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5년 경주

20시간 동안 경주 여행하기(4) - 영화 '경주' 속 찻집 '아리솔' / 김유신 장군묘 / 벚꽃

Lesley 2015. 4. 22. 00:01

 

  ◎ 오후 02:30 ~ 오후 04:30 - 시장에서 점심 먹기 / 영화 '경주' 에 나오는 찻집 '아리솔'

 

  경주 시내로 돌아와 애증의 150번 버스와 작별하고, 경주역 앞에 있는 성동시장에서 '김+떡+순' 으로 점심을 먹었다.

  여행 때마다 느끼는 건데, 역시 여행은 '일상 취향' 이 아닌 '여행 취향' 이 통하는 사람끼리 해야 한다.  설사 평소에는 친하게 지낸 친구라고 해도, 여행 취향이 안 맞으면 여행 중에 서로 스트레스를 받는다.  다행히 이 친구는 나와 비슷한 여행 취향을 갖고 있다.  즉, 여행지에서 맛집에 연연해하는 스타일이 아니고, 맛집 찾아다닐 시간에 볼만한 곳 한 군데라도 더 찾아가자는 생각을 지니고 있다.

  그렇게 맛집 순례를 하지 않은 게, 이번 여행에서 시간과 돈을 많이 절약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물론 맛집 탐방 즐기는 여행객들에게는 그런 식의 여행은 제대로 된 여행이 아니겠지만... ^^;;)

 

  그런데 점심메뉴를 '김+떡+순' 으로 정하고서도, 나는 찹쌀도너츠에, 친구는 만두에 미련을 못 버렸다.

  점심으로 시킨 것도 양이 많아 다 못 먹고 남겼으니, 찹쌀도너츠나 만두는 당연히 먹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도 시장을 떠나면서 찹쌀도너츠와 만두를 쳐다보며 아쉬워했다. (이러면서 만날 때마다 다이어트를 해도 살이 안 빠진다고 한탄을 늘어놓는 우리... ^^;;)

 

  하여튼 그렇게 분식으로 점심을 먹은 후, 영화 '경주' 에 나왔던 찻집 '아리솔' 로 고고씽~~!

  ☞ 경주 - 천년의 고도 경주에서 스친 인연에 관한 영화(http://blog.daum.net/jha7791/15791152)

 

 

인간 네비게이션 친구가 없었으면 못 찾았을 아리솔.

(단, 입구는 왼쪽 '전통찻집' 이라고 써진 간판의 화살표 방향에 있음.)

 

 

  오래간만에 여행을 하면서 내가 지독한 방향치라는 것을 새삼스레 다시 깨달았다. 

  스마트폰의 지도를 봐도 동서남북이 구별이 안 되어, 이쪽으로 가야 하는 것을 저쪽으로 가서 헤매는 식이다.  친구는 지도 한 번 보면 척하니 방향을 잡아내던데, 아무래도 우리는 '여행 취향' 만 통할 뿐 '여행 능력' 은 판이하게 다른가 보다. -.-;;

 

 

오~ 영화 '경주' 속에 나오는 바로 그 대문과 그 뜰이다!

 

 

흥부네 식구 저고리처럼 구멍 뽕뽕 나있고 덕지덕지 기운 상태라, 오히려 더 멋스러움이 느껴졌던 창호지문. ^^

 

 

  영화 속에서 박해일과 신민아가 마주 앉아 차를 마시던 그 방에는, 이미 다른 손님들이 들어있었다.

  어쩔 수 없이 찻집 주인장의 안내로 다른 방으로 들어가 앉았다.  물론 영화를 본 나나 그 방을 놓친 것을 아쉬워했을 뿐, 친구는 우리가 들어간 방도 분위기가 너무 좋다며 마음에 들어했다.  처음에는 아쉬운 마음에 입맛 다시던 나도 저 창호지문을 보고나서는 '이 방도 나름 괜찮네.'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

 

 

(왼쪽) 우리가 앉은 방 한쪽 벽에 매화그림과 함께 한시가 있음.

(오른쪽) 작은 마루에는 옛날 느낌 폴폴 풍기는 대나무로 엮은 통과 사방등이 있음.

 

 

나는 영화 속 박해일과 같은 황차를, 감기기운이 있던 친구는 쌍화탕을 마셨음.

 

 

뜰에 걸린 '조선시대 경주 봉황대 주변 모습' 을 그린 지도.

 

 

찻집을 나와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쪽으로 걸으며 본 노동고분군의 고분 중 하나.

 

 

  고분 위에 나무들이 뿌리 내려 버티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나도 친구도 전에 왔을 때는 고분 위에 저렇게 큰 나무들이 뿌리 내린 것을 본 기억이 없다.  나무 크기를 보니, 나무가 고분 위에 겨우 몇 년 있었던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다.  아마 전에도 틀림없이 봤을 것 같은데, 왜 저런 강렬한(!) 풍경이 기억에 없을까?

  그리고 저런 커다란 무덤에 묻힐 정도라면, 묻힌 사람은 왕 아니면 왕에 버금가는 큰 귀족이나 부족장이었을 것이다.  살아서 누린 대단한 권력 덕분에 저런 엄청난 무덤에 묻혔을텐데, 그 위에 발칙하게(!) 나무들이 뿌리를 내리다니...  대자연과 세월 앞에서는 권력이고 뭐고 다 소용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오후 04:30 ~ 오후 06:00 - 형산강 서천교 벚꽃, 김유신 장군묘

 

  경주 야간시티투어를 할 때까지 시간이 남아서, 아침에 본 벚꽃이 활짝 피었던 곳(서천교 건너편)으로 가보기로 했다.

  마침 그쪽에 김유신 장군의 묘도 있다고 하니 겸사겸사 함께 보기로 했다.  그런데 아침에 비가 그친 뒤로는 비교적 맑고 따뜻했던 날씨가 이 무렵부터 부쩍 쌀쌀하게 변했다.  분명히 기온은 20도나 되고 햇볕도 쨍쨍한데 바람이 어찌나 거세게 불든지, 우리 둘 다 야상점퍼를 입고도 벌벌 떨었고 머리는 산발이 되어 버렸다.  어쩔 수 없이 야상점퍼의 모자를 뒤집어썼더니 머리가 바람에 날리지 않는 것은 좋은데, 무슨 늙은(!) 우비소녀 둘이 걸어다니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ㅠ.ㅠ

 

 

서천교를 건너며 찍은 형산강 건너편 벚꽃나무가 쭉 늘어선 모습.

(멀리서 보면 강둑을 따라 벚꽃이 화려하게 피어있어 장관임.)

 

 

  이 사진을 찍은 다리 이름이 서천교다.

  그래서 서천꽃밭이니 서천화원이니 하는 것에서 따온 이름인 줄 알고, 역시 역사와 문화의 도시라 다리 이름도 신화에서 따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울에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그저 경주 서쪽을 지나는 강(형산강) 위에 놓인 다리라서 서천교(西川橋)라고 한다. -.-;;  하긴,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생각한 서천교라면, 경주가 아니라 제주도에 있어야 맞다. 

 

 

아니, 이게 웬 도깨비 시장 같은 꼴이란 말이오! ㅠ.ㅠ

 

 

  경주 고속버스터미널 쪽에서 볼 때만 해도 너무 멋져보였던 벚꽃나무 늘어선 길의 실상은, 한 마디로 도깨비 시장이다. -.-;;

  꽤 긴 거리의 양쪽으로 하얀 벚꽃이 만발한 벚꽃나무가 즐비하게 늘어선 것은, 분명히 눈이 부실만한 광경이었다.  게다가 강한 바람 때문에 벚꽃비가 흩날리는 모습 또한 장관이었다.  문제는, 도무지 한가롭게 그 광경을 즐기거나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왼편으로는 노점상 천막이 벚꽃나무 길 이쪽 끝에서 저쪽 끝까지 주르르 늘어서있어 시끌벅적한 분위기고, 오른편으로는 행락객들이 몰고 온 건지 아니면 상인들이 몰고 온 건지 알 수 없는 자동차들이 끝도 없이 서있었다.  정말이지 보는 사람 눈이 다 심란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걷는 데에도 방해가 되고, 사진을 찍을라 치면 벚꽃만 찍는 게 불가능하고 본의 아니게 자동차를 모델로 한 사진을 찍게 되었다. (도대체 사진의 주인공이 벚꽃인가요, 아니면 자동차인가요? -.-;;)

 

 

 

김유신이 왕으로 추존된 인물이라(흥무왕), 봉분도  크고 봉분 주위에는 호석까지 둘러서 있음.

 

 

마지막 글자가 墓(묘)일까요, 陵(릉)일까요?

 

 

  그런데 김유신 장군묘에서는 묘 그 자체보다 비석이 더 흥미로웠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비석에 대해 아는 바가 없던 우리는 그저 비석을 잠깐 쳐다보고 지나쳤다.  그런데 묘 주위에 있는 호석에 새겨진 십이지신상을 구경하는 동안, 가이드가 이끄는 단체관광객이 왔다.  그래서 얼른 그 단체관광객 틈에 끼여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재미있는 건 이 가이드를 나중에 경주 야간시티투어 신청하러 가서, 그 여행사에서 봤다는 것... ^^)

 

  가이드 덕분에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았다. 

  가이드가 일행에 섞여있는 꼬맹이들에게 비석에 새겨진 글자(開國公純忠壯烈興武王陵, 개국공순충장렬흥무왕릉) 중 맨 끝 글자 陵(릉) 부분에 생수를 뿌리라고 했다.  아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물을 뿌리자, 陵(릉) 뒷부분으로 墓(묘)가 겹친 채 나타났다...! @.@  그러자 지켜보던 어른들이 놀라서 한꺼번에 탄성을 내질렀다. 

  왕으로 추존된 김유신이기에 墓(묘)가 아니라 陵(릉)을 쓰는 게 맞는데 비석에 墓(묘)라고 썼다고, 훗날 김유신의 후손들이 墓(묘)를 메워버리고 그 위에 陵(릉)을 새로 새겼다고 한다.  그런데 墓(묘)를 메우는데 쓴 재질이 원래 비석의 재질과 달라서, 물을 묻히면 원래의 글자가 새로운 글자 밑으로 드러나게 된다는 것이다.

 

 

김유신 장군묘에서 내려가는 길에 핀 벚꽃.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그만 돌아가 실내에서 몸 좀 녹이기로 했다.

  그런데 김유신 장군묘는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이 다르다.  내려가는 길 양편으로 벚꽃나무가 늘어서있는데, 저 아래에서 본 형산강가에 늘어선 벚꽃만큼 화려하지는 않았다.  대신, 노점상과 자동차가 우글거려서 정신이 하나도 없던 그 곳과는 다르게, 사람이 별로 없고 조용해서 오히려 운치는 더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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