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에서는 원래 5월 1일 노동절을 거하게 지내서, 적어도 7일, 운이 좋으면 2주일까지 쉬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노동절 휴가가 3일~5일로 줄어들고, 대신 그 전에는 공휴일이 아니었던 청명절(4월 5일)과 단오절(음력 5월 5일)에 며칠씩 쉬게 되었습니다. 흑룡강대학에서도 음력 5월 5일인 단오절인 이번 달 28일부터 4일간의 연휴에 들어갑니다. 단오절을 한 주 앞두고 푸다오 선생과 후쉐하는 아이에게서 각각 우차이션(五彩線, 오채선)을 선물받았습니다.
한국에서는 없는 풍속이기에 신기한 마음에 이번 포스트에 우차이션 사진과 설명을 올리며, 중국의 단오절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할까 합니다.
중국 단오절의 유래
중국 춘추시대 때 초나라에 유명한 시인이며 높은 관리인 '굴원(屈原)' 과 얽힌 사연입니다.
굴원이 간신들의 모함으로 왕에게 버림을 받고 귀양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결백과 지조를 보이고자 멱라수(汨羅水)라는 강에 몸을 던져 죽었는데, 그 날이 바로 5월 5일이었습니다.
그를 무척이나 존경했던 백성들은 그의 시체를 물고기들이 뜯어 먹을까 걱정을 해서, 쌀밥에 여러가지 음식을 섞어 나뭇잎에 싸서 멱라수에 던졌습니다. 맛있는 먹이를 던져주면, 물고기들이 그 먹이를 먹느라 굴원의 시체는 건드리지 않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 후 해마다 5월 5일에는 굴원을 기리게 되었는데, 이게 단오절이 되었다고 합니다.
종즈(粽子)
종즈라는 음식은 위에서 설명한 굴원의 시체를 물고기들이 뜯어먹지 못 하도록 던졌던 음식에서 유래된 단오절의 별식입니다.
지금은 단오절 뿐 아니라 평소에도 먹습니다. 실제로 제가 자주 가는 우리 C취 학생식당에서도 4월부터 항상 이 종즈를 볼 수가 있습니다.
이 사진은 제가 찍은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떠다니는 것을 퍼온 것입니다. ^^
위의 사진은 나뭇잎으로 묶은 상태의 모습이고, 아래 사진은 먹으려고 나뭇잎을 푼 상태의 모습입니다.
종즈는 찰밥을 뭉쳐서 그 속에 다른 음식을 넣고서 겉을 커다란 나뭇잎으로 싼 형태인데, 제가 지금 살고 있는 북쪽지방에서는 주로 대추나 땅콩을 집어넣고, 남쪽지방에서는 고기를 집어넣는다고 합니다. (참고로 흑룡강대 학생식당에서는 대추 들어간 종즈만 있는 듯... ^^)
꽤나 찐득거리는 찰밥이어서, 한국 쌀밥에 비해 찰기가 적은 중국 쌀밥에 물린 한국학생들 중에는 아예 이것 두세개 먹는 걸로 끼니 때우는 경우도 있습니다. 종즈에 쓰인 밥이 엄청 찐득거리는데다가 그 찰기가 저 커다란 나뭇잎에도 묻어 있어서, 처음에 종즈 나뭇잎을 푸는데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한 번 나뭇잎을 풀고 나면 손이 찰밥기로 범벅이 됩니다. ^^
우차이션(五彩線)
우차이션은 '다섯 가지 색의 끈'이란 뜻이지만, 반드시 다섯 가지 색깔인 것은 아닙니다.
여러 가지 색깔의 끈을 꼬아 만든 팔찌 같은 것인데, 단오절 한 주 전쯤부터 이 끈을 팔목에 차고 다니는 사람들이 학교 안 여기저기에 제법 보입니다. 어린 아이들의 경우에는 팔목 뿐만 아니라 발목과 목에도 차고 다닌다고 합니다.
이 우차이션은 한 번 팔목에 찬 이상 잠 잘 때는 물론이고 샤워를 할 때에도 그대로 차고 있다가, 단오절 후 처음으로 비가 내리는 날에 팔목에서 빼내어 흐르는 물에 떠내려 보냅니다. 그러면 1년 동안 겪을 병과 액운이 전부 이 우차이션과 함께 떠내려 간다고 합니다.
그리고 제 푸다오 선생인 '진쥔'이 말하기를, 남자는 왼쪽 손목에, 여자는 오른쪽 손목에 차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곳에 와서 알게 된 T는 남자인데도, T의 푸다오 선생이 오른쪽 손목에 채워줬다고 하니, 이게 어찌된 일인지... ^^;;)
제 푸다오 선생인 '진쥔'이 준 우차이션입니다. (본의 아니게 제 손을 다 인증합니다... ^^)
이 사진에서는 안 보이지만, 팔목 안쪽으로는 작은 엽전 세 개가 끈에 엮여 있습니다.
단오절 지난 후 처음으로 비가 내리는 날까지 계속 손목에서 풀면 안 된다고 하기에 '그럼 단오절 후에 한달이나 두달이 지나도 비가 안 내리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라고 물었더니, '그래도 할 수 없어.'라고 얘기하며 웃더군요. ^^
이 사진에 나오는 우차이션 중 위의 것은 저와 후샹을 하는 '양'이 준 것이고, 아래의 것은 바로 위의 사진에서 나왔던 '진쥔'이 준 것입니다. (이 사진에서는 진쥔이 준 우차이션의 엽전이 보입니다. 그리고 또 제 손 인증... ^^)
벌써 며칠째 손목에 차고 다니는데, 세수할 때, 양치할 때, 머리 감고 샤워할 때마다 여간 신경이 쓰이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얇은 끈이라서 젖어봤자 금새 마르긴 하지만, 자꾸 비누와 샴푸 범벅이 되니 조금 찜찜한 느낌도 듭니다. (다행히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 샤워할 때라도 손목에서 풀어낼까 했다가, 이 우차이션을 선물한 친구들의 성의를 생각해서 그냥 계속 차고 다니는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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