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여행기/서울(성북구 이외 지역)

코엑스의 '별마당 도서관'

Lesley 2017. 10. 1. 00:01


  삼성역 코엑스몰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스타필드 코엑스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게 작년이었던가, 올해였던가...

  코엑스몰이 생긴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그 당시로서는 초대형 영화관이었던 메가박스에 드나들기 위해 자주 다녔다.  그러다가 여기저기에 다른 멀티플렉스 영화관이 생기면서 안 가게 되었다.  그렇게 나에게 버림받은(?) 코엑스몰이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구나 하고 잠시 생각했지만 곧 잊었다.


  그런데 지난 달이었던가, 스타필드 코엑스에 뜬금없이 도서관이 생겼다는 기사를 읽었다.

  신세계가 코엑스몰 자리에 스타필드 코엑스를 개장하면서, 문화 예술 경영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도서관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오호...  쇼핑몰이나 백화점 안에 서점이 있는 경우야 종종 봤지만, 도서관이라니...!  이런 데는 꼭 한 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벼르다가 최근에 갔다.


  일단, 위치부터 설명하자면...

  전철을 이용할 경우에는 2호선 삼성역 6번 출구 혹은 9호선 봉은사역 7번 출구로 나가면 된다.  단, 과거의 코엑스몰이나 현재의 스타필드 코엑스를 한 번이라도 가 본 사람은 알겠지만, 내부가 꽤 복잡하게 생겼다.  나처럼 길치 혹은 방향치인 사람은 발품 좀 팔 각오를 하고 가야 한다.  길도 모르는데 발품 팔 정도로 다리가 튼튼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면 곳곳에 있는 안내직원(경비직원이던가?  하여튼...)에게 물어보도록 하자. (그런데 길치나 방향치들은 남이 길 가르쳐주는 것도 잘 못 알아듣는다는 게 문제라는... -.-;;)



헤매다가 마침내 찾아낸 별마당 도서관 입구...!



대...단...하...다...! @.@



  입구 들어서자 마자 보이는 광경에 입이 딱 벌어진다.

  보통의 도서관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다.  정면의 양옆으로 사람 키의 몇 배나 되는 높이의 책꽂이가 있다.  바닥에서 천장에 닿는 곳까지 빽빽히 꽂혀있는 책을 보면 '우와~~'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독서삼매경에 빠진 사람들.



  아무래도 별마당 도서관 분위기가 독서에 유리한 편은 아니다.

  도서관이 대형 쇼핑몰 한복판에 있는 데다가 도서관과 쇼핑몰 구역이 분리되어 있지도 않아서, 밖에서 사람들이 걸어다니거나 이야기하는 소리가 안으로 그대로 흘러들어온다.  그리고 애초에 이 건물이 도서관 용도로 지은 게 아니라서 천장이 무척 높다 보니, 도서관 내부 사람들이 내는 소리도 메아리 치는 식으로 퍼진다.

  그러나 뛰어난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고, 진정한 독서인은 환경 탓을 하지 않는 법...!   어수선하거나 말거나 꿋꿋이 독서에 몰두하는 용자(!)들이 여기저기에 보인다.




이쪽은 서점의 매대 같은 느낌임.



볼수록 저 책꽂이는 장관이로세~~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이 도서관에서 며칠 동안 무슨 행사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도서관 2층 난간에는 조명 등 각종 설비가 쭉 늘어서 있어서 좀 더 어수선한 느낌이었다.  하긴, 행사를 주최하는 쪽에서는 이 도서관이 워낙 특별해 보여서 행사 열기에는 딱인 장소로 생각할 것 같기는 하다.



2층에서 내려다 본 별마당 도서관 모습.



  별마당 도서관에 대한 느낌을 한 줄로 말하자면 '결국 쇼핑몰 속 도서관이구나.' 다.

  분명히 개성 넘치는 곳이라 한 번 정도 구경삼아 갈만한 곳이기는 하다.  그러나 도서관 본연의 목적인 '책읽기' 를 위해서라면 굳이 별마당 도서관까지 갈 필요가 없다.  자기 집에서 가까운 일반 도서관을 찾는 게 훨씬 낫다.  그보다는 스타필드 코엑스몰 혹은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간 사람이 잠시 시간이 남게 되었을 때, 멍때리거나(!)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는 것 말고 좀 더 알차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들려봄직한 곳이다.


  한편으로는 신세계가 머리를 잘 썼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는 정신없고 삭막한 생활을 하는 서울시민들에게 막간의 여유와 문화의 향기를 선사하는 착한 기업이오.' 라고 어필하기에 딱이니 말이다.  기업은 이 도서관으로 자기네 이미지를 제고하고, 시민들은 도서관에 들려 잠시나마 책을 읽을 수 있고...  결국 양쪽이 윈윈하는 셈이다.