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해동용궁사'는 우리 여행일정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산에서의 첫날, 친구가 엄마랑 통화하다가 '부산에 해동용궁사라는 절이 있는데, 바닷가에 있어서 멋있으니 가봐라'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범어사'는 몰라도 해동용궁사라는 절은 듣도보도 못했고, 가기로 계획한 곳은 시내에 몰려있는데 해동용궁사는 변두리라고 할만한 곳에 있어서 동선이 길어지기도 할테고, 우리가 들리기로 한 다른 곳은 모두 지하철역 근처인데 해동용궁사는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것도 번거로울 듯 해서 잠깐 얘기만 하다가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모텔을 나서려니 너무 일찍 일어나 오히려 시간이 남아돌 듯 했습니다.
별 것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시간이나 때우자는 식으로 해동용궁사로 향했습니다. 모텔에서 광안리역으로 가서 다시 1일권을 사서, 2호선 해운대역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 전날 부산시청 관광안내소에서 얻은 지도에 나온대로 100번 버스를 타고 종점인 송정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지도에서 이른대로 181번 버스를 갈아타고 해동용궁사 정류장까지 갔는데...
※ 해운대역에서 해동용궁사 찾아가실 분들을 위한 정보
: 부산 지역 관광안내소에서 배포하는 관광지도를 부산시청에서 만든 건지, 아니면 다른 기관에서 만든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고발합니다...!! (>__<)
지도에는 해운대역에서 '100번, 100-1번 버스 탑승해서 송점 하차, 181번 버스 탑승 용궁사 하차'로 나와있습니다. 가난한 우리 두 여행자가 버스비를 두 번씩 내며 갔는데, 나중에 해동용궁사에서 돌아올 때 보니 181번이 해운대역에도 들리는 버스였습니다. -0-;; 즉, 해운대역에서 181번을 탔으면 중간에 번거롭게 갈아타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이 버스비를 두 번 내지 않아도 되었던 겁니다. (우리는 부산지역 교통카드가 없어서 현금을 내고 탔기 때문에 환승혜택 못 받음 ㅠ.ㅠ)
이 여행기 쓰면서 해동용궁사 홈페이지를 찾아보니, 어찌된 일인지 거기에도 이런저런 버스를 타고 송정까지 간 후 다시 181번 버스 갈아타라고 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181번 버스가 해운대역에 들리지 않았으나 최근 들리게 되었는데, 관광지도가 아직 업데이트 안 된걸까요? 아니면 송정까지 가는 버스회사들이 승객 많이 받고 싶어서 관광지도 만든 기관 및 해동용궁사 상대로 로비라도 한걸까요? -.-;;
어쨌거나 해운대역에서 해동용궁사 찾아가실 분은 181번 버스 타시면 한번에 갈 수 있습니다.
송정 정류장에서 만난 버스기사 아저씨는 해동용궁사 가려면 181번을 타거나 30분 정도 걸어 가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버스 타고 가보니 겨우 5,6 정류장 밖에 안 되는 '용궁사 국립수산과학원 정류장'(용궁사 근처에 국립수산과학원도 있음)까지는 걸어서 30분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 게다가 정류장에서 해동용궁사까지는 오르막길을 20분 정도 걸어야 합니다. 또한 해동용궁사는 해안 절벽에 지은 절이라 보통 절처럼 대지가 평탄하지가 않고 굴곡이 심합니다. 온통 계단 투성이라 무릎 약한 노인분들은 못 다닐 것 같은 절입니다. 정류장 이후로도 계속 오르막길과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니, 그 전에 지쳐버리면 곤란합니다.
해동용궁사 가실 분들은 미리 다리품 파는 일을 피하시기 바랍니다. ^^;;
절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 - 십이지신상과 각종 석상
절 입구로 들어서는 길목 왼편으로 십이지신상이 죽 늘어서있고, 오른편으로는 이런저런 모양의 석상들이 서있습니다.
그렇잖아도 '해동용궁사'라는 이름에서 민간신앙의 냄새가 풀풀 풍겨져나오는데, 십이지신상까지 등장했습니다. 많은 절을 가본 것은 아니지만, 십이지신상이 서있는 절은 처음인 듯 싶습니다. 그리고 왼쪽의 축구공을 형상화한 듯한 석물과 오른쪽의 남편과 아내가 가운데 아기를 안고 있는 듯한 모양의 가족상은 좀 뜬금없다는 느낌을 들게 합니다. 십이지신상, 축구공, 손바닥, 가족상, 말... 전혀 성격이 다른 석물들이 한자리에 모여, 통일감 없이 어수선한 분위기입니다.
절 입구 옆 - 해동용궁사 표시석과 돌하루방
길목 끝에 절 입구가 있는데, 바로 옆에 이곳이 해동용궁사라는 것을 알리는 표시석과 돌하루방이 있습니다.
(돌하루방도 절 입구 길가에 서있는 축구공, 가족상, 손바닥, 말 모양 석상만큼이나 뜬금없는... -.-;;)
눈치 빠른 분들은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는 문구에서, 이 절의 성격을 짐작하실 겁니다.
이 절은 고색창연하고, 고즈넉하고, 경건한 분위기의 절에 가기 원하시는 분들에게는 그다지 맞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종교가 기독교, 불교 할 것 없이 마치 민간신앙처럼 기복신앙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소위 고등종교라는 기독교와 불교가 무속처럼 기복신앙의 성격을 띠는 것 보면 정말 어처구니 없음 -.-;;), 이 절은 유독히 '소원성취'에 초점이 맞춰진 느낌입니다.
그보다는 다른 절과는 다르게 깨끗한 바다 옆에 세워진 독특한 풍경과 분위기를 맛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하고 싶습니다.
※ 해동용궁사의 역사에 대해 잠시 살펴보자면...
고려시대 공민왕 때 왕사였던 나옹대사란 분이 창건했다가, 조선시대 임진왜란 때 불에 탔다고 합니다. 1930년대에야 다시 재건되었는데, 1970년대 정암스님이란 분이 꿈속에서 관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것을 본 후 기도를 했더니 효험이 있어 그 후로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절로 알려졌다고 합니다.
절 입구 - 절 입구의 양쪽 기둥은 이곳이 용궁과 관련있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 두 마리 황룡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입구는 내려가는 계단으로 이어집니다.
밑에서 올려다본 절 입구 - '한가지 소원을 꼭 이루는 해동용궁사'라더니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아들 낳게 해준다는 불상이 서 있습니다. 득남불의 배가 다른 부분보다 검은 것은, 아들 바라는 사람들이 손으로 열심히 문질러대서 손때 묻은 탓일까요? ^^ (이번 여행길의 동행이었던 변모양과 이름 모를 청년이 찬조출연 했음 ^^)
돌 통로와 백팔장수계단 - 동해의 용궁으로 통할 것만 같은 돌로 된 통로를 지나면, 또 다시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뭔가 있음직한 '백팔번뇌'가 아닌, 무병장수라는 지극히 세속적인 욕망을 위한 '백팔장수계단'... 이름이 참... -.-;;
백팔장수계단에서 본 해동용궁사 - 드디어 해동용궁사가 자태를 드러냈습니다...! 정말로 해안가에 만든 절입니다. 바닷가의 밝은 햇살 아래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마치 별세계 같습니다.
일출봉(?)과 김장훈의 '사노라면' - 계단 아래에서 길이 두 갈래로 갈리는데, 샛길에는 '해가 제일 먼저 뜨는 절'이라고 새긴 바위가 있어서 일출을 볼 수 있는 곳을 알려줍니다. 제멋대로 그곳을 '일출봉'이라 이름붙여 봤습니다.^^ 그 옆으로 조금만 걸으면 김장훈이 부른 '사노라면'의 가사에 '인생'이란 새 제목을 붙인 돌판이 나옵니다. -.-;; 이래저래 다른 절들과는 너무나 다른 해동용궁사입니다.
일출봉에서 바라본 해동용궁사 - 절 위편으로 관음보살이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고, 백팔장수계단에서 절 마당을 연결하는 하얀색 구름다리는 운치있는 모습을 뽑냅니다. 절 위쪽 절벽에는 커다란 돌탑 몇 개가 햇살 아래 당당히 서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저 돌탑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위로 통하는 문을 지나야 하는데, 관광객에게는 개방되어 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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