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9년 영월

영월(2) - 별마로천문대 / 석항트레인스테이 / 석항역

Lesley 2019. 4. 19. 00:01


  ◎ 별마로천문대


  별마로천문대는 영월읍내에서도 보이는 봉래산의 꼭대기에 있다.

  천문대라는 게 원래 불빛 많은 지역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해서 산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당연하다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는데, 영월읍내에서 별마로천문대까지 올라가는 길이 꽤 스펙터클(!)하다.

  영월을 흐르는 강이 뱀처럼 이리저리 휘감기는 형상이더니, 천문대로 올라가는 길도 딱 그런 모양새다.  별 관측에 방해가 될까봐 일부러 그랬는지 가로등 하나 설치하지 않아서, 길가에 있는 반사판에 비치는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지해서 구불구불한 길을 올라가야 한다.  급커브가 수시로 나와서 까딱하면 천문대 구경 대신 저승 구경하게 될 것만 같고, 길도 좁아서 위에서 내려오는 차와 아래에서 올라가는 차가 마주치면 서로 눈치작전(?)도 펼쳐야 한다.

  친구 말처럼 초보운전자는 엄두도 못 낼만한 길이다.  운전에 자신 없는 사람이라면, 관람시간을 해가 진 후로 잡았더라도 아직 해가 있을 때 미리 운전해서 올라가 기다리는 것을 추천한다. 



드디어 자태를 드러낸 별마로천문대...!



  별마로천문대는 예약을 해놓고 가는 게 좋다.

  현장에서도 관람표를 살 수 있지만, 단체관람만 가능하기 때문에 만일 예약자가 많을 경우에는 관람할 수 없다고 한다.  구불구불한 길을 한참 동안 올라가서 허탕치면 억울하지 않겠나...  그러니 미리 인터넷으로 예약을 해놓는 게 안전하다. 

  우리는 원래 9시로 예약을 해놓았는데 나중에 숙소로 돌아갈 시간이 너무 늦어질 것 같았다.  혹시나 하고 전화로 문의해봤더니, 다행히도 8시로 앞당기는 게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했다.



활공장에서 내려다 본 영월의 모습.



  관람시간까지 너무 촉박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천문대 바로 옆에 있는 활공장에 꼭 들려보기를...!

  패러글라이더인지 행글라이더인지를 타기 위한 활공장이라는데, 여기에서 보는 일몰 풍경이 일품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해가 진 뒤에야 올라가서 해넘이는 못 봤지만, 영월의 야경 풍경을 내려다 보는 것만으로도 근사하다.  사진 속 풍경이 눈으로 본 풍경의 10분의 1도 담아내지 못 하는 게 너무나 아쉽다.



친구의 인생샷~~!



  영월의 야경을 찍다가 친구의 뒷모습도 찍어봤는데, 친구가 자기의 인생샷이라고 너무 좋아했다.

  사진 찍을 때는 이미  깜깜한 밤이었는데,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주택 및 상가의 불빛과 카메라의 야간모드가 합쳐지니 묘하게 푸르스름한 배경이 만들어진다.  그 앞에서 양팔 벌리고 있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니, 그 순간만큼은 모델 안 부럽게 근사했다. (단, 그 순간만... ^^) 



천체투영실의 영사기 모습.



  별마로천문대 관람은 지하 1층의 천체투영실에서 30분 동안 별자리 설명을 듣는 걸로 시작한다.

  시작하기 전에 해설자가 분명히 카메라나 휴대폰 불빛은 방해가 되니 전부 꺼달라고 당부했지만, 어디를 가나 청개구리 같은 것들이 꼭 있는 법...  설명 도중에 두세 차례 플래쉬가 튀며 설명이 중단되었다.  투영실의 전등을 끄고 영사기가 구 모양의 천장에 별이 잔뜩 깔린 영상을 비쳐주는 것을 보면서 설명을 듣는 건데, 관람석에서 불빛이 나올 때마다 영상이 일그러지며 하얗게 변했다.  해설자가 천장에 비친 영상을 찍어봤자 사진이 안 나온다고 분명히 말했는데도, 도대체 왜들 그러는 건지...


  천체관람실의 설명이 끝난 후에는 4층의 관측실로 이동해서 직접 별을 봤다. 

  이 포스트 맨 위의 사진에 보이는 둥그런 돔(여의도에 있는 국회의사당 돔처럼 생겼음)이 양쪽으로 갈라지면서 새까만 밤하늘을 보여줬다.  그 순간 관람객들 사이에서 "와~~ 마징가 Z다...!" 하는 소리가 동시다발적으로 튀어나왔다. ^^

  대도시의 밤하늘과는 다르게 영월의 밤하늘에는 많은 별이 예쁘게 흩어져 있고, 특히 북두칠성은 굳이 찾아보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한눈에 딱 보였다. (내 인생에서 세 번째로 보는 북두칠성...!  볼 때마다 항상 감동이 밀려드는... ㅠ.ㅠ)  친구는 예쁜 밤하늘의 사진을 찍지 못 하는 걸 안타까워했다.  어쩌겠나, 우리가 가져간 것은 별을 찍기에는 너무나 졸렬한(!) 똑딱이와 폰카일 뿐인데... ㅠ.ㅠ

  그런데 바깥에 설치된 4개의 작은 천체망원경과 내부에 있는 커다란 천체망원경으로 별을 보는 것보다, 아플 정도로 목을 뒤로 젖히고 직접 별을 보는 게 더 좋았다.  망원경으로 볼 때는 별 하나만 달랑 보일 뿐이지만, 눈으로 볼 때는 별바다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석항트레인스테이


  하룻밤 묵었던 무궁화호 열차 숙소인, 석항트레인스테이를 소개합니다~~!

  원래는 영월군에서 직접 운영했던 모양인데, 최근에 민간업자가 운영을 맡으면서 리모델링을 하느라 몇 달 간 쉬었다고 한다.  그리고 올해 3월에야 다시 오픈했다는데, 우리는 재개장 기념 이벤트 기간 동안 간 덕에 할인 혜택을 받았다.  원래 1박에 7만원(비수기 기준)이라는 4인 가족실을 반값에 이용했다. (올레~~! ^0^)



무궁화호 열차를 여기에서 만나다니~~!



  석항트레인스테이는 석항역 바로 옆에 설치한 숙소다.

  석항역은 영월 지역의 석탄산업이 발달했던 시절에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던 역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승객은 없고 화물만 취급하는 수준으로 쇠락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은퇴한 무궁화호 객차들을 이용해서 식당과 카페가 딸린, 개성적인 모양의 숙소를 만들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2층짜리 무궁화호는, 위층은 사무실 및 카페로, 아래층은 도미토리(12인용)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1층짜리 무궁화호는 4인실 및 6인실 숙소로 이용하고 있다.



영월의 명승지 이름을 활용한 숙소 이름들.



  개별 숙소의 이름이 독특하고 재미있다.

  전부 영월의 명승지 이름을 딴 것들이다.  그 중 우리가 이용한 숙소는 삼촌인 세조에게 쫓겨난 단종이 영월로 귀양와서 처음 머물렀다는 청령포로 가는 열차다.  그 밖의 숙소들은 한반도, 별마로, 장릉으로 향하는 열차들이다. ^^



우리가 이용한 4인 가족실을 소개합니다~~



  무궁화호 객차의 가운데를 뚝 잘라서, 한쪽은 6인실로, 다른 한쪽은 4인실로 쓰고 있다.

  12인실 도미토리는 낯선 사람들끼리 한 방에 묵으면서 공동 화장실을 써야 하고 침대가 설치되어 있다. (일반적인 침대가 아니라 기차 침대칸에 설치된 그 침대.)

  하지만 4인실이나 6인실은 별도로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뜨끈뜨끈한 온돌방이다.  느긋하게 움직일 수 있는 장기여행이라면 몰라도, 짦은 시간 동안 부지런히 다녀야 하는 단기여행에는 하루의 피곤함을 풀어줄 온돌방이 최고다~~!  


  아, 한 가지 주의점...!

  석항트레인스테이에서는 실내에서의 음식섭취를 금지하고 있다.  아무래도 정식 건물이 아니라 열차 객실을 활용한 건물이라서 위생관리가 힘든 모양이다.  여행 중 치킨 뜯으며 맥주라도 한 잔 하고 싶으면, 바깥의 광장이나 식당에 나가서 해야 한다.  




  ◎ 석항역


  이왕 석항역 옆에 있는 숙소에 묵게 된 김에, 석항역도 둘러봤다.

  간이역에는 항상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다.  한때는 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가는 떠들썩한 곳이었으나 이제는 한적하다 못해 쓸쓸하게 변한 것을 보면, 마치 한때는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거침없이 살던 젊은이가 이제는 노인이 되어 석양을 바라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촐한 석항역의 모습.




철로가 뻗어가는 저 앞에는 뭐가 있을까요?



건널 이가 없어도 건널목은 여전히 있는... 









영월(1) - 한반도 지형 / 탄광문화촌(http://blog.daum.net/jha7791/15791563)

영월(3) - 청령포 / 장릉(http://blog.daum.net/jha7791/15791565)

영월(4) - 고씨동굴 / 김삿갓문학관(http://blog.daum.net/jha7791/1579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