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서점 등

김대리의 영어일기 / 여성 김대리의 영어일기 / 김대리 가족들의 영어일기

Lesley 2020. 3. 4. 00:01

 

  일기 형식으로 된 영어책 시리즈를 소개하려 한다.

  저자는 통번역가로 활동중이며 프랙티쿠스라는 영어 전문 출판사의 대표이기도 한 '장승진' 이고, 책 제목은 '김대리의 영어일기', '여성 김대리의 영어일기', '김대리 가족들의 영어일기' 이다.  이 시리즈를 팟캐스트로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알고보니 팟캐스트 영어 부문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진 시리즈이다. 

 

 

 

 

  먼저 분명히 해 둘 것이 하나 있는데, 이 시리즈는 절대로(!) 영어시험용 교재가 아니다.

  그러니 수능, 토익, 토플 등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시험을 멀~~ 리~~ 내다보고 준비할 생각이라면 모를까... ^^;;)  수험생이라면 시험에 특화된 책을 구입해서 공부하는 게 시간이나 효율 측면에서 유리할 것이다.

 

  이 시리즈는 실생활에서 듣고 말할 때 필요한 영어 표현을 공부하기 위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서점가에 잔뜩 있는 시험용 영어교재 및 지난 몇 년 사이 쏟아져 나온 드라마나 영화를 이용한 영어교재 같은 것보다는, 보다 실용적인 영어교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걸맞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들이 한국의 직장인으로 설정되어 있고 책이 일기 형식으로 되어 있다 보니, 내용이 사실적이면서 재미있다.

  1탄인 '김대리의 영어일기' 에는 휴일에 갑자기 회사로 불러내 일을 시키는 상사에 대한 짜증스러움, 더 좋은 회사로 옮겨가는 동료를 보며 느끼는 복잡미묘한 심정, 모였다 하면 주식 타령만 하는 대학 시절 동기들, 새로 온 여자 동료에게 호감을 느끼다가 연인으로 발전하는 과정 등이 나온다.  2탄인 '여성 김대리의 영어일기' 에는 새로 옮긴 회사에서 적응하려 애쓰는 모습, 타로점에 흥미를 느끼는 모습, 먼저 결혼한 친구가 회사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며 고생하는 것을 보며 결혼에 회의를 느끼는 모습, 사내 커플이 된 남자 친구와의 미래에 대해 이모저모 생각하는 모습이 나온다.

  전부 우리 스스로가 겪어본 적이 있거나 주위에서 흔히 듣게 되는 이야기들이라 현실감 넘친다.  여기에서 비밀 아닌 비밀을 한 가지 폭로(?)하자면...  1탄의 주인공인 남자 김대리가 호감을 갖다가 사귀게 된 여자 동료가 바로 2탄의 주인공인 여자 김대리이다...! ^^

 

  개인적으로 3탄 '김대리 가족들의 영어일기' 는 1탄과 2탄만큼 재미있게 보지 못 했다.

  1탄과 2탄은 각각 남자 김대리와 여자 김대리가 주인공이 되어 쓴 일기 형식이라, 영어책이라는 점을 빼놓고 생각해도 흥미롭다.  일기 형식의 소설처럼 내용의 흐름에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흔히 공부를 위한 교재는 원래 재미가 없는 법이라고 하는데, 1탄과 2탄은 읽으면서 '키다리 아저씨' 를 떠올렸을 정도로 재미있다. (물론 '키다리 아저씨' 는 일기가 아니라 편지 형식이기는 하지만...)

  그런데 3탄에는 주인공이 4명이나 나온다.  정년퇴직을 앞둔 남자 직장인은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하고, 자신보다 더 잘 나가는 옛 친구나 수십 년을 같이 살았지만 때때로 타인처럼 느껴지는 아내를 보며 보며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대입을 앞둔 자녀를 둔 중년의 가정주부는 점점 팍팍해지는 가계를 걱정하며 자신이 남편과 자식에게만 충실하기 위해 젊은 시절에 직장을 그만 두었던 것이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나 걱정한다.  워킹맘인 30대 여자는 가사 분담에 소극적인 남편을 원망하기도 한다.  취준생인 20대 남자는 자신의 상황에 암담함을 느끼면서, 유학을 떠나는 여자친구와 이별하기도 하고 우연히 군대 시절 후임과 마주쳐서 군대 시절을 회상하기도 한다.  즉, 주인공들이 여럿이다 보니 내용이 어수선해져서 1탄이나 2탄에 비해 흥미진진하지는 않다.  물론 영어 공부라는 측면만 생각하면, 오히려 주인공이 여럿이기 때문에 각자가 처한 상황에 걸맞는 영어 표현을 다양하게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말이다. 

 

  이 시리즈는 종이책 버전과 전자책 버전으로 나와 있으니, 각자의 상황에 맞게 편리한 쪽을 선택해서 구입하면 될 듯하다.

  관심 있는 이는 팟캐스트 '프랙티쿠스 영어책(종이책) 해설' 또는 프랙티쿠스 출판사의 홈페이지(http://www.practicus.co.kr/neo/index.php/main)를 찾아 보기 바란다.  참고로, 이 시리즈를 제외하고도 이 출판사에서 내놓은 책과 팟캐스트는 전부 시험용 영어공부와는 거리가 먼 실용영어(!)다.  시험과 상관 없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은 이들이라면 홈페이지에 가서 여러 책 소개를 읽어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