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9년 영월

영월(4) - 고씨동굴 / 김삿갓문학관

Lesley 2019. 5. 3. 00:01


  ◎ 고씨동굴(고씨굴)


  점심 먹고서 잠깐 쉬다가 고씨동굴로 갔다.

  영월에 가면서 다른 곳은 몰라도 장릉과 고씨동굴만은 꼭 가겠다고 마음 먹었더랬다.  그런데 이 날 오전과 오후에 장릉과 고씨동굴을 모두 섭렵했다!

  다만, 고씨동굴에 대해 예상 못 한 게 하나 있었으니...  휴전선 근처에 있는 땅굴처럼 경사로를 따라 들어갔다가 나오는 곳이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뜻밖에도 영월에 와서 질리도록 마주친 계단과 또 마주쳤다.  그것도 가장 길고 제일 많은 계단과...! ㅠ.ㅠ



매표소에서 입구로 이어지는 계단.



  의외로 이 다리가 좀 위험한 모양이다.

  강풍이 불면 위험하니 노약자나 어린이는 보호자와 같이 다니라는 경고문을 붙여 놓았다.  설마 돌과 시멘트로 만든 다리가 철렁철렁 흔들리지는 않을 테고, 거센 바람에 사람이 다리 밖으로 날아가기라도 한다는 걸까? (사실, 이쪽도 좀 현실성이 떨어지기는 한데... -.-;;)



오~~  공포의 계단...! ㅠ.ㅠ



  고씨동굴은 3킬로미터가 넘지만, 관람객들은 600미터 남짓까지만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원래 하지 말라면 꼭 더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그래서 동굴 안 미로가 무척 복잡하고 아직 다 파악이 안 되어서, 관람로 밖으로 나가면 영원히 못 나올 수 있다는 무시무시한 경고문을 입구에 세워뒀다. (물론 그렇게 해도 사고 칠 사람은 사고 친다는... -.-;;) 


  그리고 공사장에서 쓰는 것 같은 안전모를 쓰고 들어가야 한다.

  나름 안전하게 관람로를 만들어 두었어도, 자연 동굴이다 보니 높이가 들쑥날쑥해서 낮은 구간이 제법 많다.  성인 여자도 여러 번 무릎이나 허리를 굽히고 지나가야 하는데, 성인 남자, 특히 키 큰 남자들은 고씨동굴 구경하려면 수시로 머리를 부딪칠 게 틀림없다.  안전모를 써서 다치지는 않겠지만, 부딪칠 때마다 머리라 띵~~ 울리는 건 어쩌나... ^^;;

 


영화 '에일리언' 속 괴물처럼 생긴... ㅠ.ㅠ

 


고씨 일가가 숨어 살았다는 곳.



  이 동굴 이름이 고씨동굴(또는 고씨굴)인 이유는, 임진왜란 때 고씨 일가가 여기에서 숨어지냈기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부터 이 동굴을 피난처로 선택했던 게 아니라, 일본군에게 쫓겨 급한 마음에 이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는데...  나 같으면 차라리 적군에게 붙잡히고 말지, 이런 동굴 안으로 들어갈 생각은 못 할 것 같다.  관광지가 되어 여기저기에 전등을 설치해 놓고 다른 관람객도 많은 지금도 은근히 으시시하다.  그런데 불빛도 없고 다른 이들도 없이 가족  몇 사람만 들어간다면 마치 지옥으로 향하는 통로처럼 느껴지지 않았을까?



광산의 갱도 같아 보이기도 하는...



벽면에 흐르는 물 때문에 기괴한 모양이 만들어졌음.

(오른쪽은 문어발 모양이라고 함. ^^)



고씨 일가가 식수 걱정은 안 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하는 동굴 속 개울.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물에 깎이면

바위가 저렇게 둥글둥글하게 변할까...

통로 가운데를 종유석 기둥이 가로막고 있어서

엄청나게 뚱뚱한 사람은 못 지나감. ^^;; 



위로 손가락들을 뻗은 모양의 기둥.

절의 석탑처럼 생긴 기둥




  ◎ 김삿갓문학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이 김삿갓문학관이었다.

  나는 김삿갓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친구는 TV 프로그램 '알쓸신잡' 의 영월편을 재미있게 봤다면서 김삿갓문학관에 가고 싶어했다.  그래서 마침 김삿갓문학관이 고씨동굴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기도 하고, 어차피 영월에서 저녁을 먹고 떠날 예정인데 저녁 때까지 시간이 남기도 해서, 겸사겸사 들렸다.

 


김삿갓문학관이라는 이름값 하느라고

지붕이 삿갓 모양임.



  내 마음에는 쏙 들었던 삿갓 모양의 지붕에 대해, 친구의 반응은 영~~~

  나름 독특하고 귀여우면서도 너무 튀어보이지 않아서 좋지 않나?  하긴 나의 미적 감각이 상당히 독특하다는 말은 종종 듣곤 하니, 아마 친구의 평이 일반적인 평이겠지... ^^;;

 



친구가 '알쓸신잡' 에서 재미있게 봤다는

죽여주는 라임(!)의 시. 



  친구가 알쓸신잡 중 위의 시가 나오는 부분만 보여줬는데, 확실히 재미있기는 했다.

  "가련행색가련신 / 가련문전방가련 / 가련차의전가련 / 가련능지가련심" 이라고 빠른 속도로 되풀이 해서 읽다 보면, 처음에는 그럭저럭 읽게되다가 나중에는 혀가 마구 꼬이며 헷갈리게 된다.  "간장 공장 공장장은 강 공장장이고 된장 공장 공장장은 공 공장장이다" 의 조선시대 버전인 셈이다. ^^







영월(1) - 한반도 지형 / 탄광문화촌(http://blog.daum.net/jha7791/1579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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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3) - 청령포 / 장릉(http://blog.daum.net/jha7791/157915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