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이규보 2

이규보(李奎報) 시문(10) - 청춘부재래(靑春不再來)

2015년이라는 연도가 아직도 낯설게만 느껴지는데, 벌써 2015년이 다 가고 있다. 어려서부터 너무 많이 들어서 별 감흥이 없던 '세월이 빠르다' 는 말을, 이제는 몸으로 실감하는 중이다. 다행히도(?)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주위 사람들 역시 그렇다. 이 친구 저 친구 할 것 없이 눈가에 잔주름이 생겼네, 흰 머리카락이 나네, 지성이라 고민이었던 얼굴 피부가 이제는 건조해졌네, 전에는 가볍게 앓던 감기를 이제는 1주일 이상 호되게 앓게 되었네 하며 야단이다. 나도 몇 년 전부터 나이가 들어간다는 걸 느낀다. 전에는 추운 날씨에 두툼한 옷을 입으면 그저 따뜻해서 좋기만 했다. 그런데 이제는 커다란 반달곰 한 마리가 어깨에 무등 탄 것처럼 어깨가 무겁게 느껴져서, 어지간하면 외투 없이 추운 상태로 있는 쪽..

이규보(李奎報) 시문(8) -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

올해 6월 20일이 음력으로 5월 5일, 즉 단오다. 마침 이규보(李奎報)의 시 중에 단오를 소재로 한 것이 있기에, 단오를 맞아 소개하려 한다. 바로 단오견추천여희(端午見鞦韆女戱)다. 예전에는 단오라는 풍습이 여자들에게 더 각별한 의미가 있었을 것 같다. 이규보가 살던 고려시대야 그렇지도 않았지만, 조선시대에는 여자들의 외출이나 행동에 제한이 많았다. 남자들도 단오에 씨름을 즐기며 즐거워했겠지만, 여자들이 그네를 뛰며 즐거워하는 것 만큼은 아니었을 것이다. 평소에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남자들과는 달리, 여자들에게는 모처럼 합법적(?)으로 산에서 들에서 마음껏 놀 수 있는 기회였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한바탕 그네를 뛰고서 땀에 젖은 머리와 몸을 창포물로 개운하게 씻어낸 다음에 수리떡 나눠먹으며 담소를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