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경우, 나는 꿈을 거의 기억하지 못 한다.
어떤 사람은 간밤에 꾼 꿈을 정말 세세히도 기억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는 '기분 나쁜 꿈이었던 것 같아.' 정도로 막연하게, 또는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이었다.' 수준의 아주 단편적으로만 기억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하면, 잠을 아주 깊게 잘 자서 그런 것이니 좋은 일이라는 둥, 너무 둔한 것 아니냐는 둥, 다양한 반응이 나온다. ^^;;
그런데 대강의 내용을 기억을 하는 꿈이 하나 있다.
한두 번 꿨다면 다른 꿈처럼 기억 못 했을텐데, 이 꿈은 특이하게 몇 년에 걸쳐서 반복되다 보니 기억을 하게 된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대학 졸업반 시절로 돌아갔는데, 졸업에 필요한 학점을 다 이수하지 못 해서 졸업 못 할 상황에 처해 쩔쩔매는 것이다. -.-;;
꿈 속에서, 대학 마지막 학기가 다 끝나가건만, 나는 과거에 펑크난 과목 하나를 못 채워서 졸업을 하네 못 하네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은 전에 그 과목을 몇 번이나 재수강 신청했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강의실을 도무지 찾지 못 한다든지 하는 황당한 사정으로 출석을 한 번도 못 해서, 번번히 F를 받았다. 이미 마지막 학기가 다 끝나가는 마당이니 정규학기에 또 재수강하는 것은 틀렸고, 마지막 겨울방학에 있는 계절학기를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이번에는 계절학기 신청 마지막 날까지 수강신청을 하는 사무실을 찾지 못 해서, 또 사방팔방 헤매는 상황이 발생한다. -.-;;
이런 어처구니 없는 꿈을 언제부터 꾸기 시작했는지, 정확히는 기억 못 한다. 하지만 최소한 5,6년은 되었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그 세월 동안 20번 이상은 꾸지 않았나 싶다.
꿈이라는 게 현실 속 욕망이나 걱정의 반영이라고 하는데, 그런 점에서 이 꿈은 참 이상하다.
일단, 지금 내가 학생 신분이 아니니, 졸업이라는 것은 나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니 '나는 이번에 꼭 졸업해야 해!' 라는 욕망을 품을 일이 없다. -.-;;
또한, 내가 대학시절에 학점관리를 철저히 했던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처럼 8학기 내에 졸업 못할까봐 발 동동거릴 정도로 학점이 형편없지도 않았다. 즉, 단 한 번도 졸업을 제 때 못 할거라는 걱정을 한 적이 없었다. 또, 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지금처럼 계절학기라는 게 활성화되지 않아서(지금은 학점세탁을 위한 방편으로 널~~리~~ 이용되는 모양임.), 정말 지지리도 공부를 안 한 탓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도무지 졸업 못 하게 생긴 사람이나 계절학기를 수강했다. 그래서 나도 계절학기 수강 같은 것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벌써 몇 년에 걸쳐 졸업과 계절학기 관련된 꿈을 꾸고 있으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한 동안 안 꾸던 그 꿈을 바로 며칠 전에 꾸다가 깼다. 꿈 속에서 마음을 잔뜩 졸이며 졸업 문제 해결하겠다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만, 수면시간이 충분했는데도 아침에 일어났을 때 몸이 물 먹은 솜마냥 축축 늘어지고 개운치가 않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어디 인터넷 해몽 사이트 같은 곳에라도 사연을 올려야 하는 건지, 아니면 심리분석가라도 찾아 나서야 하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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