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5년 경주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1) - 경주여행 정보 및 이모저모

Lesley 2015. 4. 14. 00:01

 

  ◎ 천년의 고도 경주로 출발~!

 

  지난 주에 친구와 경주를 다녀왔다.

  이번에 동행한 친구와 함께 가는 건 9년만이었고, 내가 마지막으로 경주 갔을 때를 기준으로 하면 7년만에 가는 경주다.  그렇잖아도 작년에 경주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경주' 를 보고서, 올해 중에 다시 한 번 경주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 경주 -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스친 인연에 관한 영화(http://blog.daum.net/jha7791/15791152)  그런데 정말로 경주에 다녀왔으니, 올해 소원 한 가지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번 경주 여행은 무박 3일 일정이었다.

  내려갈 때는 야간고속버스로 내려가고, 올라올 때는 야간기차로 올라왔기 때문에, 현지에서 숙박을 하지 않고도 하루 온종일 머물렀다.  실제로 경주에 머문 시간은 20시간이었는데, 새벽부터 한밤중까지 정말 시간을 알뜰하게 썼다.  게다가 숙박을 안 하다 보니, 비용면에서도 많이 절약되었고... (물론 시간과 비용을 아낀 반대급부도 있었는데, 체력적으로는 조금 버거웠다는 사실... ^^;;) 

 

  이번 여행은 친구가 원해서 가게 된 것이었는데, 여행지가 경주로 정해지기까지 나름 우여곡절이 있었다.  

  원래 친구는 제주도(!)의 둘레길 탐방을 원했는데, 나는 경기도 연천의 숭의전 관람을 원했다. (남쪽 vs. 북쪽)  그러자 친구가 다시 내세운 곳이 동해에 있는 울릉도였는데, 나는 서해에 있는 대청도에 가고 싶어했다. (동쪽 vs. 서쪽, 하지만 울릉도나 대청도는 그저 우리의 희망사항일 뿐 시간 문제 및 비용 문제 때문에 어차피 가기 힘든 상황... ㅠ.ㅠ)  다시 친구가 대안으로 내세운 곳이 전주 한옥마을이었고, 나는 수원 화성에 가자고 했다. (또 다시 남쪽 vs. 북쪽 -.-;;)

  결국 합의를 본 곳이, 9년 전 둘이서 함께 다녀온 적이 있는 경주다.  그렇게 경주로 가기로 결정하고서는, 이번에는 당일치기로 가느냐 1박 2일로 가느냐 하며 설왕설래 했다.  그러다가 위에 쓴 것처럼 무박 3일이라는 '변칙적인 일정'(!)을 잡게 되었다.

 

 

  경주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에게 유용한 팁 하나...!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경주관광지도를 우편배송해주고 있다. 

  다만, 배송속도가 느린 일반 우편으로 보내주기 때문에, 무료로 받고 싶으면 1주일 전에는 신청해야 한다.  나처럼 여행 며칠 전에 급하게 신청하는 경우에는 착불요금(서울 기준 3,500원)을 부담하는 것으로 신청하면 빨리 받을 수가 있다.  신청은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http://guide.gyeongju.go.kr/deploy/index.html) 오른쪽 상단의 '나눔터' 를 클릭해서 '관광안내지도 신청' 메뉴에서 하면 된다.

  이런 유용한 정보를 뒤늦게 알아서 유료로 받은 게 조금 유감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잖아도 관광안내소가 문을 안 여는 새벽에 도착하기 때문에 지도 구할 일이 난감했는데, 비록 유료라도 지도를 미리 구하게 된 게 어디인가...

 

  경주 가실 분들은 일찌감치 신청해서 무료로 받아보시기 바란다.

  단, 정말 필요한 사람만 신청하시오!  지도 만드는 것이나 지도 배송해주는 것이나 전부 돈 드는 일인데, 별로 필요하지도 않으면서 공짜라고 신청하지 마시오!  '어차피 경주시청 돈이지 내 돈 아닌데 무슨 상관이야?' 따위의 뻔뻔스러운 생각은 하지 맙시다!

 

 

① '나눔터' 를 클릭한 후 ② '관광안내지도 신청' 을 클릭해서 경주관광지도를 받아봅시다! ^^

 

 

  지도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것 말고도, 유용한 정보가 많다.

  경주관광에 도움이 되는 주요버스 노선이라든지, 각종 문화재에 관한 역사적 배경 설명이나 관람료 가격 및 관람시간, 시간 없는 이들 또는 가이드 설명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관광투어 상품 등등...  경주로 여행가실 분들은 꼭 이 홈페이지에 미리 접속해서 좋은 정보를 마구마구(!) 찾으시기를...! ^^ 

 

 

 

  ◎ 오래간만에 간 경주의 전체적인 느낌

 

  위에 쓴 것처럼, 동행한 친구와 함께 가는 것으로는 9년만이고, 나의 경우로만 보자면 7년만에 경주에 갔다.

  하루가 다르게 모든 게 변하는 변화무쌍한 세상에, 근 10년 만에 갔으니 예전과 달라진 게 많았다.  무엇보다 여행객들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정비되어 있다는 느낌이었다.  위에 소개한 경주문화관광 홈페이지, 여기저기 보이는 이정표나 큰 지도판, 어지간한 문화유적지에는 있는 희망자에 한하여 해설을 해주는 가이드, 호텔은 가격 때문에 부담스럽고 모텔에 대해서는 편견을 가진 사람이 묵기에 딱인 게스트하우스, 지자체에서 신경 많이 쓴 게 보이는 벚꽃 가로수... 

 

  하지만 전보다 상업화가 심해졌다는 느낌도 들었다.

  7년 전의 경주 모습과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커피 전문점이다.  경주에 있는 커피 전문점 중 스타벅스만 5개라더니, 겨우 하루 동안 경주에 머물면서 온갖 브랜드의 커피 전문점을 봤다. 

  게다가 무슨 놈의 찰보리빵 파는 상점은 그리도 많던지...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근처에 유독 많이 보이기에 세어봤더니, 겨우 100미터 정도 걸으면서 7개나 발견했다. -.-;;  경주역 부근도 그렇고 그 밖의 장소에서도 수시로 봤다.  찰보리빵 상점이 경주 전체에서 몇 군데 안 되었다면 '이왕 경주 왔는데 저걸 식구들에게 사다줄까?' 라는 생각을 했을텐데, 길바닥에 널려있는 게 찰보리빵이다 보니 오히려 사기 싫어졌다.

  경주는 관광도시라 사람이 모여드는 곳이고, 그 사람들 상대로 돈 벌려는 사람도 늘어나는 건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정도가 좀 심하다는 느낌을 떨치기 힘들었다.  

 

  봄에 경주에 가는 것은 처음이라 만발한 벚꽃을 원없이 구경한 것은 좋았는데, 여기에도 상업화의 그림자가... ㅠ.ㅠ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쪽에서 보니 형산강 너머로 벚꽃나무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서, 오후에 벚꽃 구경을 하러 나섰다.  그런데 온갖 먹거리와 물건 파는 천막들, 벚꽃놀이 나온 사람들이 끌고 온 자동차들로 난리북새통이었다.

  그 천막들이 다 똑같이 생긴 것을 보니 무허가 노점이 아니라 곧 있을 벚꽃축제에 맞춰 허가를 받아 개설한 것 같은데, 너무 많아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벚꽃이 만들어놓은 풍경을 해치기까지 했다.  거기에 자동차를 주차할 공간이 없는 건지 아니면 귀찮아서 그런 건지, 하필이면 벚꽃이 늘어선 길을 따라 줄줄이 주차를 해놓았다.  그래서 걷는 데에도 방해가 되고, 사진을 찍으려도 자동차들이 꼭 함께 찍히고... -.-;; 

 

 

 

  ◎ 여행계획

 

  경주는 의외로 매우 넓은 곳이다...!

  시골을 겨우 면한 소도시라며 손바닥만한 곳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지만, 놀랍게도 경주 면적은 서울 면적의 2배를 조금 넘길 정도다. (서울은 약 605km², 경주는 약 1,324km²)  인구나 경제 수준을 알려주는 각종 지표의 숫자만 생각하고 '경주는 시골(!)이니까 하루면 다 둘러볼 수 있겠지.' 하고 달려들면 곤란하다.  더구나 경주라는 도시 그 자체가 몽땅 볼거리라서, 경주 전체를 보려면 1주일도 부족하다고 할 정도다.

  그러니 이삼일 짜리 혹은 당일치기 여행을 생각하고 있다면, 몽땅 보겠다는 욕심은 버리는 게 좋다.  안 그러면 즐거워야 할 여행이 극기훈련으로 변해버릴 수가 있으니 말이다.  어지간한 곳은 과감하게 생략하고, 자기 취향에 따라 몇 군데만 골라서 자세하고 느긋하게 둘러보는 게 낫다. 

 

  이번 20시간짜리 당일치기 여행은 다음과 같은 일정으로 움직였다.

 

① 읍천항에 있는 벽화마을, 읍천항에서 시작되는 파도소리길 걸으며 주상절리 구경하기

② 문무대왕릉(대왕암), 감은사지

③ 영화 '경주' 에 나오는 찻집 '아리솔'

④ 김유신 장군묘, 김유신 장군묘 가는 길에 있는 형산강에 늘어선 벚꽃나무 구경하기

⑤ 경주 야간시티투어 - 월지(안압지)와 동궁, 첨성대, 교촌마을

 

 

 

 

  이번 여행 계획을 짜는데 1순위로 고려한 것은,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힐링~~!

  친구는 여행 계획 짜는 것을 몽땅 나에게 맡겼다. (그리고 친구 스스로는 총무 역할을 맡았음.)  그런데 요즘 친구가 하도 힐링이 필요하다고 해서, 힐링을 컨셉으로 잡고 계획을 짰다.  그래서 여행하는 날 비바람이 불든 눈보라가 몰아치든 최우선으로 가야할 곳으로 '바다(동해)' 를 정했다.  읍천 벽화마을과 파도소리길(주상절리)이 친구의 힐링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마침 내가 좋아하는 문무대왕릉(대왕암)이 그 위쪽에 있으니 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까지 세트(!)로 엮어 함께 둘러보면 될 것 같아서다.

 

  그리고 2순위로 고려한 것이, 내가 지난해에 인상 깊게 본 영화 '경주' 다.

  나도 '경주' 의 주인공 박해일처럼 찻집 아리솔에 가서 황차를 마시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즐기고 싶었다.  다행히 친구도 그런 분위기의 찻집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비록 그 영화를 안 봤어도 반대하지 않을테고. 

 

  위의 두 가지만 필수적인 일정으로 못 박아두고, 나머지는 현지 상황에 따라 정하기로 했다.

  어차피 경주라는 도시가 볼거리로 가득한 곳인데, 발길 가는대로 걷다가 마음에 드는 곳 있으면 머물며 구경하면 되니까...  하루 일정을 미리 다 정해놓고 칼같이 지키며 움직이는 것 보다는, 절반 정도만 정해놓고 나머지는 돌아다니다가 마음 내키는 곳 발견하면 즐기는 식으로 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가게된 곳이 김유신 장군묘김유신 장군묘 가는 길에 있는 벚꽃나무 늘어선 길이다.

  아침에 고속버스터미널 쪽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보니, 형산강 너머로 벚꽃이 만발한 벚꽃나무들이 늘어서 있는 게 눈에 확 띄었다.  그래서 친구가 오후에 벚꽃 구경할 겸, 그쪽에 있다는 김유신 장군묘 구경도 하자고 해서 낙찰~~!

 

  그리고 저녁 일정은 여행사에서 하는 경주 야간시티투어를 이용하기로 했다. 

  오후 들어 바람이 부쩍 강해져서 기온이 20도가 넘고 햇빛이 비치는데도 추웠기 때문에, 또 온종일 돌아다녔더니 지치기도 해서,  원래는 가이드 쫓아다니는 투어를 안 좋아하는데 여러가지 상황 때문에 차선으로 선택한 건데, 결과적으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안 그랬으면 우리는 추위로 감기에 걸려 엄청 고생했거나, 눈물 머금고 야간여행 포기한 채 서울로 돌아가는 밤기차 출발시간을 기다리며 아까운 시간만 죽였을(!) 것이다.

  단체투어라는 것도 수학여행 때 한 번 겪어보고 질렸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다는 걸 알았다.  단체투어에 대한 편견(?)을 버린 것도 이번 경주여행에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

 

  그리고 경주 하면 필수코스처럼 떠오르는 불국사와 석굴암, 작년말부터 본격적인 발굴에 들어간 월성 등은 좀 아쉽기는 하지만 빼기로 했다.

  '이왕 경주에 갔으면 00는 당연히 들려야지.' 식으로 여기 넣고 저기 넣고 하다가는, 우리 여행이 제2의 수학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바로 그 1학년 때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더랬다.  그런데 학교에서 어찌나 일정을 빡빡하게 짰던지, 분명히 들린 곳은 엄청나게 많았는데 기억나는 건 거의 없다.  나중에는 상당수 학생이 지친 나머지 관람장소에 도착해서도 관광버스에서 내리지도 않고 쿨쿨 잤고, 담임선생님도 굳이 자는 학생들을 깨우지 않고 맨정신인 학생들만 데리고 다니셨다.  정말이지, '정해진 시간 내에 최대한 많이 돌아다니자' 는 우리나라 단체여행의 특징(?)을 온몸으로 체험한 여행이었다. -.-;;

  극기여행식으로 여기저기 정신없이 움직이는 여행은 수학여행 한 번으로 충분하다.  이번 여행은 어디까지나 '힐링' 에 방점 찍고 느긋이 돌아다니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어차피, 하루짜리 여행이라지만 어지간한 1박 2일짜리 여행과 맞먹는 정도의 시간(20시간)을 활용할 수 있는 여행이니 말이다.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2) - 읍천 벽화마을 / 파도소리길(주상절리)(http://blog.daum.net/jha7791/15791196)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3) - 문무대왕릉(대왕암) / 감은사지(감은사 3층석탑)(http://blog.daum.net/jha7791/15791198)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4) - 영화 '경주' 에 나오는 찻집 '아리솔' / 김유신 장군묘(http://blog.daum.net/jha7791/15791201)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5) - 경주 야간시티투어(월지와 동궁, 첨성대, 월정교, 교촌마을)(http://blog.daum.net/jha7791/1579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