 뭐든 새로운 물건을 구입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게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아니다.  처음에는 그저 새로 문 연 매장이니까 이왕 책 팔러 온 김에 무슨 책이 있는지 구경만 한다는 마음이었다.  그런데 견물생심이라고 계속해서 보니 또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2권을 사게 되었다.  이러면 4권을 팔고도 2권을 판 것 같은 효과만 있지만 어쩔 수 없다. ^^;; 

 

 

 

  '거문고 줄 꽂아놓고' 는 시적인 제목에 끌려서 들쳐봤다가 꽂혀서(!) 구입했다.

  옛 사람들의 우정을 주제로 한 책인데, 나이, 신분, 성, 이념, 국적을 뛰어넘어 우정을 나눈 사람들을 두 명씩 짝지워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 사이에 오간 멋들어진 시도 곁들인다. 

 

  어쩌면 이 책을 그냥 잠깐 훑어보고 다시 서가에 꽂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가 쓴 머리글을 보고 홀딱 반해버렸다. '이 책을 준비하는 몇 년 동안, 우정의 미덕과 환상에 젖어 있기보다 우정의 부작용과 폐해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이 더 많았다.  (중략)  세 친구가 있으면 그중 하나가 소외되기 쉬운 것처럼, 강력한 우정은 소외를 낳게 마련이다.  우정은 관계 안에서만 아름다울 뿐이다.  (중략)  오랜 고심 끝에 모든 인간관계의 기본은 우정이되, 그 이유로 배타적이고 독점적인 우정, 우정은 이래야 한다고 강조하는 듯한 지나치게 선정적인 사연, 그리고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일화는 가급적 이 책에서 배제했다.' 

  오, 맞다, 맞아...!  내부의 강력한 결속은 결국 외부에 대한 배타성으로 이어지는 법이니, 끈끈한 우정을 무조건 찬양만 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 대부분은 평범한 사람일 뿐인데, 친구를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바쳤네 어쩌네 하는 극단적인 우정보다는, 오히려 일상 속 소소한 에피소드에서 배어나오는 소박하고 은은한 우정을 본받으려 하는 게 맞는 게 아닐까...  그래, 이런 책은 꼭 사야해...!  

 

  '토지' 는 이미 한 질을 갖고 있는데, 폐업하는 대여점에서 구입한 거라 앞의 몇 권이 상태가 좋지 않다.

  그런데 이 날 토지 1권이 너무 깔끔한 상태로 서가에 있는 것을 보고 얼른 책 바구니에 넣었다.  내가 갖고 있는 토지가 1990년대 솔출판사에서 나온 판본이라 요즘은 시중에서 구하기 힘들다.  그런데 솔출판사에서 나온 토지 1권을 우연히 발견하다니 정말 운이 좋았다. (다소곳한 자태로 서가에 앉아있던 토지여, 그 곳에서 날 기다리고 있었더냐...! ^^) 

 

 

 

 

  책을 좋아하지만 '불경기 + 망할 놈의 도서정가제' 때문에 책값에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잠실역 근처에 살거나 그쪽으로 나갈 일이 있다면, 잠시 시간 내어 잠실롯데월드타워점에 들려보기 바란다.  깨끗한 헌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고, 북카페식으로 된 곳이라 혼자서 음료수 한 잔 시켜놓고 독서 삼매경에 빠지는 자그마한 행복을 누릴 수도 있다. ^^

 

 

 

 

헌책방 -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다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http://blog.daum.net/jha7791/1579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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