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보 시문 2

이규보(李奎報) 시문(20) - 일일불음희작(一日不飮戱作)

오래간만에 이규보의 시를 소개하려 한다. 오늘 소개할 시의 제목은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이다. 제목을 풀이하면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삼아 짓다' 가 된다. 이 시에서 우리는 이규보란 사람이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지, 그리고 이규보의 아내는 그런 남편 때문에 얼마나 속이 터졌을지 알 수가 있다. 일단, 시의 제목에 나오는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란 부분에서부터 이규보의 애주가 기질이 팍팍 드러난다. 아마 어지간한 사람 같으면 술을 마신 김에 흥취가 올라 시를 지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술고래(!) 이규보는 평소에 술을 물 마시듯 하던 사람이라, 오히려 모처럼 술을 안 마신 날이 특별한 날로 생각될 지경이어서 바로 그 날 이 시를 지었다. 一日不飮戱作(일일불음희작) 하루 술을 마시지 않고 희롱..

이규보(李奎報) 시문(15) - 방서(放鼠)

오늘 소개할 이규보의 시는 '쥐를 풀어주다' 라는 뜻의 放鼠(방서)라는 시다. 이 시의 주제는, 제 아무리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도 대자연 앞에서는 한 마리 쥐와 마찬가지로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즉, 자연을 예찬하는 내용이며 인간의 교만함을 경계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런데 나에게는 이 시가 좀 다르게 읽힌다. 유머러스하면서도 비판적인 시로 보인다. 그래서 이 시를 먼저 읽고서 이 시에 대한 해석을 읽었을 때 '응? 이게 뭐지?' 하는 당황스러움을 느꼈을 정도다. 일단, 시 내용부터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放鼠 (방서) 쥐를 풀어주다. - 李奎報(이규보) - 人盜天生物 (인도천생물) 사람은 하늘이 낸 물건을 훔치고 爾盜人所盜 (이도인소도) 너(쥐)는 사람이 훔친 것을 훔치는구나. 均爲口腹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