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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덕환의 발견(9) - 연극 '에쿠우스'

Lesley 2015. 12. 15. 00:01

 

  류덕환 주연의 연극 '에쿠우스' 를 봤다.

  2014년 2월에 '웃음의 대학' 을 본 후로 류덕환 주연의 연극을 거의 2년 만에 다시 본 것이다.  류덕환의 발견(8) - 연극 '웃음의 대학'(http://blog.daum.net/jha7791/15791044) 

  사실은 최근 들어 류덕환이 출연한 작품이 뜸해서, 팬심이 반토막도 아니고 반의 반토막이 나버렸다. (뚝심 없는 팬이라고 비난해도 어쩔 수 없음.  배우가 팬의 성원에 힘을 얻는 것처럼, 팬은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을 봄으로써 꿈을 키우는 법이니...)  그런데 에쿠우스 덕분에 식어가던 팬심에 다시 불이 붙게 생겼다.

 

  다만 한 가지 안타까운 일은, 이번 에쿠우스 공연 소식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 점이다. 

  11월부터 예매가 시작되었다는데, 나는 첫공연(12월 11일) 사흘 전에야 겨우 소식을 접했다.  깜짝 놀라서 허겁지겁 예매 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는 어지간한 좌석은 이미 다 예매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웃음의 대학' 때처럼 무대에서 제법 떨어진 2층의 좌석을 예매할 수 밖에 없었다. (이래서 남들보다 빨리 정보를 손에 넣는 게 중요한 것임. ㅠ.ㅠ)  

  그래도 2층이라서 무대 전체를 내려다 보며 한눈에 조망하기에는 괜찮다는 점, 또 2층 맨앞줄에 있는 좌석이라서 앞자리에 앉은 사람 뒤통수에 시야가 가려져 속 터지는 일은 없다는 점을 생각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했다. (그러나 인생은 예측불허...!  이 포스트 뒷부분에 2층 좌석에 대한 슬픈 사연이 나옴.)   

 

 

알런 역의 류덕환과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의 조재현.

(두 배우 얼굴의 음영을 너무 과하게 강조한 듯... ^^;;)

 

 

  에쿠우스가 평범한 내용의 연극이 아니다 보니, 주인공 알런 역을 맡은 배우 대부분은 연기파 배우다.

  누구나 다 아는 조재현, 송승환, 최재성, 최민식 등이 모두 에쿠우스에서 알런 역을 맡았던 적이 있다.  이번에 알런 역을 맡은 류덕환의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9년에도 알런 역을 맡아 호평을 받았더랬다.    

  류덕환이 처음으로 에쿠우스에 참여했던 2009년에는, 유감스럽게도 내가 아직 류덕환이란 배우를 알지 못 했다.  류덕환을 좋아하게 된 후에야 전에 류덕환이 알런 역을 맡았음을 알고 많이 아쉬워했다.  그 후로도 에쿠우스 공연은 몇 번 있었지만 알런 역은 항상 다른 배우가 맡았다.

  그런데 나로서는 운 좋게도 이번에 또 류덕환이 에쿠우스에 출연하게 되었다.  그래서 남들의 리뷰를 통해서만 접했던 류덕환의 알런을 드.디.어. 보게 된 것이다...! 

 

  에쿠우스의 주인공 알런은 17세 소년이지만, 우리나라에서나 외국에서나 알런 역할을 10대 배우가 맡는 경우는 드물다고 한다.

  알런이 들끓는 내면을 지닌 어려운 역할이라서, 깊이 있는 해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연기 내공(!)을 어지간히 쌓은 20대 혹은 30대 배우가 맡는 경우가 많다. (다만 이번에 류덕환과 함께 알런에 캐스팅 된 서영주, 영화 '해리 포터' 의 주인공으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10대에 알런 역을 맡았음.)

  그래서 과거 에쿠우스 공연 때의 사진을 보면 어느 정도 위화감이 느껴진다.  예를 들자면, 내가 에쿠우스란 연극을 처음 알게 된 게 위에서 언급한 역대 알런 중 한 명인 최민식 관련 기사를 통해서였다.  그 기사에는 당시 20대 후반으로 건장한 몸매를 지닌 최민식의 모습을 담은 사진이 실려 있었는데, 그 사진을 보며 '이 모습이 어떻게 10대 소년이란 거지?'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공연에서 알런을 담당하는 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을 맡은 조재현 같은 경우에는, 과거에 알런 역을 맡았을 때 무려 40세(!)였다고 한다.  

 

  1987년생인 류덕환도 처음 알런 역을 맡은 2009년에나 지금에나 20대다.

  하지만 류덕환이라는 배우가 워낙 동안인데다가 체구까지 자그마한 편이라, 10대 소년 역할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2년 전에 연극 '웃음의 대학' 에서 실물로 보니, 오히려 여자인 내가 류덕환보다 덩치가 큰... -.-;;)  거기에 목소리까지 성인 남자치고 맑은 편이라 소년 역할에 더욱 잘 어울리는 듯하다.

 

 

주인공 알런 역정신과 의사 다이사트 역을 각각 3명의 배우가 맡아서 번갈아가며 공연함.

(내가 본 공연은 '류덕환 알런-조재현 다이사트' 회차임.)

 

 

  에쿠우스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마굿간에서 일하던 알런(류덕환)이라는 17세 소년이 말 7마리의 눈을 쇠꼬챙이로 찌른 엽기적인 범죄를 저지른다.

  판사는 알런을 정신과 의사인 다이사트(조재현)에게 맡긴다.  처음에는 반항적으로 나오던 알런이 차츰 다이사트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알런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고 억압된 상태다.

  알런의 어머니는 열렬한 기독교도이고, 아버지는 사회주의자며 무신론자다.  어머니는 알런에게 항상 성경을 읽어주었고, 아버지는 그런 어머니의 행동을 무척 싫어하며 TV 시청조차 허락하지 않을 정도로 알런을 엄격히 대했다.  이렇게 부모의 성향과 교육관이 너무 다르니 알런은 혼란스러움을 느끼며 자랐을 것이다.

  겉으로만 보면 알런은, 잘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매우 얌전하기만 해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 하는 별 볼 일 없는 소년이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자유롭고 야성적이며 초자연적인 고대 종교에 대한 숭배감과, 억압된 성(sex)에 대한 동경과 갈망이, 마구 뒤섞여 들끓고 있다.  어머니의 지나친 신앙심과 아버지의 완고한 무신론이 묘한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알런을 기독교 신앙도 아니고 무신론도 아닌 제3의 길로 이끈 것이다.  알런은 부모 중 누구도 가르쳐 준 적 없는 신비주의적인 종교관에 빠져, 말을 에쿠우스(라틴어로 말이라는 뜻임.)라는 신으로 설정하고 열렬히 숭배하게 되었다. 

 

  말이라는 동물은, 알런에게 숭배 대상이며 애정과 성욕의 대상이고 복잡한 내면의 상징이기도 하다.  

  알런은 어린 시절 바닷가에서 처음으로 말을 보았다.  바닷가를 힘차게 내달리던 말의 야성적인 모습은, 어린 소년에게 결코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무대가 멀어서 류덕환의 표정이 제대로 안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은 정말 성인 배우가 아닌 아역 배우가 연기하는 것처럼 보였음.)  말에 대한 강렬한 인상은, 알런이 성장하면서 점점 커다랗게 자라고 점점 많은 의미를 담게 된다.

  밝은 햇살 아래 푸른 바다 옆 백사장을 달리는 말의 아름다운 모습은, 마치 자유롭고 본능에 충실한 고대 종교의 우상과도 같았다.  그리고 섬세하게 움직이는 말의 근육과 강렬한 말의 눈빛은, 알런에게서 경외심과 성욕을 불러일으킨다.

  알런은 질이라는 또래 소녀의 주선으로 마굿간에게 일하면서, 그 마굿간에 있는 7마리 말에게 깊이 빠져든다.(이 장면은 아래 빨간색으로 된 '<에쿠우스> 연습 - 조재현, 류덕환'의 링크를 클릭해서 1분 33초 부분부터 보시오.)

 

  그러던 중 질이 알런을 적극적으로 이끌어 성관계를 가질 뻔했는데, 장소가 마굿간이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마굿간이 남들에게는 말똥 냄새나 나는 장소일 뿐이지만, 알런에게는 말이며 신인 에쿠우스의 신전 같은 곳이다.  그런 마굿간에서 여자와 성관계를 갖는다는 것은, 알런 입장에서는 마치 신성모독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그 동안 합일을 이루었던 자신과 에쿠우스가 분열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질을 마굿간 밖으로 내보낸 알런은 죄책감과 광기에 사로잡혀, 마치 말들이 자신을 비난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것 같은 환각을 경험한다.  그리고 그 비난의 눈빛을 참을 수 없게 되자, 쇠꼬챙이로 7마리 말의 눈을 차례로 찌르는 끔찍한 행동을 저지르게 된다. (이 장면은 배우들 연기도, 조명도, 음악도 정말 최고...!)

 

  다이사트는 알런에게서 이야기를 끌어내며 차츰 자괴감에 빠진다.

  얼핏 생각하면, 환자의 마음을 열고 환자로 하여금 자기 생각을 토로하게 하는데 성공했으니, 정신과 의사로서 임무를 훌륭히 해냈다는 보람을 느낄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다이사트의 마음 속에도 알런과 비슷한 욕구 내지는 갈망 같은 것이 있었던 듯하다.

  다이사트 부부에게는 아이가 없는데, 다이사트가 아내 몰래 받은 검사에 의하면 다이사트의 몸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앞뒤 상황을 보면 다이사트의 아내도 그 사실을 눈치챈 듯하다.  그런데 이 부부는 그 문제를 터놓고 이야기를 해서 어떤 해결책(의학적으로 치료받기 혹은 입양하기)을 찾기 보다는, 제대로 된 대화도 없이 겉으로만 부부로서 살고 있다.

  알런이나 다이사트나 억압된 욕구와 외로움을 현실과 동떨어진 고대 신화 속에서 풀려고 했다는 점에서 같다. (다이사트는 매일 저녁 고대 신화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함.)  그래서 다이사트는 판사와 사회가 정신과 의사인 자신에게 원하는 '알런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치료' 에 대해 점점 회의를 느낀다.  그리고 알런은 끔찍한 행동으로 사회에서 내쳐졌어도 최소한 스스로 원하는 바를 표출하기라도 했지만, 자신은 그저 매일 저녁 고대 신화에 대한 책이나 들추며 사회의 틀 안에서 움츠려 산다는 점에 진저리 친다. 

 

 

  솔직히, 에쿠우스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는 못 했다.

  그나마 알런의 심리는 어설프게라도 알겠는데, 다이사트의 심리는 잡힐 듯 말 듯하다.  다이사트가 알런에게 갖고 있는 감정이 그저 동질감과 부러움 뿐인가?  그것은 아닌 듯한데...  흐음... 역시 잘 모르겠다.

  이렇게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한 가장 큰 이유는, 이 연극이 나의 이해능력 범위를 넘나드는 심오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뒤에서 따로 설명하겠지만, 이 날 내 컨디션이 꽝이었던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식시간 직전(이 연극은 2시간짜리인데 중간에 휴식시간 10분이 있음.)에 나온 알런과 말들의 군무, 그리고 후반부에 나오는 광기에 사로잡힌 알런이 말들의 눈을 찌르는 장면은, 정말이지 숨이 막힐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연극 내용을 제대로 따라잡지도 못 했고 배우들 얼굴 표정을 읽을 수도 없었지만, 배우들이 뿜어내는 엄청난 에너지 속으로 빨려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배우 개개인의 이름도 모르고, 말 가면(?)을 쓰고 나와 공연 후 배우들이 인사하기 전에는 얼굴도 볼 수 없었던, 7마리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대단했다...!  문외한의 눈으로 봐도, 배우들이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지 알 수 있었다.  한 마리 빼놓고는 극 중에서 이름조차 없고 대사 한 마디도 없지만(말이니까 당연히 대사가 없을 수 밖에... ^^;;), 다리와 목의 움직임 하며 투레질까지 정말이지 말 모습의 특징을 생생히도 표현했다...!   

 

  비록 실제 공연과 같지는 않지만, 실제 공연 장면을 살짝 맛보기 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기를~~!

  ☞ <에쿠우스> 연습 - 조재현, 류덕환(http://www.playdb.co.kr/magazine/MovieView.asp?sReqPlayNo=86054&sReqKind=017008&sReqMediaNo=63066)

  앞부분은 알런(류덕환)과 조재현(다이사트)의 심리상담 장면이고, 뒷부분(1분 33초부터)이 알런과 말들이 하나가 되는 군무 장면이다.  시간이 없으신 분들은 1분 33초부터 보시기 바란다.  연습 장면이지만, 차츰 높아져가는 류덕환의 광기와 말 역할을 맡은 배우들의 역동적인 움직임이 대단하다.

 

 

2층 좌석에서 내려다 본 무대 모습.

(무대가 왜 저리 멀리 있나요... ㅠ.ㅠ)

 

 

  하지만 강렬한 느낌을 받은 것은 받은 것이고, 유감스럽게도 이번 연극 관람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 못 했다.

 

  일단 눈이 너무 피로해서 공연 중 몇 번이나 일부러 눈을 감고 있어야 했다. (눈을 감고서 어찌 연극을 보리오~~ ㅠ.ㅠ)

  겨울이라 극장 내부에 히터를 틀어놓았고 또 많은 관객이 빼곡히 들어차기도 해서, 실내공기가 탁하고 건조한 탓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 전날 매직 스트레이트 한다고 미용실에 몇 시간 동안 꼼짝 못 하고 앉아있었던 탓이 컸다. -.-;;

  '반곱슬 + 굵음 + 숱 많음' 의 3대 악성요건을 고루 갖춘 머리라서, 언제나 남들보다 매직 스트레이트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한다.  그렇게 몇 시간씩 꼼짝 못 하고 면벽수행이 아닌 면경(!)수행을 하고 나면, 그 여파로 체하거나 몸살을 앓곤 한다.  그래도 보통은 하룻밤 자고나면 말끔히 나아지기에, 별 생각 없이 연극 관람 전날 미용실에 다녀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매직 스트레이트 부작용이 다음날 저녁(즉, 연극 관람일)까지 계속 되었다.  몸은 물 먹은 솜처럼 깔아지는데, 면역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눈까지 벌개져서 뻑뻑해졌다.  컨디션이 그토록 안 좋았던 날 연극을 보다니, 타이밍이 안 좋았다.    

 

  게다가 좌석 입지까지 안 좋은 탓에, 가뜩이나 피로한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부릅떠야 했다. -.-;; 

  이 포스트 앞머리에서 이미 언급했듯이, 무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1층 좌석을 못 구한 게 아쉽기는 했어도,  2층 좌석도 그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으니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그런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무대를 내려다 보는 2층이라 무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는 장점, 2층 맨 앞자리라 누군가의 뒤통수 때문에 관람에 지장을 받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장점, 이 두 가지 장점을 무색하게 하는 결정적(!)인 단점이 있었다.  바로 무대와 2층 좌석 간 거리가 너무 멀다는 점이다...! 

  '웃음의 대학' 공연 때에도 '유니플렉스 2관' 의 2층 좌석에서 봤지만, 그래도 그 때는 배우들의 얼굴 표정을 또렷이 알아 볼 정도는 되었다.  그런데 에쿠우스를 공연하는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의 2층은 무대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서 배우들 표정을 알아보기 힘들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유니플렉스 2관의 2층에서는 배우 얼굴이 500원짜리 동전만하게는 보였다.  그런데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의 2층에서는 배우 얼굴이 겨우10원짜리 정도로 보였다. (옛날에 나온 10원짜리 말고 2000년대 들어 새로 나온 '동전 같아 보이지도 않는 그 미니 10원' 말하는 것임. ㅠ.ㅠ)  

 

 

왼쪽부터 질, 판사,알런(류덕환), 다이사트(조재현), 알런 아버지, 알런 어머니.

뒤편에 서있는 남자들은 7마리의 말.

(무대가 멀어서 배우들 얼굴이 안 보이는... ㅠ.ㅠ)

 

 

  기타

 

  1. 'DCF대명문화공장' 이란 곳이 지하 3층부터 지상 3층까지 이루어진 복합 공연장이라, 길치들에게는 위험(?)하다.

   에쿠우스 공연 장소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의 2층' 으로 되어 있어서, 아무 생각없이 지상 2층으로 올라갔다.  그랬더니 직원 왈, 그곳은 수현재라는 곳이고 '비발디파크홀의 2층' 은 지하 2층으로 가야 한단다. -.-;;  다행히(?) 나처럼 지상 2층으로 잘못 올라온 사람이 한 명 더 있어서 그나마 창피함을 덜 느끼며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지하 2층이라며 어째서인지 지하 1층에서 내리게 되어 있다. (건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어요~~  길치 좀 배려해달라고요~~ ㅠ.ㅠ) 

 

  2. 2층 좌석에서 보실 분들은 관람일 컨디션에 각별히 신경쓰시기를... 

  위에 쓴 것처럼, 2층 좌석은 무대에서 많이 떨어져 있고 내 눈 상태까지 안 좋아서 연극 관람에 곤란을 겪었다. ㅠ.ㅠ  그러니 2층 좌석에서 보실 분들에게 그 전날부터 눈을 잘 관리해서(컴퓨터 작업 및 독서 등을 가급적 피하시오~~) 최상의 상태로 만들기를 권하겠다.  배우들 표정을 조금이라도 잘 보려면, 2시간 동안 눈에 힘을 잔뜩 줘야 할테니까.

 

  3. 알런과 질이 마굿간에서 성관계를 가지려는 장면에서, 두 배우가 전라로 연기해서 놀랐다.

  원래 에쿠우스 대본상 그 장면에서 남녀 배우가 전라로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 연극이 탄생한 영국에서는, 해리 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다니엘 래드클리프' 가 몇 년 전에 알런 역을 맡아 전라 연기를 펼쳤다가 논란이 일어난 적도 있다.  즉, 어린이들이 다니엘 래드클리프를 해리 포터와 동일시하는데, 그런 해리 포터가 전라로 나와서 어린이들의 꿈을 깨뜨렸다는 논란이었다. (그러면 다니엘 래드클리프는 꼬부랑 할아버지가 되도록 천진난만한 역만 맡아야 하나요? -.-;;)  

  하지만 한국은 서구보다 보수적이어서 전라 장면을 속옷(팬티)은 입고 하는 장면으로 대체한다고, 분명히 전에 어떤 기사에서 읽은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으레 그러려니 했는데, 알런과 질 모두 누드로 나와서 이게 어찌된 일인가 당황했다.  연극이 끝난 후 친구에게 예상치 못 한 전라 장면이 나와서 놀랐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러자 친구가 "음흉하긴...  또 보러 가겠구나." 라는 답장을 보냈다. -.-;;

 

  4. 모든 배우가 다 애썼지만, 특히 류덕환은 비중이 가장 높은데다가 감정소모 심한 연기를 펼치느라 고생이 많았다.

  더구나 평일에는 공연이 한 차례 밖에 없지만, 이 날은 일요일이라 두 차례 있었다.  그것도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져 있다면 중간에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을텐데, 3~5시까지 공연하고서 1시간 동안 겨우 숨 돌리고 다시 6~8시까지 공연을 했다.  전날인 토요일에도 공연이 두 차례 잡혀있던데, 주말 끝나고서 류덕환이 몸살에 걸려 앓아눕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도 공연 끝나고서 관객들에게 인사할 때의 표정이나 태도를 보면, 지쳐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최선을 다 한 사람 특유의 당당함이 넘쳐흘렀다. (류덕환, 역시 자네는 멋진 배우야...!  앞으로도 기대하겠네...!)  

 

 

류덕환의 발견(1) - 신의(http://blog.daum.net/jha7791/15790933
류덕환의 발견(2) - 아들(http://blog.daum.net/jha7791/15790931)
류덕환의 발견(3) - 복숭아나무(http://blog.daum.net/jha7791/15790936)

류덕환의 발견(4) - the story of MAN & WOMAN(http://blog.daum.net/jha7791/15790976)

류덕환의 발견(5) - 신의 퀴즈 시즌1 대강 훑기(http://blog.daum.net/jha7791/15790978)

류덕환의 발견(6) - 신의 퀴즈 시즌1 中 4회 '신이 내린 딸'(http://blog.daum.net/jha7791/15790979)
류덕환의 발견(7) - 신의 퀴즈 시즌1 中 한강커플(http://blog.daum.net/jha7791/15790980)
류덕환의 발견(8) - 연극 '웃음의 대학'(http://blog.daum.net/jha7791/157910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