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얼빈 생활기/'09~'10년 흑룡강대학 어학연수기

중국 미용실에서 읽은 패션잡지

Lesley 2009. 12. 25. 20:33

 

 

  월요일(12월 21일) 오전에 11월 초에 다녀왔던 중국 미용실(☞ '중국 미용실에 가다(http://blog.daum.net/jha7791/15790613)' 참조)에 다시 갔다. 
  사실은 먼저번 그 미용실 갔을 때 '이게 중국에서 미용실 마지막으로 가는 거다'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9월에 했던 큰 마음 먹고 했던 파마(내 인생 최초의 웨이브 파마였으니 상당히 실험적인 행동이었음. 그러나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음...ㅠ.ㅠ)가 석 달이 지나니 풀려서 머리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렇잖아도 '반곱슬 + 무진장굵은 머리카락 + 엄청 많은 숱' 등  최악의 머리 3대 요건 갖춘 나인데, 굵은 웨이브 넣은 것이 풀리기까지 하니...  이건 뭐, 아인슈타인이나 베토벤과 같은 미용실에서 머리 한 것 같은 꼴이니... ㅠ.ㅠ
  그래서 결국 한국에서 10년간 고수한 매직 스트레이트로 돌아가기로 결심하고(결국 실험은 실패...ㅠ.ㅠ), 내 머리를 두 차례 맡아본 '샤오강'에게 전화를 해서 11시로 예약을 하고 갔다.

 
 
  그런데 머리 하는 동안 샤오강이 읽어보라고 준 패션잡지를 뒤적이다가 재미있는 것들을 발견했다.
 
  첫째, '연애할 때 AA디(AA制 : AA제, 각자 비용부담하는 것)로 하는 것을 어찌 생각하느냐'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올라와 있었다.
  언젠가 우리나라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남녀가 데이트 할 때 데이트 비용을 꼭 남자가 부담해야 하느냐'는 문제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진 것을 본 적이 있다.  이런 문제는 어느 나라에서나 논란거리인가 보다.
  남자의 의견은 '내 여자친구가 남자가 비용 부담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냥 헤어지겠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밥을 사주고 선물을 사주는 건 남자의 능력을 보여줄 좋은 기회이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설문 대상자들이 20대 초반의 학생들이여서 아직 경제활동 못 하는 애들인데, 후자의 의견 내놓은 남정네들은 다 있는 집 자식들인 모양임. 자기가 벌면서 저런 소리하면 그나마 덜 얄밉지... -.-;;)
  여자의 의견도 '같이 연애하는데 같이 비용 부담하는 게 공평한 거 아니냐, 중요한 건 나를 사랑하는 남자친구의 마음이다'와 '나에게 그렇게 쫀쫀하게 구는 남자라면 차라리 안 사귄다'는 의견으로 갈라졌다. (후자의 의견 내놓은 애들은 전생에 거지였던 애들이냐, 뭐냐...  -.-;;)

 

  둘째, 송혜교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부분이 두 곳이나 있었다.
  하나는 라네즈 화장품 광고하는 페이지인데, 스킨 한 병이 390위안(한화 약 71,000원)이란다.  중국에서의 한국 화장품 가격이 한국에서보다 훨씬 비싼 거야 진작 알고 있었지만(☞ '중국에서 인기 높은 한국 화장품(http://blog.daum.net/jha7791/15790626)' 참조), 역시 '허걱~~'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또 다른 하나는 얼굴을 송혜교형으로 만들어준다는 성형외과 광고였다. -.-;;  중국에서 시내버스를 타면 의자에 매달려 있는 생활정보지 비슷한 잡지에도 성형외과 광고가 넘쳐흐르던데, 그런 광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한국식 어쩌구 저쩌구'란 말이다.  이거 '우리나라 배우들의 생김새가 중국에서 미의 표준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는 '우리나라 성형외과의 수준이 중국에서 엄청 높게 평가되고 있다'고 좋아해야 하는 거냐, 어떤 거냐...ㅠ.ㅠ

  전에 진쥔이 나한테 한국 여자들이 성형수술 받는 비율이 얼마나 되냐고 묻기에 30% 정도 될 거라고 대답했다. (무슨 제대로 된 통계를 근거로 대답한 게 아니라, 서울에서 지하철 타면 내가 보기에 쌍꺼풀 수술한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30%는 되는 듯 하여... ^^;;)  그랬더니 진쥔은 의외란 표정으로 '그래? 난 80%는 되는 줄 알았어'라고 했다. (허걱...! 80%...!!)

 

  셋째, 의류 광고를 그냥 평범한 광고가 아닌 이야기식으로 꾸민 것들이 눈에 띄는데, 그 내용이 중국 서민들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황당했다.
  물론 의류나 화장품 등 패션업계 쪽 광고라는 게 어느 나라나 화려하게 포장해놓아 비현실적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가 조금 지나친 듯 했다.  한 쌍의 연인이 비행기 1등석에 앉아 여행하는 사진, 일본 도쿄에 도착해서 식사하는 사진, 도쿄의 번화가를 돌아다니는 사진, 동물원 다니는 사진, 다리 위에서 야경을 감상하는 사진 등 일본여행을 테마로 몇 페이지에 걸쳐 이야기가 진행 된다.  그리고 각 사진마다 연인 역의 두 모델은 매번 다른 옷(물론 광고하려는 옷)을 입고 멋진 모습을 선보인다.

  현재 중국에서 자비로 해외여행 갈 수 있는 사람들 비율이 빠르게 늘고는 있다지만, 전체 국민에 비해서는 여전히 소수이고, 더구나 패키지도 아닌 자유여행이라니...!  여행비도 여행비지만, 그보다는 일단 여행가려는 나라의 비자 한 번 받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중국 출신 불법체류자 숫자가 많다보니, 여행자를 가장한 불법체류자를 막으려고 이것저것 따지기 때문이다.  직업이 확실한지, 급여 수준이 웬만큼 되는지, 주택을 소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도 모자라서, 보증금까지 맡겨야 한다는데, 이게 무슨 뜬구름 같은 광고인지...!! -.-;;
 
 
  그렇게 잡지 뒤적이며 매직 스트레이트를 했는데, 마음에 들게 나왔다. ^^
  아마도 이것이 하얼빈 생활 중 마지막으로 미용실 간 것이 될 것이다.  다음 달에 귀국한다고 하니, 샤오강도 섭섭한 표정으로 '나중에 기회 되어 다시 하얼빈 오면 꼭 이 미용실 와서 나한테 머리 잘라라. 잘 잘라 주겠다.'고 하고...  나도 '그러겠다.  건강하라.'고 화답했다.
  미용실 한 번 갈 때마다 전자사전과 인터넷 뒤지며 '숱 쳐주세요', '조금만 다듬어주세요', '매직 스트레이트 해주세요', '염색해주세요' 등등의 문장 찾는 소동 벌였는데, 마지막이라 생각하니 섭섭하다.
  안녕~~ 중국 미용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