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건 서울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너무 일상적인 거라 포스팅할 거리도 안 되는데, 10일이나 제 블로그에 밥을 주지 못 해서 블로그 굶어죽을까 염려되어 올려봅니다. ^^
요즘 거의 1년만에 귀국해서 그 동안 못 만났던 사람들 만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2월 20일에 하얼빈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아직 시간이 더 남아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설연휴가 끼어 있어서, 그 무렵에는 각자 설 쇠느라 바빠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을 듯 합니다. 그래서 그 전에 미리 만나려니, 제 일정이 잘 나가는 연예인 스케줄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빡빡합니다. 1월 26일 저녁에 귀국하여 27일부터 지금까지 이틀만 빼놓고 정신없이 달렸더니만, 하얼빈에서 지낼 때보다 훨씬 더 피곤하군요. ^^;;
피곤하기는 해도, 오래 못 만났던 그리운 얼굴들을 다시 보고 그 동안 쌓인 이야기들을 하니 무척 반가웠답니다. 그리고 1년 가까이 못 만났건만 마치 며칠 전에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것처럼 전혀 어색하지 않고 익숙한 것이, 역시 오래된 친구들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
그런데 친구들이 변함없는 것은 변함없는 것이고, 그래도 한국 떠나있었다고 몇 가지 낯선 풍경을 봤습니다.
그 중 제일 인상 깊었던 변화가 지하철의 변화입니다. 그저 교통수단에 지나지 않았던 지하철이 낭만적으로 변했더군요. ^^
첫째,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쓰인 시(詩)입니다.
제가 중국으로 가기 전까지는 일부 지하철역에만 스크린도어가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스크린도어가 대부분의 역에 설치된 것도 제가 맞닥뜨린 변화 중 하나인데, 스크린도어 자체보다는 스크린도어 표면에 시를 써놓은 것이 정말 좋은 아이디어인 듯 합니다. 지하철 오는 것을 기다리는 몇 분의 시간이 어떤 때는 무척 지루하게 느껴지는데, 그 동안 시 두어편씩 읽다 보면 시간도 금새 가는 듯 하고 마음도 좀 더 여유로워지는 느낌입니다. ^^
한 역마다 스크린도어에 대여섯 편의 시가 저렇게 쓰여 있습니다. ^^
둘째, 서울 지하철의 안내방송이 4개국어로 나옵니다.
전에는 부산 지하철은 한, 영, 중, 일 4개국어로 안내방송을 했지만('2008년 부산 여행기 (1) - 부산지하철, 광안리(http://blog.daum.net/jha7791/15785996)' 참조) 서울 지하철은 한, 영 2개국어로만 했는데, 이제는 서울도 4개국어로 해줍니다. (※ 추가 : 알고보니 서울의 모든 지하철 노선이 4개 국어로 안내방송 해주는 게 아니고, 일부 노선만 그런거네요... ^^;;)
중국어권이나 일본에서 오는 관광객이 점점 늘어나는 것 생각하면, 관광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일인 듯 합니다. 그리고 저 개인적으로는 지하철 안에서 중국어 방송을 들을 때마다, 하얼빈에서 헤어진 중국친구 진쥔을 떠올리게 됩니다. ^^
셋째, 지하철 기관사 아저씨 중 독특한 분이 계십니다.
저처럼 6호선 근처에서 살아 6호선을 자주 이용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에게서 6호선 기관사 아저씨 중 독특한 분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 분의 안내방송이 무척 재미있다고 하더니만, 저도 그 아저씨가 모는 지하철을 타게 되었습니다. ^^ 다른 기관사 같으면 '노약자나 임신부에게 자리를 양보합시다'라고 딱딱하게 안내방송 말하고 끝입니다. 하지만 이 분은 '누워있는 것보다는 앉아있는 것이, 앉아있는 것보다는 서있는 것이 다이어트에 도움이 됩니다' 라는 농담까지 섞어가며 말씀 하시다가, '인생은 길게 봐야 하니, 하루 하루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리 양보를 해줍시다' 라는 교훈적인(?) 문장으로 끝맺음하시는데, 저도 모르게 쿡쿡 웃게 되더군요. 점점 삭막해지는 도시생활에서는 그런 기관사님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
전에는 '지하철이란 게 A지점에서 B지점까지 제 시간에 잘 가기만 하면 그만 아니냐' 였는데...
따뜻한 시가 여러 수 적혀있는 스크린도어에, 유머 감각 넘쳐나는 기관사님까지, 이제 우리나라의 지하철도 나름 낭만적으로 변해가는 듯 합니다. ^^
서울 지하철 1호선의 특이한 객차(http://blog.daum.net/jha7791/1579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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