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19년 영월

영월(1) - 한반도 지형 / 탄광문화촌

Lesley 2019. 4. 12. 00:01


  이제는 빨간 날이 아닌 식목일에 강원도 영월로 1박 2일짜리 여행을 다녀왔다.

  힐링 여행이 필요하다고 외치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와 함께 익산, 군산, 강화도, 영월 등을 후보로 놓고 한동안 저울질을 했다.  그러다가 4월이 되면 더욱 기승을 떨 미세먼지를 생각하면 동쪽이 낫겠다 싶어서, 후보지 중 가장 동쪽인 강원도 영월로 낙점~~!  이 친구와 같이 하는 여행이 언제나 그렇듯이 시간적인 면에서나 비용적인 면에서나 알뜰한 여행을 했다.


  본격적으로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기에 앞서, 영월 여행의 팁부터 소개해보겠다.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가려면 동선을 잘 짜야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자동차를 끌고 간 경우에는 기름도 낭비하지 않는 법이다.  여행 떠나기 전에 영월군청 홈페이지에서 여행안내책자를 신청하면 여행지도, 가이드북 등을 푸짐하게 보내준다.  무료로 보내주는 것이라 일반우편으로 발송하기 때문에, 출발일 전에 넉넉하게 시간을 잡고(최소한 1주일) 신청해야 한다.

  또한 온라인 오픈마켓에서 영월의 여러 관광지 입장표를 묶어서 할인해주는 '영월투어패스' 를 판매하고 있다.  1박 2일 코스와 2박 3일 코스를 판매하고 있는데, 우리는 1박 2일로 여행할 생각이지만 2박 3일짜리를 구입했다.  2박 3일 영월투어패스는 원래 22,000원이 드는 8곳의 관광지를 8,100원에 이용할 수 있다.  물론 8곳 전부 들린 것은 아니지만, 두세 군데를 빼먹어도 입장료 가격을 생각하면 영월투어패스가 좋다.

  마지막으로, 다음 포스트에서 소개할 석항트레인스테이의 4인용 숙소를 35,000원에 이용했다.  원래 가격은 70,000원인데 리모델링하고 재개장을 한 기념으로 반값 할인 행사를 해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석항트레인스테이야 이미 할인 행사가 끝났지만, 인터넷으로 잘 찾아보면 할인 행사 중인 다른 숙소를 찾을 수도 있다. (검색이 돈이다~~!)   



  지금부터 1박 2일짜리 영월 여행기를 시작합니다~~!



  ◎ 한반도 지형


  첫 번째 목적지는 한반도 지형이었다.

  한반도 모양의 지형은 다른 지역에서도 몇 군데 있다고 하는데 그 중 영월의 한반도 지형이 가장 유명하다고 한다.  영월 한복판을 뱀처럼 굽이굽이 휘감아 도는 강 덕분에 우연히도 한반도와 닮은 지형이 만들어졌다. (한반도 지형 아래에 제주도 모양의 섬이 붙어있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한반도 지형 앞에서 기념촬영하는 학생들.



  한반도 지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에 태극기가 잔뜩 꽂혀 있어서 뜬금없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올해가 3.1운동 100주년이라, 그것을 기념하는 뜻에서 태극기 100개를 꽂아놓은 것이라고 한다. 

 



동쪽은 산악지대, 서쪽은 평야지대인 것까지

실제 한반도와 꼭 닮은 한반도 지형. 



  영락없는 한반도 모양의 지형과 그 주위를 감도는 청록색 강물의 풍경에 감탄한 건 감탄한 거고...

  한반도 지형을 구경하려면 주차장에서 나무 계단을 이용해서 산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갈 때, 친구가 이미 왔던 길로 다시 가고 싶지는 않다고 해서 산책 삼아(어디까지나 산책 삼아...!) 다른 길로 갔는데...

  누가 강원도 아니랄까봐 산길과 계단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게 반복되어, 첫 번째 목적지인 여기에서 진을 뺐다.  그리고 이것이, 영월에 있는 내내 계속된 우리와 계단과의 악연(?)의 시작이었다...!.  나에게 영월을 이루는 세 가지를 말하라고 한다면 '강과 별과 계단' 이라고 대답하겠다. -.-;;  덕분에 다리 운동 제대로 했지만 살은 안 빠진 듯하다. ㅠ.ㅠ 




  ◎ 탄광문화촌


  두 번째 목적지는 탄광문화촌이다.

  영월군 마차리는 한때 우리나라 석탄의 상당량을 생산해냈던 탄광지역이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타고 석탄산업이 기울다가 아예 폐광이 되었다.

  탄광문화촌은 이 지역의 석탄산업이 발달했던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는 곳이다.  당시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탄광생활관과 탄광의 모습을 재현한 탄광갱도체험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는 나이(!)상 들리지 않았지만 어린이 고객을 타겟으로 하는 가상체험관도 따로 있다. 



탄광생활관 바로 아래에 있는 마차집과 마차상회.

(마차집은 실제로 운영중인 식당 겸 매점입니다요~~ ^^)



60~70년대 분위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탄광생활관의 모습.



  지난 번에 블로그에 올린, 서울의 청계천 판잣집 체험관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르신들에게는 젊은 시절에 대한 향수를, 젊은 세대에게는 드라마 '육남매' 속에 뛰어들어간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벽에 붙은, 적당히 찢어진 영화 포스터.

쪽마루에 올라가 있는 요강.

담배 판매를 알리는 추억 속의 표지판까지... 



깨알 같은 간첨 신고 전화 안내문.

저 앞에 세워져 있는 리어카.



우리를 빵 터지게 만든, 사치 관련 구호를 적은 알림판.

 


  '한사람의 사치가 삼천만을 해친다' 는 구호를 읽자마자 친구와 동시에 빵 터져버렸다.

  공교롭게도 이 날 영월에 도착해서 관광에 나서기 전에 점심을 먹으며 (금강산도 식후경이니까요... ^^) 나눈 이야기와 일맥상통하는 구호이기 때문이다.  친구가 밥을 먹다가 1997년도 외환위기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 부도의 날' 에 대해 말을 꺼냈는데, 마침 나도 그 영화를 봤다.  정계 및 재계 고위인사들의 잘못된 정책과 안일한 경영으로 나라가 부도 위기에 처하게 되었지만, 그들은 책임 회피 및 책임 전가에 급급했다.  즉, 국민 모두가 우리나라가 선진국이 되었다는 착각에 취해서 명품타령하고 해외여행타령하며 흥청망청 살다가 결국에는 나라가 망하게 생긴 것마냥 여론을 조성한다.

  하지만 국민들이 명품 좀 사고 해외여행 좀 한다고 해서 나라가 폭삭 망한다는 것도 말이 안 되고, 그 당시만 해도 명품을 사거나 해외여행을 가는 사람이 지금처럼 흔하지도 않았다.  그러니 굳이 그런 주장이 맞다고 한다면, 오히려 명품도 가장 많이 사고 해외여행도 가장 자주 갔던 당시 상류층에게 외환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맞는 것 아닌가?  어디 명품은 엄두도 못 내고 비행기 한 번 타고 외국 나가는 걸 대단한 걸로 생각하던 국민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나...  우리는 밥상 위에 올라온 푸짐한 반찬에 당시의 뻔뻔스러운 고위인사들을 곁들여서 열심히 씹었다. ^^;;


  그런데 외환위기가 터졌던 90년대보다 훨씬 이전인 70년대에도 높은 사람들은 비슷한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가 가난했던 시절이니 평범하게 절약과 저축을 강조하는 정도의 표어라면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마치 국민 개개인이 사치 좀 부리면 국민 전체가 한꺼번에 망한다는 식의 구호를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붙이다니...  사실,  70년대의 국민 대부분은 사치를 하고 싶어도 절대로 할 수 없는 처지였다. -.-;;  정작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높은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이 저런 구호나 붙이게 하면서 국민들에게 훈계를 했으니, 이 무슨 얼토당토 않는 상황이란 말인가... 흘러간 유행가 가사처럼, 정말 세상은 요지경이다. 

 


'황소타고 시집왔네' 에서 또 다시 빵 터졌고... ^^

영화는 몰라도 주제가는 아는 '빨간 마후라'.



옛날 냄새 물씬 풍기는 초등학교 교실 모습.



  60~70년대 풍경이라는데 80년대 중.후반의 초등학교 시절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굳이 다른 점을 찾자면, 난로가 상당히 날씬하다는 것과 도시락통이 양은으로 되어 있다는 것 정도이다.  우리 때는 펑퍼짐한 드럼통형 난로로 불때었고 플라스틱으로 된 도시락통 들고 다녔더랬다. ^^



탄광갱도체험관 입구.



과거의 갱도 모습을 재현한 내부.



  어린이에게는 몰라도 어른에게는 그냥 그런 수준의 체험관이었는데, 딱 하나 무서웠던 일이 있었으니...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는 길에, 갑자기 우지끈 하는 요란한 소리 및 사람들 비명과 함께 벽면에 설치된 긴 통나무 모양의 지지대가 두 동강나는 퍼포먼스(!)가 펼쳐졌다.  옛날에 탄광에서 가끔씩 붕괴사고가 났던 것을 재현하는 것인데, 아무 생각없이 걸어가다가 기겁했다. ^^;;





영월(2) - 별마로천문대 / 석항트레인스테이 / 석항역(http://blog.daum.net/jha7791/15791564)

영월(3) - 청령포 / 장릉(http://blog.daum.net/jha7791/15791565)

영월(4) - 고씨동굴 / 김삿갓문학관(http://blog.daum.net/jha7791/157915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