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5년 경주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5) - 경주 야간시티투어(월지와 동궁, 첨성대, 월정교, 교촌마을)

Lesley 2015. 4. 25. 00:01

 

  ◎ 경주 야간시티투어 신청하는 방법

 

  '경주 야간시티투어' 는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 있는 천마관광이란 곳에서 판매하는 여행상품이다.

  인터넷으로 미리 신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우리처럼 현지에서 신청하는 경우에는 천마관광으로 전화해서 일단 예약해놓고 나중에 야간시티투어 출발 직전에 가서 돈을 지불해도 된다. (1인당 15,000원)  어차피 야간시티투어 버스를 타는 곳도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니까, 그곳으로 가는 김에 조금 일찍 가서 천마관광 사무실에 들러 돈을 내면 된다.

 

  사실은 우리끼리 돌아다니기를 원했는데, 여러가지로 무리였다.

  20시간짜리 강행군에 조금 지치기도 했고, 야경 구경하는 게 워낙 인기라 야경 볼만한 곳의 표를 못 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오후 들어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도무지 우리 같은 뚜벅이족이 활개치며 돌아다닐만한 환경이 아니었다.  그래서 차선책이라고 생각하며 야간시티투어를 신청했는데, 의외로 꽤 괘찮았다.  가이드 설명도 충실했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시간도 충분히 준 편이었고(사실은 정말로 시간을 넉넉히 줬다기 보다는 너무 추워서 더 돌아다닐 마음이 안 났음. ^^;;), 100점 만점에 90점은 줄 수 있는 괜찮은 투어였다.  

 

 

 

 

  ◎ 오후 06:30 ~ 오후 09:30 - 월지(안압지)와 동궁 / 첨성대 / 월정교 / 교촌마을 최부잣집 

 

  경주 고속버스터미널을 출발한 관광버스가 본격적으로 투어를 하기에 앞서, 다른 손님들을 태우려고 보문단지로 갔다.

  보문단지로 가는데 차창 밖으로 스치는 풍경을 보면서 친구가 한 마디 했다.  오늘 이 길을 몇 번째 지나가는 건지 모르겠다고. ^^;;

  가이드가 관광버스 안에서 우리가 갈 곳에 관한 영상물을 틀어줬는데, 친구가 많이 피곤했는지 곧장 잠이 들어버렸다.  잠든 친구를 보면서 '이왕 투어 참가한 거 졸려도 좀 참고 영상물을 제대로 보면 좋을텐데.' 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순간 친구는 깨어나서 가이드 설명을 열심히 듣고 대신 내가 잠들어 버렸다. -.-;;  보문단지에 들린 기억이 없는 것 보니, 그 전에 잠들었던 모양이다.

  친구가 어깨를 흔들어서 눈을 떠보니, 어느새 관광버스 안에 사람이 꽉 차있었다.  그리고 그 동안 안압지란 이름으로 알려졌던 월지(달 모양의 연못)와 동궁(태자의 처소) 앞에 관광버스가 도착한 상태였다.

 

 

 

여행객이 바글바글~~

추운 날씨이건만 우리팀 말고도 여행객이 많이도 왔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낮에 왔더라면, 어쩌면 별 감흥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고.  밤이라서 조명 때문에 월지가 유독 화려해 보이는 거라고. (역시 조명발의 위력은 대단하지요...!)

 

 

 

주령구빵을 파는 노점의 모습.  그리고 주령구의 모습.

 

 

  월지 바깥에 있는 주령구빵 파는 노점 때문에 빵빵 터져버렸다.

  노점의 판매대 모양이 주령구와 똑같이 생겼고, 주령구빵이라는 것도 주령구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주상절리 있는 곳에서는 주상절리 모양과 같은 주상절리빵이라는 것도 팔고 있었음. ^^)

 

  주령구란 신라 시대의 나무 주사위인데, 1975년에 이곳 월지에서 발견되었다.

  주령구의 모습은 우리가 보통 아는 주사위와는 다르게 14면체로 되어 있다는 점이 특이하다.  더 특이한 점은, 주령구가 평범한 주사위가 아니라 '술자리 게임'(!) 전용 주사위라는 점이다.  주령구를 던져서 나온 면에 새겨져있는 벌칙을 따라야 했다는데, 그 옛날이나 지금이나 술자리에서 벌칙 주는 게임은 비슷한 점이 많은 듯하다. (우리나라 술자리 게임의 유구한 역사? ^^) 

 

  주령구 각 면에 새겨진 술자리 벌칙은 다음과 같다. 

 

1. 금성작무(禁聲作舞) - 노래없이 춤추기 (즉, 무반주로 춤을 추라는 것임.)
2. 중인타비(衆人打鼻) - 여러 사람이 코 때리기
3. 음진대소(飮盡大笑) - 술잔 비우고 크게 웃기
4. 삼잔일거(三盞一去) - 석 잔을 한번에 마시기
5. 유범공과(有犯空過) - 덤벼드는 사람이 있어도 참고 가만히 있기
6. 자창자음(自唱自飮) - 스스로 노래 부르고 마시기
7. 곡비즉진(曲臂則盡) - 팔을 구부려 다 마시기 (요즘의 러브샷 같은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고 함.)
8. 농면공과(弄面孔過) - 얼굴을 간지러움 태워도 참기
9. 임의청가(任意請歌) - 마음대로 노래 청하기
10. 월경일곡(月鏡一曲) - 월경이라는 노래 부르기
11. 공영시과(空詠詩過) - 시 한 수 읊기
12. 양잔즉방(兩盞則放) - 두 잔을 즉시 비우기
13. 추물막방(醜物莫放) - 더러운 것 버리지 않기 (술잔에 넣은 잡다한 것들을 버리지 않고 그냥 마시기, 즉 현대의 대학 MT에서 술에 온갖 것들을 섞어 먹이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함.)
14. 자창괴래만(自唱怪來晩) - 스스로 괴래만을 부르기 (술에 잔뜩 취해 몸을 못 가누는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라고 함.)

 

  그런데 지금 박물관에 있는 것은 1975년 당시 발견된 진품이 아니라 모조품이다.

 

  그렇다면 진품은 도둑이라도 맞은 것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차라리 도둑을 맞은 것이라면 덜 황당하지 않을까 싶을 만큼, 진품이 사라져버린 사연이 시쳇말로 웃프다.  이 웃픈 사연이 매체마다 다르게 소개되는데, 여기서는 두 가지 학설(?)을 소개하도록 하겠다.

 

  첫 번째, 경향신문 기사에 실린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무로 만든 주령구가 월지 바닥에서 천년도 넘는 세월 동안 물과 진흙에 잠겨있었기 때문에, 뒤틀리지 않게 잘 건조시켜야 했다.  그래서 문화재관리국(지금의 문화재청)에서 생각해낸 방법이, 주령구를 특수전기오븐에 넣고 말리는 것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특수전기오븐이라는 게 요즘 주방에서 쓰는 요리용 오븐을 말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과열이 되면 전원이 저절로 끊겼다가 다시 연결이 되는 자동전기조절장치까지 달린, 요즘이야 신기할 거 하나도 없지만 1975년 당시로는 최첨단(!) 기능을 갖춘 전기오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하필이면 주령구를 전기오븐에 넣어두었던 그 날 밤에 자동전기조절창지가 고장이 나버린 것이다...! (오, 마이 갓...! -0-;;)  그래서 월지의 물과 진흙 속에서도 천년 넘게 잘 버텼던 주령구는, 세상빛 본 지 얼마 안 되어 새까맣게 타서 재가 되어 버렸다.

 

  두 번째,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인터넷상의 글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주령구를 건조시키려고 특수전기오븐에 넣었다는 부분까지는 경향신문 기사와 같은데, 그 뒷부분이 다르다.  이쪽 내용에 따르면, 주령구를 전기오븐에 넣고 건조시키던 중 정전이 되어서, 전기가 들어온 후에 다시 전기오븐을 작동시키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담당직원이 정전이 되기까지 이미 전기오븐을 돌린 시간은 생각 안 하고, 다시 처음부터 시간 설정을 해서 돌렸기 때문에 주령구가 과열로 홀라당 타버렸다고 한다. -.-;;

  그나마 위의 경향신문에 소개된 내용대로라면 그저 '지독히 운이 없어 생긴 사고' 라고 할 수 있는데, 이쪽 내용대로라면 '인간의 부주의가 빚어낸 사고' 인 셈이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박물관에서 볼 수 있는 주령구는 진품이 아닌 모조품이다.

  위의 두 가지 이야기 중 어느 쪽이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나마 다행인 건 주령구를 전기오븐에 넣기 전에 사진도 찍고 도면도 그려놓았다는 점이다.  안 그랬으면 모조품조차 만들 수 없었을테니, 불행 중 다행인 셈이다.  

 

 

 

사진을 잘못 찍었는지, 첨성대가 기우뚱해 보임. ^^;;

 

 

  볼링핀의 윗부분을 잘라낸 것처럼 보이는 첨성대다.

  그런데 이 첨성대에 대해서는 천문관측용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그 의견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첨성대 높이가 9미터가 조금 넘는다.  그런데 지금처럼 천체망원경이 있던 시절도 아닌데, 평평한 경주 한복판에 겨우 9미터짜리 건물 짓고 그 위에 올라간다고 해서 천체관측이 얼마나 잘 되었을까 하는 의심이 든다.  차라리 높은 산에 첨성대를 지었다면, 첨성대가 천문관측용이라는 게 충분히 납득이 가겠지만... 

  그렇게 보는 학자들은 첨성대가 제사를 지낼 때 사용했던 장소가 아닐까 추측한다고 한다.  학자가 아닌 나는 한 때, 중대한 범죄자지만 신분은 높은 사람(예를 들면 폐위된 임금이라든지...)를 가둬놓는 장소가 아닐까 하는 망상(!)을 펼친 적이 있다. ^^;;    

 

 

월정교의 모습.

(디카가 후져서 그런지 내 사진 찍는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지붕이 안 보이는... ㅠ.ㅠ) 

 

 

  월정교는 신라의 궁궐인 월성과 그 남쪽에 있는 땅 사이의 물길 위에 세워졌던 다리다.

  이미 오래 전에 사라진 것을, 몇 년 전부터 복원작업에 들어가 1차 작업을 마쳤고, 지금도 계속해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다만, 월정교의 원형을 제대로 모르는 상태에서 상상력(!)에 의존하다시피 복원하고 있어서 말이 많은 모양이다.  전에 몇몇 언론에서 거기에 문제를 제기하는 기사를 낸 적이 있다.  원래 모습을 복원한다기 보다는, 신라시대의 월정교와 이름만 같은 다리를 새로 만들다시피 하는 지경이라고 한다.  문화재 복구라는 측면보다는 관광산업 진흥이라는 측면에 방점을 찍은 탓이라고 한다. (하여튼 돈이라면, 다들 눈에 불을 켜지요...)

 

 

출처 : 한국일보(http://media.daum.net/life/outdoor/travel/newsview?newsId=20150212211823759)

 

 

  저 위에 내가 찍은 사진에서는 월정교의 지붕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마치 월정교에 지붕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월정교의 제대로(!) 된 사진 모습은 바로 위에 있는 한국일보 기사에 실린 모습이다.  보통의 다리와는 다르게, 전각처럼 위에 지붕을 씌운 것이 월정교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한다. 

 

 

교촌마을에 있는 전통가옥으로 된 음식점 담 위로 불쑥 솟은 벚나무.

(전통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벚꽃이 무척 예쁨.)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교촌마을...! 

 

  여기서 문제 하나, 교촌마을과 교촌치킨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낮에 돌아다닐 때 경주 지도에서 '교촌마을' 이라는 것을 보고, 혹시 교촌치킨이 교촌마을에서 시작한 체인점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안동찜닭은 안동에서 시작했고, 춘천닭갈비도 춘천에서 시작했으니까.)  그래서 친구와 함께 스마트폰으로 검색해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도 '교촌치킨이 경주 교촌마을에서 유래된 거냐?' 등의 의문만 제기하고 있을 뿐, 누구 하나 속시원히 그렇다 또는 아니다 하고 답을 내놓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우리를 교촌마을로 데려간 가이드가 "교촌마을 하면 뭐가 생각나지요?" 하고 묻자, 우리는 물론이고 다른 관광객들까지 한꺼번에 "교촌치킨이요!" 하고 대답했다. (역시 사람이 생각하는 게 다 거기서 거기지요~~)  그런데 가이드가 웃으면서 교촌마을과 교촌치킨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했다.  그냥 우연히 이름이 같은 것 뿐이라고 한다. ^^;;

 

  교촌마을에 있는 경주 최부잣집(한국판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제대로 실천한 것으로 유명한 바로 그 집안)을 보는 것으로 야간시티투어가 끝났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우리가 본 것은 최부잣집이 아니라 '최부잣집의 대문 앞부분' 이다. ^^;;  한밤중이라 안으로 들어갈 수 없기도 했고, 또 대문을 수리하는 중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가이드 설명으로는 낮에는 최부잣집도 여행객들에게 공개한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은 낮에 가서 둘러봐도 좋을 듯하다.

 

  최부잣집의 가훈은 물질주의에 찌들어있는 요즘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방 100리 안에 굶어죽는 이가 없도록 하라' 라며 베푸는 삶을 강조한 부분도 대단하지만, 특히 나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것은 '재산을 1만석 이상으로 늘리지 말아라' 는 대목이다.  정말이지, 현실과 이상을 적절히 조화시킨 가훈인 것 같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잘 먹고 잘 살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런데 후손들에게 '재산 많이 모을 생각 말고 조금이라도 재물이 생기면 무조건 가난한 사람에게 베풀어라.' 라는 가훈을 남겼더라면, 어디 그 가훈이 제대로 지켜지겠는가?  그러니 후손들이 계속해서 부자로 살 수 있도록 1만석의 재산까지는 유지하도록 허용하되, 1만석 이외의 다른 재물은 소작농들에게 인센티브 비슷하게 주거나 굶주린 이들을 구휼하는 데 쓰는 등 과욕은 부리지 말도록 경계한 것이다.   

  즉, 현실(부자로 살고 싶은 후손들의 욕망 충족)과 이상(주위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선행)을 적절히 섞은 탁월한 가훈이라 할 수 있다.  재산 증식의 한계를 모른 채 그저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중소기업을 다 죽이는 대기업의 높은 양반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가훈이다.  

 

 

 

  ◎ 오후 09:30 ~ 다음날 오전 00:26 - 늦은 저녁식사 / 경주역 

 

  야간시티투어를 끝낸 후, 다시 경주의 버스 배차간격 때문에 골머리 좀 앓았다.

  오후부터 추워지던 날씨가 이제는 발을 동동 구를 정도가 되어서,  얼른 버스를 타고 싶었다.  하지만 서울만큼 버스가 많지도 않을 뿐더러,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 사거리가 복잡하기까지 해서, 버스가 더 더디게 왔다.  처음에는 저렴한 일반버스 타자고 일부러 경주역 방향으로 는 좌석버스를 그냥 보냈는데, 나중에는 춥고 배고파서 그냥 좌석버스에 탔다. (어차피 좌석버스 탈 거라면 아까 그 좌석버스는 왜 그냥 보냈을까? -.-;;)

 

  경주역 못 가서 있는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서 10시도 넘은 시간에 저녁식사를 했다.  

  점심을 하도 푸짐하게 먹었더니(시장표 김+떡+순의 위력! ^^), 정작 저녁 때는 둘 다 배가 고프지 않아서 저녁밥을 건너뛰었다.  사실 집에서라면 배가 좀 고파도 그 시간에 식사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로 돌아가는 기차시간까지 몇 시간이나 남아있는데, 시간을 보낼 마땅한 곳이 없었다.  경주가 관광도시라고는 하지만 서울처럼 밤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은 별로 없다.  이미 많은 곳이 문을 닫은 통에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다.

  다행히 칼국수를 파는 식당('초계국수 칼국수' 라는 국수란 글자가 두 번이나 들어가는 식당)을 발견하고 들어갔는데, 그냥 시간이나 보내며 배나 채우자고 들어간 곳 치고는 음식맛이 괜찮았다.  그런데 야간시티투어를 사실상 우리 여행의 마지막으로 생각했고 지치기도 했기 때문에, 내 입맛에 맞는 음식 사진을 남기지 못 한 것이 좀 아쉽다.  내가 시킨 것은 매운버섯칼국수라는 것인데, 버섯과 고기가 들어간 얼큰한 칼국수로 아침에 먹은 육개장과 비슷한 맛이 났다.

 

  식사를 끝내고 경주역으로 걸어갔더니, 11시 반쯤 되었다.

  그런데 경주역 사진을 찍을 생각을 못 한 게 너무 아깝다...!  요즘 새로 지은 역사는 죄다 유리로 떡칠해놓아 마음에 안 드는데, 기와집을 테마로 삼은 듯한 경주역은 아기자기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쉬엄쉬엄 다닌다고 다녔지만, 그래도 역시 이른 새벽부터 돌아다녔더니 몸이 많이 피곤했다. (혹은 나이가 들어서 이전보다 체력이 많이 떨어진 것인지도... ㅠ.ㅠ) 

  어쨌거나 경주 역에 도착해서 화장실에서 양치를 한 후, 역사 안 의자에 앉아 스마트폰으로 음악도 듣고 뉴스기사 검색도 하며 적당히 시간을 보냈다. 잠깐 동안 노숙자 아저씨에게 위협(?)을 받는 짜릿한 경험도 해가면서... ^^;;

 

  이번 여행의 총무 역할을 맡은 친구가 경비 적은 것을 계산하더니, 둘이서 225,000원을 썼다고 했다.

  한 사람당 112,500원씩 쓴 셈인데, 그 중 뺄래야 뺄 수 없는 경비인 서울-경주 왕복 차비가 6만원 정도 하니, 경주에서 쓴 돈만 따지면 5만원 남짓 썼나 보다.  이렇게 알뜰하게 여행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식도락가가 아니어서 맛집에 목숨 걸지 않은 이유가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우리가 뚜벅이족이었다는 점도 이유가 될테고...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밥 먹는데 쓴 돈보다 커피와 차에 쓴 돈이 더 많다는 점이다. -.-;;  고풍스런 경주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무슨 놈의 커피 전문점이 그렇게 많느냐며 투덜대며 다녔는데, 아무래도 우리 같은 뚜벅이 여행객들을 위해 그렇게 많았나 보다. ^^;;  영화 '경주' 에 나오는 전통찻집 '아리솔' 에서 마신 차야, 처음부터 꼭 그곳에 가서 차를 마시겠노라 마음 먹었던 일이니 따로 생각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맥도날드에, 커피 전문점에, 샌드위치집에, 편의점까지... 돌아다니다가 지친 다리를 쉬게하려고 또는 추운 날씨에 차가워진 몸을 녹이려고 여기저기 들리면서 커피에 제법 많은 돈을 썼다. (딱히 커피가 당기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영업집에 가서 공짜로 앉아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  

 

  하루 종일 돌아다녔더니만, 서울에 돌아와서 이틀 정도 후유증(?)을 겪었다.

  하지만 시간이나 경비 측면에서 매우 알뜰한 여행이었고, 멋진 풍경이나 문화재를 많이 봐서 눈도 즐거웠으며, 마음에 맞는 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낸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 ^^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1) - 시작 / 경주여행 정보 및 이모저모(http://blog.daum.net/jha7791/15791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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